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열린 제주특별자치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위원장 위성곤)의 서귀포시 업무보고에서는 제주해군기지 문제와 관련해 해군의 일방적 공사강행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의원들의 잇따른 질책과 '시장의 명확한 소신'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고창후 시장은 "법률적 해석을 떠나 개인적으로는 마무리 된 후 진행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고 시장은 "그래야 주민들의 동의를 구할 수 있고 공감대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고 시장은 "소송 절차에서 법원이 집행정지 처분을 내리지 않는 이상 정당한 것으로 취급된다"면서 현재 진행되는 공사 진행을 막을 뚜렷한 방안은 없음을 밝혔다.

개인적 의견으로는 법원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는 공사를 중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나, 서귀포시 당국 차원에서 어떤 제스처를 취할 상황이 아님을 어필한 것이다.

이날 도의회 업무보고에서 의원들은 해군기지 문제와 관련해 격앙된 모습이었다.

포문은 윤춘광 의원(민주당)이 열었다.

윤 의원은 "의장을 비롯해 도의원 모두가 사법적 판단이 끝날 때까지는 해군기지 공사를 중단해달라고 요청했고, 김재윤 의원도 공사중단을 요청했음에도 불구하고 해군과 정부의 태도를 보면 '너희는 짖어라. 우리는 한다'는 식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윤 의원은 "이미 해군이나 정부는 서귀포시나 시민이 안중에 없다는 것"이라며 "도정이나 서귀포시도 할 게 없지 않느냐. 차라리 백기를 들고 해군에게 항복을 하라"고 면박을 줬다.

그는 "아무것도 하는 것이 없는 상황에서는 차라리 항복하는 것이 도민을 이해시키기 빠르다"고 비꼬았다.

박원철 의원(민주당)도 이에 가세했다.

박 의원은 "해군과 정부는 지금 막 가고 있다"며 "젊은 시장이 과감한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윤 의원 말처럼 정말 항복을 하던지, 아니면 '내가 나서서 막겠다'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많은 서귀포시민과 도민들이 고 시장을 제주도의 차세대 리더로 보고있는데, 그 분들이 차후에 선택을 할 시기가 왔을 때에는 자기 소신을 보이지 못하는 지도자 보다 어렵고 힘들지만 당당하게 펼치는 사람을 선택할 것"이라며 "하지만 지금은 (고 시장이) 어떤 행동도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고 시장은 "취임 초 위험성을 안고서 해군기지 가건축물 중지명령을 내린 적이 있었다"고 말한 후, "하지만 감사원 감사서 '근거 없는 행정행위'로 지적받은 바 있다"면서 서귀포시 차원에서 행할 대응책이 마땅히 없음을 어필한 후, "지적을 달게 받고 깊은 고민을 하겠다"고 말했다.

강경식 의원(민주노동당)은 "아무리 국책사업이라고 하더라도 현재 주민이 반대하고 있고, 최소한 3가지 소송이 걸려있는 상황인 점을 감안할 때 소송이 마무리 될 때까지 만이라도 기다려달라는 주장인데, 상식적으로 기다려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며 고 시장의 의견을 물었다.

이에 고 시장은 개인적 생각을 전제로 해 소송이 마무리될 때까지는 공사를 중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잇따른 질책 속에 고 시장의 개인적 의견이 언급되면서 해군기지 문제와 관련한 설전은 일단락됐지만, 공사중지를 강제할 뾰족한 묘안이 없는 상황에서 의원들은 업무보고가 끝난 후에도 답답함을 감추지 못했다. <헤드라인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