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닿지 않는 '현금인출기', 휠체어장애인 '속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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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닿지 않는 '현금인출기', 휠체어장애인 '속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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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높아만 보이는' 장애인복지관 내 현금인출기

상체를 들어서야 겨우 볼 수 있는 현금인출기 스크린. <헤드라인제주>
예금한 돈을 어디서나 편리하게 찾을 수 있게끔 곳곳에 설치된 현금인출기. 그러나 휠체어 장애인들의 경우 현금인출기가 많이 설치됐다한들 이를 이용하는 일은 쉽지 않다.

아직도 제주도내 설치된 수 많은 현금인출기의 스크린이 높아 휠체어를 타 있는 채로 이용하기에는 애를 먹고 있다. 각 은행의 지점을 직접 방문하면 신식 기계가 설치돼있어 어느정도 이용이 가능하지만, 그외 지역에서는 사용할 엄두조차 내지 않는다.

물론 "일괄적으로 모든 현금인출기를 단번에 교체할 수 없지 않겠느냐"는 각 은행측의 주장에 있어서는 어느정도 수긍이 가기도 한다. 점차적으로 전환이 된다면 얼마든지 기다려줄 용의가 있다는 장애인들의 목소리가 이를 설명한다.

하지만, 이곳은 사정이 다르다. 수 많은 장애인들이 드나드는 제주시 탐라장애인종합복지관 내부에 설치된 현금인출기는 휠체어 장애인들이 차마 이용할 수 없게끔 설치돼 있었다.

# 머리보다 높은 위치..."화면 한번 보기 어렵네"

복지관 입구 옆에 설치된 현금인출기. 이 기계의 화면은 휠체어를 타고 접근하면 머리보다 위에 있다. 숫자를 누르는 키패드도 마찬가지다.

그나마 상체가 긴 성인 남성의 경우는 애를 쓰면 화면이 얼추 보이기는 한다지만, 여성 장애인들의 경우는 화면이고 키패드고 아예 볼 수가 없다.

가뜩이나 높은 위치에 있는 키패드와 화면은 사용자 쪽으로 기울어져 있어 쳐다보기가 더욱 어렵다. LCD 화면인 현금인출기의 모니터는 정면으로 봐야 글씨가 뚜렷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일부 휠체어 장애인들은 팔 힘으로 상체를 겨우들어 화면을 한번 쳐다본 후 키패드를 누르고, 다시 상체를 들어 화면을 쳐다본 후 키패드를 누르는 방식을 반복해 현금을 인출하기도 한다.

그러나 증상이 심해 상체를 들 수조차 없는 장애인들에게 이 곳에 설치된 현금인출기는 있으나 마나한 물건일 뿐이었다.

스크린의 위치가 높아 휠체어를 타고 쳐다보는 일은 쉽지 않다. <헤드라인제주>

# "하물며 편의점 현금인출기도 이렇게 안 생겼어요"

업무상의 이유로 복지관에 자주 출입한다는 황모씨는 "다른 곳도 아니고 거의 장애인들이 이용하는 '장애인복지관'인데 조금 더 신경을 써줬어야 하는 부분이 아니냐"며 하소연했다.

얼마전까지 서울 인근에서 거주했다는 황씨는 "육지의 경우 어디를 가더라도 현금인출 하는데 애를 먹었었던 기억이 없는데, 막상 제주에서는 복지관에 설치된 인출기조차 사용하기 어렵게끔 만들어져 있어 당황했다"고 말했다.

그는 "하물며 동네 편의점에 설치된 현금인출 기계도 이용할 수 있게끔 만들어졌는데 어째서 복지관에 설치된 기계는 이렇게 설치됐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에 황씨는 은행측에 이에 대한 조치를 취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은행측은 현금인출기의 경우 쉽게 바꾸기는 어렵다면서 확답을 피했다.

그는 "적어도 경사로로 만들어진 발판을 설치해 화면을 볼 수 있는 위치를 높여달라"고 건의했지만 은행측은 여전히 묵묵부답이었다.

경사 진 화면과 키패드. <헤드라인제주>

# 지점에서 건의할 일? 중앙에서 검토할 일?

이와 관련해 해당 은행본부 관계자는 "복지관에 설치된 현금인출기는 CD기라서 생긴 문제인 것 같다"며 CD(Cash Dispenser)기와 ATM(Automated Teller Machine)기기의 차이점을 설명했다.

CD기는 현금인출과 계좌이체, 잔고조회만이 가능한 기기고, ATM은 이같은 기능에 통장을 이용한 거래나 현금 또는 수표 등의 입금거래가 가능하도록 제작됐다.

모든 기계는 같은 규격으로 설치됐지만, 연식이 조금 더 나가는 CD기의 경우 화면의 위치가 높고 새로 설치된 ATM은 허리높이에 스크린이 위치해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CD기가 설치된 복지관의 현금인출기를 ATM기기로 바꿀수는 없겠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기계의 배치는 각 지점으로부터 올라오는 건의에 따라 결정된다"고 확실한 답을 주지 않았다.

곧 해당지점측에 같은 질문을 던졌지만 "기계를 새로 바꾸는 것은 많은 예산이 들어가는 부분이라 중앙에서 결정한 일"이라고 역시 확답을 피했다.

하지만 이 지점의 관계자는 "당장에 도입하기는 쉽지 않을지라도 다시 한번 검토해 새 기계를 들일 수 있도록 시도해 보겠다"고 답해 개선의 여지를 남겼다.

장애인복지관에 현금인출기를 설치하는 것은 고마운 일이나,  휠체어장애인들이 자주 드나드는 복지관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금융기관의 경직된 모습이 아쉽기만 하다. 휠체어장애인 역시 당당하게 CD기를 이용할 날은 아직도 요원해 보인다. 

# 복지관 "발판 설치, 여러 장애인 의견 듣고 고려하겠다"

한편, 이 사안과 관련해 탐라장애인복지관 관계자는 "몇 개월전 한 휠체어장애인으로부터 건의가 들어와 복지관 내부적으로도 장애인들이 어려워하는 부분을 인지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관련 문제에 대해 은행측에 문의하기는 했지만, 은행측 관계자는 장애인들을 위한 별도의 기계를 제작하기는 어렵다고 답했다"며 "우리(복지관측)가 제작할 수 있는 시설이라면 당연히 제작하겠는데, 그럴 수 없는 시설이라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휠체어가 올라설 수 있는 발판을 만드는 방법으로라도 보완할 수 있겠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쉽게 접근할 수 없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탐라장애인복지관은 지체장애인들만을 위한 곳이 아니고 농아나 시각 장애인 등도 함께 이용하는 종합 복지관인데, 휠체어 장애인만을 위해 시설을 변경하면 여타 장애인들이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발판을 만들더라도 옆으로 빠지는 일이나 낙상사고 위험이 없도록 철제 시설물로 만들어야 하는데, 그러다 보면 다른 장애인들의 안전사고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며 "고심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른 이용자들의 편의까지 생각해 그들의 의견을 들어보고, 발판이 대안이 될 수 있다면 긍정적으로 검토해보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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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 2011-02-17 18:03:39 | 121.***.***.114
아랫님의 지적을 겸허히 수용하며, 뒤늦게나마 복지관 관계자의 입장을 추가로 취재하여 내용 보완하였습니다. 좋은 지적 감사드립니다.


편집국 2011-02-16 09:12:21 | 121.***.***.114
좋은 지적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권리적 측면에서 접근해 장애인에 대한 차별적 요소를 더욱 심층적으로 취재하여 기사화하도록 하겠습니다. 아랫님의 의견 감사드립니다.

2011-02-16 01:54:04 | 203.***.***.16
그리고 기자님...저런것들은 장애인에대한 배려가 아닙니다...

권리입니다...장애인들은 동정이 필요한 배려가 필요한 대상이 아니랍니다...

기자님께 부탁 하나...

다른 목소리 헤드라인제주에서 장애인을 다르게 보지 않았으면 하네요

2011-02-16 01:41:25 | 203.***.***.16
복지관 내 cd기는 복지관직원들 업무편의향상을 위한건가요..?그렇다면사무실안으로옮겨야지요...얼마나 장애인들을 우습게아는 직원들이면 저따위로 설치하게 가만 놔두었는지 궁금하네요...

생각 좀 하고 삽시다...그따위로 설치하게 방치한 복지관선생님(?)들...
누구덕분에 월급받고있는지 생각해 봅써들...

에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