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동사무소 방문 민원인을 '열받게'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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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동사무소 방문 민원인을 '열받게'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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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민원인의 호소를 통해 본 '짜증 민원'의 현실

글을 보면 글쓴이의 마음을 어느정도 짐작할 수 있다.

12일 제주시청 인터넷신문고를 두드린 글. 차분한 어조로 풀어나가는 듯 했으나, 끓는 울분을 감추지 못한 글쓴이의 심정을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민원글 속의 주인공 고모씨는 필요한 서류를 발급받기 위해 지역 주민센터를 찾아갔다. 하지만, 그 곳에서의 민원인 응대는 수준 이하였다.

삼삼오오 모여 수다를 떨고있던 직원들. 그들만의 조용한 아침 휴식을 방해해서 였을까. 서류를 발급받으려는 고씨를 마주하는 직원들마다 하나같이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고씨의 표현을 빌리자면 "한글도 못읽냐"는 식의 말투였다 하니 어떤 대우를 받았는지 느껴질만 하다. 하루종일 생각하다가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글을 올렸다는 고씨는 "평생을 살아가면서 한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모멸감을 느꼈다"라고 까지 표현했다.

해당직원에 대한 마땅한 조치를 호소한 고씨. 혹여나 잊을까 직원의 명패를 사진으로 찍어 둔 행동이 과한 것은 아닐테다.

일련의 과정을 살펴보면 최근들어 공무원의 '친절'을 부르짖는 제주시정의 모습이 오버랩되면서 씁쓸해진다. 특히 읍면동이나 도서관, 보건소 등 시민들과 직접 살을 맞대는 일선 현장에서 불거지는 문제들은 안타까움을 더한다.

'친절'이라는 화두는 공직사회에 있어서 당연히 갖춰야 할 덕목이다. 어찌보면 뻔한 강조라고 할 수 있겠으나 김병립 제주시장의 경우 취임 초기부터 시민에 대한 친절을 유난스레 강조해 왔다.

매달마다 열리는 정례직원조회는 물론, 간부회의나 그 외 여러 공식석상에서도 친절과 소통을 강조해 왔다. 민원인에 대한 친절과 관련해 "한심한 수준"이라며 일침을 가하기도 하고, "어째 친절도가 나아지질 않느냐"며 호통을 치기도 했다.

하지만,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었을까. 아직도 현장에서 벌어지는 불친절과 이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은 비일비재하게 발생한다. 높으신 '시장님'의 하달은 아랫물까지 깨끗케 하지는 못했다.

이런 일이 발생할때마다 혼을 내는데 그쳤지 실제적인 조치방안을 마련하지 못해서 그런 것이 아니냐는 일각의 목소리도 어느정도 설득력을 얻어가는 실정이다.

물론 일선의 공무원들도 민원응대와 관련해 마냥 손을 놓은 것은 아니다. 몇몇 읍면동에서는 매주마다 자발적으로 친절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교육에서는 민원인 방문 응대, 전화민원 응대, 불만민원 응대 등에 대한 상황별 대처 요령이 전달된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위 사례의 고씨가 화(?)를 당했던 주민센터에서도 정기적인 친절교육을 실시했다는 사실이다.

매 주마다 실시하는 친절교육의 효과가 해당 공무원들에게만 빗겨갔던 것일까.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불거지면 아무리 좋은 의도에서 시행하던 교육도 "전형적인 보여주기식 행정이 아니냐"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뿐이다.

지난달 또 다른 공직자의 불친절에 뿔이 난 한 시민은 "눈길에 오토바이 타는 야쿠르트 아주머니도 춥지만 미소를 잃지 않습니다. 따뜻해서 그런가요? 공무원은 철밥통이라 부럽네요."라고 말했다. 뼈가 있다.

자칫 느슨해질 수 있는 공직사회, 불친절은 일부 공무원들의 경우만 그런 것이 아니겠냐며 억울해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그 전에 고씨의 사례와 같은 일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고삐를 조이고, 시민들과의 소통 방안을 개선하는 기회로 삼는 것이 더욱 현명한 대처일 것이다. <헤드라인제주>

<박성우 기자/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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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원인 2011-02-15 19:43:21 | 115.***.***.50
민원은 한쪽의 입장만 내세우면 민원이고, 양쪽의 그상황에서 입장을 서로 대변해서 객관적으로 두고봐야된다고 생각합니다. 그장소에서 민원을 해결못해 공개적으로 민원을 해결하려하면, 공무원들의 친절은 진심으로 나올까요?..참 의구심이나네요..

도민 2011-02-15 14:52:34 | 122.***.***.174
민원인이 들어오면 반갑게 인사하는게 어떨지...인사는 커녕 진짜 업무를 보는구나 느낄 정도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요게 그렇게 어렵나. 동네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르면서. 민원이 들어오기 전에 동네 한바퀴라도 좀 돌아보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