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청 "서열화 우려 없다"...전교조 "일제고사 폐지하라"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 정문 앞에 또 다시 '피켓'이 등장했다. 내일(8일) 시행되는 '교과학습 진단평가'에 반발한 내용의 피켓이다.
피켓을 든 쪽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제주지부(지부장 강동수)로, 이 평가를 '일제고사'로 규정하며 시행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반면 제주도교육청은 학생들이 지난 학년에서 얼마만큼의 학력을 쌓았는지, 교과별로 부진한 요인과 영역은 무엇이 파악하기 위해 이번 평가가 필요하다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대립각의 중심에 있는 '교과학습 진단평가'는 무엇일까? 전교조 측에서는 어떤 이유로 이의 시행을 반대하고 있을까?
# 교과학습 진단평가, 학습 부진 최소화하는 '출발 전 행동'
교과학습 진단평가는 제주교육과학연구원이 주관하는 것으로 국어, 수학, 사회, 과학, 영어에 대해 직전 학년의 모든 범위를 대상으로 시행된다. 초등학교는 4지 선다형, 중학교는 5지 선다형으로 치러지고, 인천광역시교육청에서 출제를 맡았다.
평가 결과는 점수화 돼 공개되지 않고, 교과별로 성취수준에 도달했는 지 여부를 '도달, 미도달' 두 가지로 구분해 개인에게 통지된다.
미도달 학생에 대해서는 학습부진학생 책임 지도제가 운영되고, 학교별 자체 지도계획에 따라 개인별로 지도.관리하게 된다.
즉, 새로운 학년이 시작되기 전 '출발 전 행동'의 하나로 학생이 얼마만큼의 학력에 도달했는 지를 진단하는 성격의 평가다.
교육과학연구원의 강창우 교육연구사는 "학년 초에 신뢰성있는 진단평가 도구를 보급해 학습부진을 최소화하자는 게 이 평가의 취지"라며 "성적이 공개되지 않아 서열화되지 않을 뿐더러, 학교 간 경쟁을 부추기는 우려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 교사 평가권 침해한 일제고사...학교 간 경쟁 유발
그런데 전교조 제주지부의 생각은 교육과학연구원과는 달랐다.
전교조 제주지부는 우선 이 평가가 제주도내 초등학교 4,5학년과 중학교 1,2학년을 포함해 전국적으로 '일제히' 치러지는 점을 문제 삼았다.
전교조는 교과학습 진단평가와 함께, 지난해 7월 시행된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도 일제고사로 규정하며 이의 폐지를 촉구한 바 있다.
전교조 제주지부는 교과학습 진단평가 시행을 하루 앞둔 7일 성명을 내고, "진단평가는 학교나 학급, 교과담당 교사가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단할 평가문항을 만들어 진단하는 것인데, '일제히' 치러지면서 본래 목적을 상실했다"고 지적했다.
실제 서울, 경기 등 진보성향의 교육감이 있는 교육청 6곳에서는 이 평가 예산을 책정하지 않아 시험 시행 여부를 학교의 자율적 판단에 맡겼다.
제주도교육청은 진단평가 시행 여부를 학교의 자율적 판단에 맡기지 않으면서 '교사의 평가권'을 침해했다고 전교조는 지적했다.
전교조는 또 새로운 학년이 시작되는 시기에 학생들의 적성이나, 교우관계, 진로, 학력 등 생활 전반을 파악할 수 있도록 진단 활동이 이뤄져야 하는데, 진단평가로 인해 학교 간 경쟁만을 부추긴다고 비판하고 있다.
강동수 전교조 제주지부장은 "제주도교육청은 진단평가의 의미를 알고 올바르게 시행해야 한다"며 "평가권을 학교 자율에 맡기고 교사의 평가권을 인정해 학교 간 경쟁을 부추기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학기 초 부진 학생을 줄이는 게 최선인지, 교사의 평가권을 보장하는 게 우선인지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전교조 제주지부는 오늘 오후 5시 퇴근시간께 제주도교육청 앞에서 피켓 시위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교육과학연구원은 예정대로 내일 이 평가를 시행키로 했다. <헤드라인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