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란한 계획', 그러나 '난항', '봉착', '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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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란한 계획', 그러나 '난항', '봉착', '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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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세화송당온천과 색달온천사업의 취소배경과 현실

제주특별자치도가 8일 최종 처분한 세화송당온천관광지 개발사업과 색달온천관광단지 조성사업에 대한 사업승인 시행 취소결정은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

행정당국으로부터 사업시행 승인을 받아놓고도 장기간 공사를 중단하거나 착공조차 하지 않은 것이 취소처분의 주된 이유다.

이 두 사업 모두 투자규모가 대단위여서 첫 계획 발표 때부터 많은 관심을 모았었다.

제주시 구좌읍 세화리와 송당리 일대 236만3000㎡(71만5000평) 부지에 관광호텔과 상가, 온천장, 식물원, 워터파크 등을 조성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한 세화송당온천관광지개발사업의 투자규모는 자그마치 1조534억원이다.

서귀포시 색달동 320번지 일대 109만3000㎡ 부지에 숙박시설, 워터파크, 한방병원, 노인휴양촌, 세계온천문화 등을 조성하는 내용의 중문색달온천관광단지 개발사업의 투자규모 역시 2324억원으로 결코 적지 않다.

투자규모가 큰 만큼, 기대도 컸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두 사업 모두 사실상 수포로 돌아갔다. 사업을 시행할 사업자의 의지가 엿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세화송당온천관광지 개발사업의 경우 2004년 7월7일 공사가 중단된지 지금까지 공사 재개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2007년 4월20일 사업승인 취소에 따른 청문까지 했었으나 취소유예를 받아 간신히 위기를 모면했는데, 사업기간이 만료되는 지난해 12월30일까지도 공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더욱이 1조원을 투자하겠다고 하면서 사업자가 부담해야 하는 농지전용부담금 및 산지복구비 등 29억원 조차 납부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제주특별자치도는 계속적인 사업시행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지난달 27일 청문절차를 거쳐 7일 열린 제주특별자치도 조정위원회 심의를 거쳐 최종적으로 취소 결정을 내렸다.

충분한 기회를 줬음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지 않아 결국 패착으로 이어진 것이다.

세화송당온천지구 개발사업 조감도. <헤드라인제주>

중문색달온천관광단지 조성사업의 경우 사업착수 조차 하지 않고 미루고 미루다 승인 취소됐다. 2009년 2월5일 개발사업 시행승인을 받은 후 사업착수 기간인 지난해 2월4일까지 착수하지 않다가 1년 유예됐다. 그러나 다시 1년이 지난 올해 2월7일까지도 사업착수를 하지 않아 개발사업 시행승인 효력이 상실됐다.

사업승인이 취소된 이 두 사례는 개발사업계획을 '투자 메리트' 유인책으로 삼는 관행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례다.

실제 이 두 사업의 추진 과정에서 형사적 사건도 불거져나왔다. 세화송당온천지구 사업에서는 뇌물수수 의혹이 터져나왔었고, 중문색달온천 사업과정에서는 한 부동산 컨설팅업체 대표가 개발사업을 미끼로 한 투자 사기사건도 있었다.

비단 이 두 사업 뿐만 아니라 제주 관광지개발사업 과정에서 이와 유사한 사례는 많다.

거창하게 사업계획을 작성해 제출한 다음 사업시행 예정자로 지정받고, 투자자를 끌어들이다가 여의치 않으면 중간 실속을 챙기며 뒤로 빠져나가고 하는 방식으로 사업시행자가 바뀌는 것도 부지기수다.

어떤 하나의 개발사업 계획이 발표되면 의구심을 받는 이유가 계획의 실제 목표가 '사업 완수'가 아니라 '사업 추진과정'에서 실속을 챙기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받게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제주 관광지개발사업과 관련한 언론보도 자료. <헤드라인제주>
그런데 이러한 개발사업의 현실 속에는 행정당국의 책임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그동안 제주특별자치도는 '민자유치 활성화'라는 명목 아래 '양(量)' 위주의 정책을 펴왔다.

지난해에는 대규모 관광개발사업 민간투자만 12조원을 웃돈다는 발표를 하기도 했다. '개발사업 탄력' 등의 거창한 발표자료를 내놓으면서도 실제 사업시행에 대한 검증은 매우 취약한 게 현실이다.

규제 완화가 아니라, 제도적 장치를 오히려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름대로의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 기인한다.

'요란한 계획' 보다는 '맥없이 끝나는' 현실에 보다 주목할 필요가 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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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퍼컴페니 2011-02-08 22:03:02 | 49.***.***.20
대기업이 주도하는 개발사업 외에 잘된 사례가 있었나?
모두 땅값만 실컷 올리며 투자자 돈 받고 빠지는 목적의 페이퍼컴페니만 난무하니 제주국제자유도시가 부동산천국으로 전락한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