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청도 모르는 'S고등학교', "뭔가 이상하네?"
상태바
교육청도 모르는 'S고등학교', "뭔가 이상하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초점] '뜬금없는' 자율형 사립고 소식에 교육청 당국 '화들짝'
S학원, "남원읍에 고교 건립"...교육청 "우리도 모르는 일"

서귀포시 남원읍 하례리에 수용인원 450동의 교사동과 기숙사 등을 갖춘 '자율형 사립고등학교'의 설립이 추진되고 있다. 고등학교가 하나 없는 남원읍 지역에서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현상설계공모 등을 거쳐 학교건립을 한다고 하면서도, 정작 정상적인 학교 설립에 따른 인허가 절차는 전혀 진행되지 않아 의아스러움을 갖게 하고 있다. 교육청도 모르는 학교 건립이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3일 서울 소재 가칭 '제주S학원 설립추진위원회'에 따르면, 추진위는 남원읍 하례2리에 학교 부지를 구입, 지하 1층, 지상 4층의 전체 연면적 1만6884㎡ 규모로 자율형 사립고등학교를 설립할 계획이다.

이 추진위의 말을 그대로 빌자면, 기독교학교로 설립되는 이 학교 명칭은 가칭 '제주S고등학교'로, '자연친화형 인재양성의 요람'이라는 타이틀을 달고있다. 교회 장로와 목사 등이 추진위 이사로 참여하고  2013년 개교 목표다.

제주S학원 설립추진위는 이미 지난해 10월 현상설계공모를 진행했는데 서울에서 3곳, 제주 2곳 등 모두 5곳이 응모했다.

3일 그 결과가 발표됐는데, 제주도내 주식회사 종합건축사사무소 A건축에서 응모한 작품이 당선작에 선정, 학교 밑그림까지 그렸다. 조감도와 설계 밑그림이 이미 그려진 것이다.

이 정도면 뭔가 학교건립이 활발히 추진되는 듯 보인다.

그러나 이상한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학교설립의 인.허가권을 갖고 있는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은 정작 이 학교 건립 추진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

정상적인 학교설립 절차가 전혀 진행돼 있지 않았다.

현행 법상, 학교를 설립하기 위해서는 첫째로 교육환경평가를 거쳐야 한다. 교육환경평가에서 학교가 들어설 부지가 선정되면 설립계획을 승인받게 된다.

이 단계에서 건물 디자인 등이 정해지게 되고, 그 다음에야 제주도교육청 측에 설립 인가를 신청할 수 있다. 여기서 교육감의 승인을 얻어야만 개교 준비에 들어갈 수 있는 순서다.

이처럼 가장 첫째 순서인 교육환경평가에서 '부지 선정'이 이뤄지게 되는데, 설립추진위 측은 이 과정을 밟지 않았다는 게 제주도교육청의 설명이다.

제주도교육청 사학담당자는 "S고등학교에 대해 들어본 적도 없다"며 "디자인 공모를 하기 전에 교육환경평가를 거쳐야 하는 게 순서인데 뭔가 이상하다"고 말했다.

이 담당자는 이어 "만약 이 절차대로 학교 설립을 추진해 나간다면 정식 승인을 얻지 못한 학교가 될 것"이라며 "학생이 정상적으로 모집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말로 학교 설립을 계획하는 것이라면 지금이라도 정상적으로 교육청의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청 당국의 입장을 종합해보면 지금까지 S고 건립을 위해 절차가 진행된 것은 전혀 없다는 것이다. 결국 설계 디자인까지 마쳤다고 하지만, 이는 앞뒤가 맞지 않는 비정상적인 절차다.

2009년 5월과 11월에 자율형 사립고 공모신청을 받았으나 단 한곳도 신청하지 않아 불발된 바 있다.

따라서 자율형 사립고를 건립할 계획이라면 먼저 공모와 인허가 절차를 밟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이 교육청 당국의 입장이다.

교육청과 마찬가지로 정작 해당지역 인사들도 이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

남원읍 지역의 한 인사는 "우리도 전혀 모르는 일"이라며 "남원읍에 고등학교가 하나 없어 학교가 있었으면 바람이 큰 것은 사실이지만, 정상적으로 추진될 학교였다면 지역사회에 한번 논의도 안했겠느냐"고 말했다.

이에대해 <헤드라인제주>는 3일 S고 설립추진위 관계자와 전화인터뷰를 시도했지만, "윗분과 논의를 해본 후 연락을 주겠다"며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그러나 4일 S고 설립추진위 관계자는 <헤드라인제주>와의 통화에서 "조용조용히 하려고 한 것이고, 알려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며 "교육청에서 이 사실을 몰랐던 것은 알리지 않았기 때문에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땅은 3년전에 구입했고, 자체 비용을 써가며 준비하고 있었는데, 앞으로 교육환경평가 등 관련 절차 등을 진행할 것"이라며 "좋은 취지로 시작한 것인만큼 불필요한 오해를 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헤드라인제주>

*위 기사의 내용 중 하단부분의 S고 설립추진위 관계자 코멘트는 4일 관계자와의 전화통화가 이뤄지면서 보완된 것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