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게 그린 벽화에 낙서...도대체 누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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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게 그린 벽화에 낙서...도대체 누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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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취재] 일도2동 골목길 문화의 변화와 '수난'

제주시 일도2동 중앙병원 뒷편의 두맹이골목과 인근 골목들.

낡고 오래된 집들이 모여있어 음산한 기분마저 들었던 이 골목길들이 '공공미술 프로젝트'가 시행되면서 옛 추억을 더듬게 하는 새로운 명소로 각광받고 있는 곳이다.

일도2동은 3년전부터 많은 공을 들여 두맹이골목을 비롯한 인근 골목길을 새롭게 단장하기 위해 공공미술 프로젝트 사업과 주민자치 특성화사업을 추진, 곳곳에 벽화를 그려넣었고 거주하는 시민들로부터 많은 호응을 받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공들인 보람도 없이 일부 벽화가 크게 손상되고 있다. 악질적 장난으로 느껴지는 낙서가 그려지면서 이곳을 지나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는 것이다.

제주시 일도2동 골목길에 그려진 벽화에 스프레이식 페인트로 낙서가 돼 있어 인근주민들이 불쾌해 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취재진이 22일 오후 방문한 일도2동 두맹이 골목과 인근에 위치한 신산로길.

골목 곳곳에 그려진 벽화들은 관리가 잘 되고 있었던 것인지 3년전에 그려졌다고 하지만 깨끗하게 남아있었다. 그림들의 종류도 다양했다.

이제는 TV에서만 볼 수 있는 70∼80년대의 시대상과 화사한 꽃들, 만화캐릭터 등의 모습들이 골목 곳곳에 수놓아져 있었다.

벽화가 그려진 것을 몰랐던 것일까.

마침 그곳을 지나가던 한 시민은 벽화를 보고 놀라며 감탄해 하는 모습이 보였다. 골목길 곳곳에서는 화사한 벽화를 배경으로 뛰어놀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도 보여 친구들과 함께 놀았던 옛 기억을 자극하기도 했다.

# "힘들게 그려진 벽화에 민망한 낙서...누군지 정말..."

두맹이골목 인근에 위치한 일도2동 신산로1길. 이 곳은 일도2동이 2008년 공공미술 프로젝트 사업의 일환으로 조성한 두맹이골목의 반응이 좋자 2009년 주민자치 특성화사업으로 벽화를 그려넣은 곳이다.

벽화는 아이들이 말과 함께 뛰어노는 동화적인 그림과 꽃, 낙엽 등이었는데 벽화 곳곳에 다양한 낙서가 돼 있었다.

아이들이 뛰어노는 그림에는 파란색 스프레이식 페인트로 그림을 그려놓았고, 양말이 널려있는 모습의 벽화에는 사람이름과 크리스마스 등의 글자가 쓰여 있었다.

또 은행잎과 낙엽이 그려진 벽에는 빨간색 스프리이식 페인트로 욕설이 적혀있기도 했다.

제주시 일도2동 골목길에 그려진 벽화에 스프레이식 페인트로 낙서가 돼 있다. <헤드라인제주>
제주시 일도2동 골목길에 그려진 벽화에 스프레이식 페인트로 낙서가 돼 있다. <헤드라인제주>
두맹이골목도 마찬가지였다. 다행히 벽화에 직접적으로 그려진 것은 아니지면 벽화 바로 옆 빈공간에 커다란 그래피티(graffiti 벽이나 그밖의 화면에 낙서처럼 긁거나 스프레이 페인트를 이용해 그리는 그림)가 그려져 있었다.

검은색과 파란색 스프레이 페인트로 그려진 미완성의 그래피티는 커다란 하나의 낙서처럼 보였고 옆에 그려진 벽화와 비교되면서 전체적인 분위기를 해치고 있었다.

신산로1길에 거주하는 강모 씨(52, 여) "사람들이 힘들게 그려놓은 벽화에 누가 이렇게 몰상식한 짓을 해놓았는지 모르겠다"면서 화를 냈다.

"그때 화가로 보이는 사람들과 학생들이 상당히 많이 몰려와서 오랫동안 이 벽화를 힘들게 그려서 완성해 놓은 건데 누가 이렇게 낙서를 해놓았는지 알 수가 없네요. 자기들 딴에는 장난이라고 해놓은 것 같은데 장난도 정도것 해야지 이건 좀 심하지 않아요?. 솔직히 벽화에 그려진 낙서 중에는 얼핏보면 민망해 보이는 것도 있어 아이들이 보고 무슨생각을 할지 걱정도 되네요."

주민들도 벽화에 그려진 낙서를 지워볼까 했지만 스프레이식 페인트로 그려진거라 솔로 밀면 벽화도 함께 지워질 것 같고 페인트로 덮으려고 해도 벽화를 망칠 것 같아 선뜻 나서지 못했다고 한다.

두맹이골목도 낙서를 피할 수 없었다. 다행히 벽화 자체에는 낙서가 되지 않았지만 바로 옆에 그려진 미완성의 그래피티가 이질감을 주고 있었다. <헤드라인제주>
# 일도2동, "정비사업 계획해 빠른시일내 낙서 제거하겠다"

일도2동에서는 벽화의 낙서에 대해 모르고 있었다. 특히 신산로의 경우 두맹이골목과 약간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고 민원도 접수되지 않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취재진으로 부터 벽화의 낙서에 대해 이야기를 들은 일도2동에서는 두맹이골목과 신산로길의 낙서를 최대한 빠른시일내 수정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일도2동 관계자는 "그 지역 주민들로부터 민원이 접수되지 않아 낙서에 대해 알지 못했다"면서 "최대한 빠른시일내 현장을 확인한 후 보수계획을 세워 낙서를 제거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두맹이골목을 널리 알리기 위해 마을 특수시책으로 두맹이골목 특성화센터 구축사업에 대해 논의 중인데 이와 함께 벽화의 보수에 대해서도 주민자치위원들과 의논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낡은 골목길의 분위기를 바꾸고 주민들에게 활력을 주기 위해 시행된 벽화사업. 하지만 일부 몰지각한 시민들의 장난으로 마을주민들은 물론 지나가는 일부 시민들도 불쾌해 하고 있다.

멋진 골목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일부 시민들의 공공의식 부재가 아쉽기만 하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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