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 오토바이, 그들은 왜 '위험한 질주'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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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퀵' 오토바이, 그들은 왜 '위험한 질주'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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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위험천만' 오토바이, 달릴 수밖에 없다는 그들의 '항변'
"먹고살려면 어쩔 수 없어"...'빨리빨리' 주문자 요구도 문제

최근 음식배달을 하다 교통사고로 배달원이 숨지는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배달오토바이에 안전성에 대한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도로 위에는 많은 배달 오토바이들이 곡예운전을 펼치며 질주하고 있다.

그들은 왜 위험한 질주를 하는 것일까?

9일 오후 제주시 연동사거리. 배달오토바이 2대가 신호가 바뀌지 않았음에도 앞으로 나오며 달려갈 준비를 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배달을 하는 이들도 운전을 하면서 아찔한 경험을 많이 한다. 자칫 사고로 이어질 경우 인명피해를 동반하는 수가 많다. 사고가 났다하면 헬맷 하나에 의존하는 오토바이 운전자가 큰 부상을 입는 경우도 있다.

그래도 질주를 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먹고 살기 위한 선택'이라고 항변한다.

9일 오후 제주시 연동사거리와 제주도자치경찰대 사거리(옛 제주세무서 사거리).

차량운행이 많은 곳이라 그런지 차량들의 행렬이 끊이지 않았고, 그 중에는 음식 배달이나 퀵서비스 등의 오토바이들도 심심치않게 보였다.

이들 배달오토바이들은 신호를 대기하는 중 정차된 차량 사이를 요리조리 지나가는 곡예운전을 펼쳐 차량행렬의 맨 앞으로 나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또 신호가 바뀌지 않았는데도 출발하거나 옆 차선에 차량이 운행하고 있는 사이로 끼어들고 심지어 인도 위를 달리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다 보니 갑자기 끼어드는 오토바이에 놀란 차량이 급정거를 하는 등 아찔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왜 이렇게 각종 법규를 위반해가며 오토바이를 운전하고 있을까? 배달원들은 배달시간을 단축시키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제주도자치경찰대 사거리(옛 세무서사거리)에서 배달오토바이 한대가 신호를 무시하고 질주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반대편 차선에서 차량들이 운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호를 위반하며 사거리를 통과하고 있는 배달오토바이. <헤드라인제주>
# 치킨집의 '억울함', "닭 튀기는데 걸리는 시간도 있는데..."

반년넘게 치킨집에서 배달일을 하고 있다는 강모 씨(22). 그는 군대에 입대하기 전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다가 치킨집 배달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6개월간 배달일을 하다 보니 별별 경우를 다 겪었다. 특히 배달이 조금이라도 늦은 경우에는 온갖 수모를 다 당한다고 설명했다.

"배달일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배달지역을 헤매다 조금 늦은 적이 있어요. 그때 주문에서 배달까지 50분 정도 걸렸는데 왜 이렇게 늦게 배달하면서 막 욕을하시더라구요. 심지어 돈을 주지 않으면서 그냥 가지고 가라고까지 하더라구요. 솔직히 늦은 것은 인정하지만 닭을 튀기고 하는 시간 생각해보면 그렇게 오래걸린 것도 아니거든요. 배달지역도 좀 멀었구요. 엄청나게 억울하더라구요."

당시 결국 그 닭을 다시 들고 돌아와야했고, '친절한 사장님 덕'에 배상까지는 하지 않았지만 자신이 일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매우 미안했다고 한다.

그는 "다행히 사장님이 좋은 분이라 그냥 넘어갔었지만 화도 많이 나고 사장님께도 매우 미안했었다"면서 "이제는 일에 익숙해지면서 그런 경우는 별로 없지만 아직도 조금만 늦으면 욕을 하는 손님들은 좀 있는 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닭을 튀기는 시간은 정해져 있는데 늦지 않으려면 결국 배달시간이 빨라야 한다"며 "신호와 법규 등을 다지키면 빨리 배달할 수가 없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하소연했다.

그렇게 오토바이를 운전하면 위험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당연히 위험하다. 배달하는 중 아찔한 상황도 여러번 겪었다"면서 "다행히 아직까지 사고가 난 적은 없지만 배달할 때마다 사고가 나는 건 아닐까 무서운 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반대편 차선에서 차량들이 운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호를 위반하며 사거리를 통과하고 있는 배달오토바이. <헤드라인제주>
안전모도 착용하지 않은 상태로 차선을 역주행하며 질주하고 있는 퀵서비스 오토바이. <헤드라인제주>
# 중국음식점  "조금만 늦으면 다시 주문 안해요...어쩔 수 없이 독촉하게 되죠"

배달원들의 이런 고충에 대해 음식점 대표들도 이해하고 있었다. 그러나 장사도 힘겨운 상황에서 이 모든 것을 고려해주기는 힘들다고 말한다.

제주시에서 중국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이모 씨(55).

그는 주변에 중국음식점이 하도 많다보니 배달이 조금이라도 늦으면 손님을 모두 빼앗겨버린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솔직히 주변에 널리고 널린게 중국음식점인데 이런 상황에서 배달이 조금이라도 늦으면 손님들이 다시는 주문해주지 않는다"면서 "최근 물가도 올라서 운영이 힘든데 배달손님마저 떨어지면 음식점 문 닫으라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손님이 끊기지 않으려면 빠르게 배달해야 하는데 음식을 만드는 시간을 줄이는데는 한계가 있으니 어쩔 수 없이 배달시간을 줄여야 한다"면서 "이런 상황이다 보니 위험한 것은 알지만 바쁘게 되면 배달원들을 독촉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경찰에서는 오토바이 사고를 줄이기 위해 실태점검과 교통안전교육, 사업장 중점관리 등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음식점 측에서는 가뜩이나 힘든 상황에서 음식점측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인 대책으로 하소연하고 있다.

위험한 걸 알면서도 주문손님들의 재촉에 어쩔 수 없이 교통법규를 위반하며 배달에 나서고 있는 오토바이들. 한국인들의 '빨리빨리' 문화가 음식점 배달원들에게까지 아찔한 곡예운전을 강요하고 있는 셈은 아닐까? <헤드라인제주>


배달오토바이가 인도 위를 질주하는 경우도 심심치않게 볼 수 있었다. &lt;헤드라인제주&gt;
배달오토바이가 인도 위를 질주하는 경우도 심심치않게 볼 수 있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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