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포임대' 팻말 나붙은 상가, 찬바람만 "쌩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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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포임대' 팻말 나붙은 상가, 찬바람만 "쌩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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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절망하는 옛 제주대병원 상권, 상인들 "고사 직전"
'도심캠퍼스 조성 계획' 불구 예산문제 2년째 '제자리'

제주시 삼도2동에 위치한 옛 제주대학교병원 인근 상권.

불과 2년전 만 하더라도 이 곳은 지나다니는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인근 골목마다 주차할 곳이 없을 정도로 차량과 사람의 통행량이 많았다.

그러나 병원이 지금의 아라동으로 이전한 후 이곳은 초토화됐다. 옛 중앙로 상권의 명성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병원을 중심으로 형성됐던 점포들은 '점포임대' 등을 내걸고 셔터문을 내린지 오래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도 이곳의 문제를 직시하고 후보마다 옛 제주대병원 활용대책을 약속했지만 아직까지 이렇다할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도심 캠퍼스'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지 2년이 다 됐다. 하지만 진전된 게 전혀 없어 주변 상인들은 절망에 빠진 모습이다. "고사되기 일보직전"이라고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옛 제주대병원 건물. 앙상한 철문만이 녹슨 채 잠겨 있다. <헤드라인제주>
옛 제주대병원 건물 곳곳이 낡아있다. <헤드라인제주>
건물 외벽에 남아있는 흔적만이 옛 제주대병원 자리였음을 알려주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새학기가 시작된 2일, 제주시청 인근 상권은 대학생들로 북새통을 이뤘지만, 이곳은 스산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옛 제주대 병원 부지를 지키고 있는 건물에는 사람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다. 건물 곳곳이 낡아 있었고, 입구에는 앙상한 철문만이 녹이 슨 채 잠겨 있었다.

건물 외벽에 희미하게 남아있는 '제주대 병원'이라는 글귀만이 이 곳이 옛 제주대 병원이었음을 짐작케 했다.

제주대 병원이 지난 2009년 3월20일 지금의 아라동으로 신축 이전하면서 옛 병원 부지에는 텅 빈 건물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주 고객층이었던 환자와 보호자, 그리고 병원 관계자 등이 떠나면서 주변 상권은 손님이 뚝 끊겼고, 깊은 침체에 빠졌다.

병원 앞에서 16년째 슈퍼마켓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 씨는 "병원을 옮기기 전과 옮긴 뒤의 매출이 하늘과 땅 차이"라며 "도심 캠퍼스다 뭐다 계획만 거창했지 아무것도 이뤄진 게 없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바로 옆 약국 두 곳은 이미 문을 닫은지 오래. 약국 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건물 임대'를 알리는 문구가 붙어 있었다.

마침 약국을 들렀던 옛 주인 고모 씨는 "병원이 옮기면서 약국 운영이 안돼 문을 닫았다"며 "도심 캠퍼스를 한다던 제주대가 계속 예산 타령만 하고 있어 절망감마저 느낀다"고 말했다.

옛 제주대병원 옆에 위치한 약국은 이미 문을 닫았다. <헤드라인제주>
옛 제주대병원 옆에 위치한 약국은 이미 문을 닫았다. <헤드라인제주>

'도심 캠퍼스' 조성 계획은 허향진 제주대 총장이 지난해 3월24일 취임 기자회견을 통해 공식적으로 밝혀졌다. 평생교육원과 예술학과 등을 옛 병원 부지로 이전해 주변 상권을 다소나마 살리겠다는 계획이었다.

당시 허 총장은 기자회견에서 "대학 자체에서 실시된 용역보고서를 토대로 (옛 병원 부지에) 도심 캠퍼스를 건설하겠다"고 말했다.

허 총장은 "여기에는 200-300억원의 예산이 필요한데, 사업 추진에 있어서 가장 큰 걸림돌은 예산 확보"라며 예산이 부족해 당장은 사업 추진이 불가능함을 어필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지금은 어떨까? 여전히 '예산 부족'을 이유로 사업에 진전이 없었다.

제주대 기획처 관계자는 "도심캠퍼스 조성에 따른 기본시설을 짓는데만 최소 100억원이 든다"며 "지난해 총장이 밝힌대로 200-300억을 확보하기에는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 1년 동안 나름대로 예산을 마련해 왔지만 사업을 추진하기에는 여의치가 않는다"며 "국고를 확보하고 외부기업체나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예산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2년이 다 되도록 예산 타령만 하고 있는 제주대 측의 모습에 주변 상인들의 한숨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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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다 2011-03-02 19:01:58 | 210.***.***.157
지난해 가을에 일본의 재력가라 100억원을 발전기금으로 희사한 것으로 기억합니다.
제주대 발전기금이 상당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도심 캠퍼스도 엄연히 제주대의 일부인 만큼 발전기금을 사용해도 무방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