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앗긴 '천막', "서럽지만, 봄은 오긴 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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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앗긴 '천막', "서럽지만, 봄은 오긴 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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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100일간의 천막농성 이끈 부장원 민주노총 조직부장
"100일간의 농성 성과?...이뤄진 게 없네요"

제주도청 앞 천막농성이 처음 시작된 것은 지난해 11월 23일.

그 어느 해보다 매서웠다는 혹독한 겨울을 이겨내고, 3월2일로 꼭 100일이  됐다. 초겨울에 시작한 농성이 어느덧 완연한 봄을 맞은 것이다.

이제는 천막마저 빼앗겨버리고 차가운 길 위에서 노숙투쟁을 전개하고 있는 노동단체 관계자들.

제주도청 앞 인도 한편에 피워둔 불을 쬐고있는 조합원들 사이에서 지금까지 천막농성을 이끌어왔던 부장원 민주노총 조직부장을 만날 수 있었다.

천막농성장이 강제철거된 후 제주도청 앞에서 노숙투쟁을 벌이고 있는 제주지역 노동단체 관계자들이 추운날씨에 길가에 피워놓은 불을 쬐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제주지역 노동현안을 챙기고, 행사를 기획하는 한편, 천막농성을 이끌어 온 그를 통해 '농성 100일'을 되돌아볼 수 있었다.

농성에는 민주노총 제주본부를 비롯해 전국공공서비스노조 의료연대 제주지부, 제주지역일반노조 우성아파트 지회, 제주지역 일반노조 동서교통지회 등이 참여했다. 각 사업장마다 요구하는 내용은 달랐지만, 노동문제 해결을 요구하며 제주도청 앞에서 천막농성에 들어갔다.

제주의료원 단체협약 일방해지와 간호사 인력부족 문제 해결 등을 요구해왔다.

도립예술단은 해고 조합원 복직과 단체협약 체결을, 우성아파트 지회는 불법 비리행위에 대한 관리감독 및 행정처벌을 요구했다.

동서교통 단체협상 체결과 유가보조금 전액 환수, 근무일수 보장 등의 문제도 그들의 요구사항이다.

매일 집회를 가지며 요구사항을 외쳤지만 아직까지는 가시적인 성과가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12월 28일 제2차 노정교섭에서 우근민 제주도지사와 악수를 나누고 있는 부장원 조직부장. <헤드라인제주>

천막농성 한달만인 지난해 12월 23일에야 겨우 제주도정과 노동현안 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자리를 마련했지만, 두차례의 협의도 진전을 보지 못했다.

두번째 노정교섭에서는 다행히도 제주의료원 사실조사단 구성, 우성아파트 장기수선충당금 조사 등 대략적이나마 현안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제시가 이뤄졌다.

두차례의 노정교섭 결과, 제주도가 드디어 노동문제 해결을 위해 나서기 시작했다.

제주의료원 문제와 관련해서는 노동조합 관계자 등을 자문위원으로 위촉하는 '제주의료원 노동현안 해결을 위한 사실조사단'을 운영했다.

또 제주의료원의 요양병원 전환을 위한 노사민정 협의체가 구성돼 제주의료원 요양병원 전환방안을 논의하고 제주도의회에서도 제주의료원 노동자들의 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우성아파트의 경우 아파트 불법비리행위에 대해 감사위원회 차원에서 조사를 벌이겠다고 약속하고 제주시에서는 의무관리대상인 공동주택 51개소에 대한 감사를 실시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는 등 조금씩 문제해결의 실타래가 풀리는 듯 했다.

그러던 중 지난달 21일 오전 9시 30분 제주시가 기습적인 천막철거를 강행했고 노동조합에서는 이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며 결국 충돌이 발생했다.

지난달 21일 제주시의 기습적인 천막철거 당시 부장원 조직부장을 비롯한 노동조합 관계자들이 강하게 반발하며 천막철거를 막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지난달 21일 천막철거에 대해 항의하고 있는 부장원 조직부장. <헤드라인제주>

특히 물리력에 의해 강제로 천막을 철거당한 노동조합 관계자들은 우근민 제주도정을 비난했고 결국 앞으로 정권퇴진 운동을 전개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노동현안 해결을 위한 모든 활동이 중단됐다.

거기에 제주의료원 노동현안 해결을 위한 사실조사단의 불성실한 조사태도와 반노조성향의 발언, 그리고 도립예술단 노동조합 지회장을 비롯한 노조원들에 대한 근로계약 해지 문제까지 벌어지면서 노동조합과 제주도간의 감정의 골은 더욱 깊어져만 갔다.

부 조직부장도 천막철거에 따른 감정이 아직 풀리지 않은 듯 했다. 그는 "지금까지 100여일간 제주도를 상대로 농성투쟁을 벌여왔지만 귀를 닫고 눈을 감은 제주도가 제주지역 노동현안 해결을 위한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면서 "그동안 고생한 것에 비해 눈에 보일만한 가시적인 성과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제주의료원 사실조사단의 최종보고서를 읽어봤지만 갈등의 원인을 해결하려기 보다는 사용자측에 유리하게 짜맞추기 식으로 만들어 졌다"면서 "결국 문제해결을 위한 의지를 보였던 행동은 시간을 끌기 위한 요식행위에 불과했던 것"이라고 비난했다.

모처럼 좋은 방향으로 가는가 했더니 '도로아미타불'이 되어버린 상황. 노동현안 해결의 길은 멀어지기만 하고 있다.

# "결혼한지 약 1년째...딸이 아직도 아빠를 못알아보고 낯을 가려요"

부장원 민주노총 조직부장. <헤드라인제주>
해결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제주지역 노동현안들. 그러나 부 본부장을 힘들게 하는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천막농성을 시작한 후 집에 들어가본 것이 손으로 꼽을 정도라는 부 본부장. 그는 아직 결혼한지 1년정도 되는 신혼부부였다. 특히 그의 딸은 아직까지 돌도 지나지 않았다고 한다.

다행히 부 조직부장의 부인도 제주환경운동연합에서 시민사회운동을 하고 있어 부 본부장의 천막투쟁을 이해해주는 듯 했다. 그러나 천막농성이 점차 길어지면서 가족들에게도 미안해지고 있다.

특히 집에 들어가는 일이 적고 기껏 들어가도 늦은시간대이다 보니 그의 딸은 아직도 아빠를 알아보지 못하고 낯을 가리고 있다고 한다.

"솔직히 집사람도 시민사회운동을 하고 있는 활동가고 내가 천막농성을 하는 것을 이해해 줄 것으로 알았는데 천막농성이 너무 길어지니까 집사람에게도 눈치도 보여요. 이렇게 길어질 줄은 몰랐는데...저만 그런 것은 아니고 여기있는 사람들 다 그래요. 천막농성이 너무 길어지니까 경제적으로, 가정쪽에서 문제가 생기고, 육체적인 피로와 정신적인 부담감에 힘들어하고 있죠."

# "언젠가 추운 겨울이 가고 봄이 오길 기대하며 천막농성을 이어가고 있죠"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서도 천막농성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이어가겠다는 부장원 조직부장. 그는 천막농성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열악한 근로환경에서 일하고 있는 공공기관 근로자들의 현실을 알아주었으면 한다는 뜻을 밝혔다.

"솔직히 여기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도 산하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무기계약직들이에요. 그동안 사람들은 공공기관 근로자들의 열악한 근로환경을 잘 알지 못했을 텐데 우리가 이렇게 나섬으로써 그나마 어려운 현실이 도민들에게 알려지게 됐죠. 이를 통해 공공기관 근로자들의 근로환경이 좋아진다면 그것도 성과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부 조직부장은 "솔직히 지금은 다양한 어려움이 힘들어하고 있지만 빠른 시일내 이 문제들이 모두 해결됐으면 좋겠다"면서 "모두가 추운 겨울이 가고 따뜻한 봄이 오길 기대하면서 이렇게 천막농성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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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 2011-03-04 13:53:31 | 121.***.***.114
김두영기자는 3월2일부터 4일까지 예비군훈련 동원돼 열심히 훈련받고 있습니다.^^ 3월6일부터 아주아주 열심히 하겠다고 하네요.

박덕배 어린이 2011-03-04 13:34:46 | 211.***.***.89
김두영 기자가 안보이네요? 어디 편찮으신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