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급식, "고기를 넣을까요? 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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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급식, "고기를 넣을까요? 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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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천정부지 고기값에 개학 앞둔 급식 "어쩌나"
영양사 "치솟은 단가에 난감...고기 메뉴 줄일 수도"

제주시내 모 초등학교 영양사 K씨.

출산 휴가를 마치고 학교에 복직한 그는 28일 새학기 식단을 짜다가 난감한 상황에 이르렀다. 출산 휴가를 떠나기 전인 지난해 초보다 식재료 값이 터무니 없이 올랐기 때문이다.

특히 전국적인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AI) 파동으로 인해 돼지고기, 닭고기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고민이 깊어졌다.

인스턴트 음식을 쓸 수도, 채소만 먹일 수도 없는 터라 '고기 메뉴'가 필요하지만 주어진 예산으로는 그가 구상하는 식단을 짜기가 어려워졌다.

K씨는 "돼지고기와 닭고기 단가가 너무 올랐다"며 "다른 고기로 대체하려 해도 많은 소들이 살처분되는 바람에 쇠고기도 구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급식 예산이 지난해보다 오르기는 했지만 물가가 너무 올라 버겁다"며 "일주일에 고기 메뉴를 2번 급식하던 것을 1번으로 줄이던지 다른 방안을 찾아야 할 지경"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개학이 코 앞으로 다가온 학교 급식 영양사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주요 식재료 가격이 치솟은데다 뾰족한 수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급식 현장에서 주로 걱정하고 있는 품목은 돼지고기.

제주특별자치도가 집계한 자료를 보면, 학교 급식에서 많이 사용되는 앞다리 부위는 이달 들어 kg당 평균 도맷값은 9500원으로, 지난해 평균 8000원보다 1500원 올랐다.

닭고기도 상황은 비슷하다. 한국계육협회에 따르면, 생닭이 kg당 2401원으로, AI가 확산되기 전인 지난해 12월 1735원보다 40% 이상 가격이 올랐다.

보통 돼지고기와 닭고기는 겨울철이 비수기이지만, 구제역과 AI 파동으로 인해 가격이 치솟고 있는 상황이다.

제주도 축정과 관계자는 "돼지고기의 이동제한이 걸려있고, 살처분된 수가 많아서 당분간 이정도 가격이 계속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성수기인 5월부터 여름철에는 조금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교육청 당국에 급식 예산을 추가로 지원해줄 것을 요청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난감하기는 교육청도 마찬가지.

예상치 못했던 구제역과 AI로 인해 식재료 값이 올랐다고는 하지만, 이미 인상된 급식 예산을 더 올릴 수도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제주도교육청의 급식업무 관계자는 "한끼 급식에 지원되는 예산이 지난해보다 200-300원 올랐는데, 이는 평균 인상폭의 2배"라며 "지금이 구제역으로 인해 어려운 상황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급식비 단가를 올릴 수는 없다"고 난감해했다.

이 관계자는 "우선은 학교의 영양사들이 머리를 짜내어 긴축 재정을 운영하도록 했다"며 "도저히 안되면 (추가 지원 등의)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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