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선수 출전권의 '성적 잣대', 꼭 이래야 하나?
상태바
학생선수 출전권의 '성적 잣대', 꼭 이래야 하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취재수첩] 교육청의 '출전권' 부여방침과 학생선수의 '권리

전국의 학교 운동부에서 활동하고 있는 '학생 선수'들은 꿈이 있다. 나중에 커서 박지성 선수나 박찬호 선수와 같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선수가 되겠다는 꿈.

수많은 학생 선수들과의 치열한 경쟁 끝에 뽑고 뽑히는 현실 속에서, 그들에게는 하루가 짧다. 기량을 쌓기 위해 하루종일 노력하고 연습해야만 하는 상황이지만, 그들 앞에 새로운 장애물이 나타났다. 바로 '학업 성적'이다.

운동만 잘하면 될 줄 알았던 학생 선수들은 이제 공부도 잘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경기에 출전할 수 없게 된다. 쌓아둔 기량이 빛을 잃을 처지에 놓인 것이다.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이 3월 새학기부터 초등학교 4-6학년 학생 선수들을 대상으로 '최저 학력제'를 도입키로 한 것이다.

'최저 학력제'는 1, 2학기말 시험 성적을 기준으로 해, 학생 선수들은 전교 평균 성적의 일정 범위 안에 속하도록 한 제도다. 초등학생은 전교 평균의 50%, 중학생은 40%, 고등학생은 30%를 최저 학력으로 정했다.

이 범위에 들지 못한 학생들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체육단체 등에서 개최하는 대회에 출전할 수 없게 된다. 가까운 예로 백호기나 백록기 축구대회에서부터 도지사배 등의 타이틀이 붙은 대회, 그리고 소년체전과 전국체전 등이다.

이러한 내용을 골자로 하는 '공부하는 학생 선수 육성을 위한 주요업무 계획'은 학생 선수들이 운동만하고, 공부를 소홀하는 하는 문제가 있음에 따라 마련됐다.

그러나 이 계획이 아무리 '학업성취도'를 높이려는데 목적이 있다고 하지만, 학생 선수에 대한 '성적 잣대'는 적지않은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성적 만능주의란 발상이다. 학생 선수도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는 측면은 공감하지만, 성적을 갖고 경기에 출전시킨다는 것은 과잉적 제한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학생 선수들은 강요나 압박이 아닌, 스스로의 의지에 의해 운동부에 가입하는 게 대부분이다. 자신의 꿈과 미래, 진로를 개척하기 위해서다.

스스로의 선택인 만큼, 학생 선수들은 경기에 출전해 기량을 펼치고 싶어하고, 더 큰 무대에서 자신의 기량을 뽐낼 수 있는, 큰 선수가 될 수 있는 '준비'에 시간을 투자할 수 있다.

운동을 하는데 1시간을 더 투자할 것인지, 아니면 운동시간을 줄이고 수업에 더 참여할 것인지는 어디까지나 해당선수와 학부모 결정할 몫이다. 연습이 더 필요한 선수에게, 경기가 임박했는데도 수업에 꼭 참여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모순이다.

세계적 선수가 되기까지 자신의 플랜에 의해 피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데도 성적을 잣대로 해 경기출전권을 제약시킨다면 과연 체계적 선수관리 프로그램이 이뤄질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기량'이 아닌 '성적'으로 출전권이 부여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맞지 않는 말이다.

이번에 교육청이 발표한 계획을 보면 시험 성적 전교 평균의 일정 범위에 들기 위해 운동이 아닌 시험 공부를 해야한다. 그 범위에 들지 못하면 따로 마련된 학력증진 프로그램에 60시간 이상 참여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만 어렵사리 경기에 출전할 수 있게 된다. 성적이라는 '잣대'가 학생 선수들의 권리적 측면을 제한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구시대적 발상이고, 권위적 통제방식에 다름없다.

제주도교육청은 오는 2017년 고등학교 3학년까지 이 제도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아직 시간이 남아있다. 학생선수 출전권 부여와 관련한 '조건'을 규제사항으로 할 것이 아니라, '권장사항'으로 바꾸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헤드라인제주>

<조승원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딥페이크등(영상‧음향‧이미지)을 이용한 선거운동 및 후보자 등에 대한 허위사실공표‧비방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삭제 또는 고발될 수 있음)
댓글수정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