높은 계단에 '서러운 휠체어'..."정말 너무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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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계단에 '서러운 휠체어'..."정말 너무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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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유명회사 고층건물 '휠체어경사로'가 없다니?
계단 한 두칸에도 낭패..."한 두군데 아니야"

몇년 전 불의의 사고를 당하면서 휠체어가 없이는 생활이 불가능한 처지가 된 L모씨. 힘든 시기를 극복하고, 현재는 가능한 범위내에서 다양한 활동을 벌이며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평범한 생활을 영위하던 L씨에게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무관심은 시리게 다가왔다. 이전에는 미처 깨닫지 못했던 부분에서 너무나 많은 차별이 이뤄지고 있었다는 것을 느낀 것이다.

특히 휠체어를 타면서 보장받지 못한 이동권은 뼈저리게 와닿는 차별 중 하나였다.

# 사면이 계단으로..."올라갈 방법이 없어"

사고 이후 이와 관련된 보험처리를 위해 보험회사를 방문한 L씨. 그러나 담당자를 만나기는 커녕 문 안으로 들어갈 수도 없었다. 건물의 입구는 높디높은 계단으로 연결돼 있었다.

L씨를 더욱 화나게 한 것은 국내를 비롯해 세계적으로 내로라하는 회사들이 전혀 장애인에 대한 생각을하지 않고있다는 점이었다.

A보험회사로 들어가는 유일한 출입구. 높은 계단으로 인해 휠체어장애인은 건물 내부로 들어갈 수 없다. <헤드라인제주>
A보험회사로 들어가는 유일한 출입구. 높은 계단으로 인해 휠체어장애인은 건물 내부로 들어갈 수 없다. <헤드라인제주>

제주시 이도1동에 위치한 세계적인 보험회사 A생명의 제주지점 건물. 베이지색 외벽에 고풍스러운 느낌을 풍긴 건물에는 휠체어가 올라설 수 있는 길이 없었다. 정문의 계단이 유일한 출입구였다.

불과 50m떨어진 곳에 위치한 H생명건물 역시 마찬가지였다. 사면을 빙 둘러봐도 휠체어를 위한 길은 마련돼있지 않았다. M보험사의 경우 건물 뒷편으로 길이 나있었지만, 높지 않은 계단으로 인해 건물로 들어갈 수 없었다.

물론 보험사만의 문제는 아니다. 신제주에 위치한 K금융기관과 S통신사 건물 등 수 많은 건물에 경사로가 없어 휠체어장애인들은 이용할 수 없게끔 만들어져 있었다.

L씨는 "소위 말해 돈도 잘버는 회사들이 너무 인색한것 아니냐"며 "보험회사라면 장애인이나 노약자들이 드나들일이 있을텐데 생각이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 대문 간신히 통과하니 "건물 안에 또 계단이?"

이후로도 건물에 들어설 수 없는 상황을 수차례 겪게된 L씨는 한가지 버릇이 생겼다. 처음 가보는 곳에는 미리 전화를해서 경사로가 있는지,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있는지 물어보는 버릇이다.

미리 대비해 낭패를 보게되는 일을 줄이기 위한 그만의 방법이었다. 그런데, 철저한 준비에도 불구하고 물을 먹는 경우가 허다했다.

L씨는 "미리 전화를해서 건물 내부에 경사로가 있는지, 엘리베이터가 있는지 물어보고 방문을 했는데, 건물 안에 엘리베이터까지 가는길에 계단이 있더라"라고 당황했던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입구에 경사로도 만들어져있고, 엘리베이터까지 설치돼 있지만, 정작 건물 안에 있는 두 칸의 계단때문에 아무런 소용이 없게된 것이다.

L씨는 "이런 경험은 한두번이 아니다"라며 "일반적으로 쉽게 보이지 않는 부분이겠지만, 휠체어를 탄 입장에서 보면 정말 큰 차이다"라고 토로했다.

경사로가 없어 휠체어장애인의 접근이 불가능한 H보험회사. <헤드라인제주>
경사로가 없어 휠체어장애인의 접근이 불가능한 M보험회사. <헤드라인제주>

# 미적지근한 답변 "건물구조상 경사로 설치 어려워"

이 같은 상황에 대해 건설분야 한 관계자는 "지금이야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었지만 10년전 까지만해도 건물을 올릴때 굳이 장애인을 위해 경사로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은 웬만해선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건물주 입장에서는 경사로를 만들 공간이면 1평이라도 건물을 늘리거나 주차장을 만들 생각을 했다"면서 "대부분 비슷한 입장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지금도 건물을 올릴때 경사로를 만들더라도 미관상의 이유로 건물 뒷편에다가 만들어놓지 정문에 굳이 경사로를 지으려고 하지는 않는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휠체어경사로가 없는 M보험회사 관계자는 "예전부터 지적돼 오던 부분이지만, 건물 구조상 쉽게 바꿀 수 없어 난감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필요에 따라 고객을 직접 방문해 일을 해결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면서 "경사로 설치는 확답을 내릴 수 없겠다"고 말했다.

K금융기관도 사정은 비슷했다. 이 기관의 관계자는 "목발을 짚고 오는 분들은 간혹 있어도 휠체어를 타고 본점을 찾는 고객은 드물었다"며 "내부적으로 검토해보기는 하겠다"고 미적지근한 답변을 내놓았다.

가장 기본적으로 돌아다닐 수 있는 여건만 갖춰져도 감사할 것 같다는 L씨. 그들의 작은 바람은 아직까지 요원해 보이기만 하다. <헤드라인제주>

대부분의 건물은 건물 내부에 다시 계단을 만들어놓은 형태를 띄고있다. <헤드라인제주>
경사로가 없어 휠체어장애인의 접근이 불가능한 K금융기관.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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