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것들은 장애인에 대한 배려가 아닙니다. 권리입니다. 장애인들은 동정이 필요한, 배려가 필요한 대상이 아니랍니다.'
댓글을 보는 순간 뒤통수를 한대 맞은 기분이었다. '아차'하는 생각에 기사를 다시 훑어보니 역시 곳곳에 흔적이 남아있었다.
장애인종합복지관 내 현금인출기에 대한 문제점을 짚은 [2월 15일자 <헤드라인제주> 손 닿지 않는 '현금인출기', 휠체어장애인 '속상']기사는 지적받은 그대로 취재할때부터 '배려'의 차원에서 접근했지 '권리'의 차원으로 접근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 기사는 제주시 탐라장애인종합복지관 내에 설치된 현금인출기가 정작 휠체어 장애인들은 이용하기 어렵게 설치된 문제를 지적하고자 했다. 보통 금융기관에 설치된 현금인출기가 똑같은 모습으로 복지관 내에 설치되면서, 휠체어 장애인들은 이를 이용하는데 큰 애를 먹고있었다.
휠체어를 타고 접근하면 기계의 화면은 머리보다 위에 있다. 숫자를 누르는 키패드도 마찬가지다.
다른 곳도 아니고, '장애인종합복지관'이라는 타이틀을 단 건물 내부의 현금인출기가 막상 장애인들이 사용할 수 없게끔 만들어 진 것은 '넌센스'였다.
그렇게 시작된 취재였다. 그동안 장애인 인권이나 권익옹호적 측면의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취재를 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도 했다.
특히 <헤드라인제주>의 편집방향은 철저하게 '사람 중심의 보도'를 강조해왔고, 그 중에서도 어떤 문제가 있을 때 사회적 약자의 편에 서는 것을 우선적인 가치로 삼았기에 기쁘게 따라갈 수 있었다.
하지만, 나름 할만큼 했다고 자만했던 탓일까.
부끄럽게도 '꼭 그렇게 돼야한다'는 장애인들의 권리를 주장하지 못한 '되면 좋고, 안되면 어쩔 수 없고'식의 기사는 그들의 심기를 오히려 불편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뼈아픈 댓글에 더 큰 감사함을 느낀다. 이렇게나마 지적당하지 않았다면, 별다른 병치레 없이 건강하게 살면서 굳어버린 관점을 바꿀 수 없었다는 생각 때문이다.
별 생각없이 지나칠 수 있는 '현금인출기'부터 그들에게는 박탈당한 권리였다. 그것도 다른 곳도 아닌 내 집처럼 편하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할 복지관의 허술함은 더욱 뼈아픈 실책이었던 것이다.
복지관측의 설명처럼 다른 이들의 인권도 중요하다. 경사로나 리프트의 설치가 다른 유형의 장애인들에게 안전사고의 위험을 일으킬 수 있다는 설명이 일순 이해가 가기도 하는 부분이다. 청각장애인, 시각장애인, 노약자 장애인들은 물론 비장애인들의 인권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 무게는 한치의 오차도 없이 같다. 누구나 같은 대우를 받아야 하고, 같은 권리를 주장할 수 있어야 한다. 리프트 설치가 다른 유형의 장애인들에게 위험하다면 다른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복지관측은 결과적으로 현금인출기의 교체로 가닥을 잡았다. 복지관측은 18일 오전 회의를 갖고 이 문제를 논의한 후 해당은행 지점을 방문해 현금인출기 교체를 정식으로 건의하기에 이르렀다.
다행히 상황은 긍정적으로 흐르고 있다. 기사가 보도된 후 복지관측은 관련 직원간의 회의를 통해 목소리를 모았고, "본점에서 할 일이다, 지점에서 할 일이다" 서로 책임을 떠넘기던 해당 은행은 관련 사안에 대한 재검토를 약속했다.
은행측이 본점과 논의해 좋은 소식을 전해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어울리지 않는 '현금인출기'를 둘러싼 '문제인식' 공유는 이뤄진 것이다.
최종적인 결과물은 조금 더 기다려야겠지만, 다시 한번 희망을 걸어야겠다. 되면 좋고 안되면 어쩔 수 없는 사안이 아닌 꼭 이뤄져야 하는 사안이기에.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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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라인제주의 기사가 있었기에 이문제에 대한 고민을 할수 있었고 좋은대안이 만들어진것입니다. 차별없는 세상은 그렇게 조금씩 다가오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