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사' 평균 68세 주연들 "시랑은 청춘보다 순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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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사' 평균 68세 주연들 "시랑은 청춘보다 순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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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 이순재.윤소정.김수미 주연

울 수 있다는 건 인간에게만 주어진 특권이라 했던가. 영화 시작 10분만에 제목이 나오는 순간부터 눈가가 촉촉해지는 건 이미 잘 알려진 스토리가 스크린으로 옮겨지면서 감동과 눈물을 더했기 때문.

오는 17일 개봉을 앞둔 '그대를 사랑합니다(이하 '그대사')는 강풀의 만화를 원작으로 황혼기를 맞은 네 남녀의 사랑을 그린 영화다. 평균 나이 예순여덟, '그대사'의 배우들이 말하는 영화와 사랑이야기.

◇ 김수미 "브라 벗고, 올 누드로 찍었다"

극중 세 남매의 어머니로 나오는 김수미는 말년에 치매에 걸려 남편 군봉(송재호)의 보살핌으로 살아가는 인물이다. 과거 시어머니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빙의'한 경험을 살려 정신줄 놓은 역할에 100% 몰입했다.

"우리 딸이 한 번만 더 그 당시를 언급하면 가출한다고 했는데, '그대사'를 마지막으로 이 말 만은 하려고 한다. 빙의된 상태가 너무 힘들어 죽여달라고 했더니, 남편이 울면서 '죽으려면 같이 죽겠다'며 차를 몰고 절벽까지 간 적도 있었다"며 "자식은 퍼줄 때만 자식이지, 아무리 미워도 남편만한 사람은 없더라. '그대사'는 부부의 정을 상기시키는 고마운 영화"라고 말했다.

아무리 여배우라도 여자는 여자. 하지만 극중 대소변을 못 가려 큰 대야에 담겨 몸을 씻기는 장면에서는 현실감을 살리기 위해 올 누드로 찍겠다고 우겼다고.

"올해 내가 환갑인데 나라고 벗는게 좋겠어? 하지만 그 역할에 충실해야하니까 그 정도 수치감은 견뎌야 배우지.감독과 스태프들이 더 놀래서 아무 말도 못하더라고. 그리고 집에서만 사는 치매노인인데 속옷까지 누가 갖춰입겠어. 근데 가져온 옷은 남루하긴 하지만 현실성이 없더라고. 그래서 그 장면에선 브라까지 벗어버렸어요. 나는 '그대사'를 젊은이들이 더 많이 봐야한다고 봐. 이 영화는 주인공만 노인인 '젊은 영화'니까."

◇ 야동 순재와 버럭 순재의 중간쯤?

35년만에 영화의 주인공을 맡았다는 이순재는 '그대사'를 통해 모든 연기력을 쏟아내 보인다. 극중 아내를 먼저 보내고 우유배달을 하며 살아가는 김만석 역할은 겉으로는 냉정해 보이지만 속 정이 깊은 인물. 외롭게 살아가는 송이뿐(윤소정)을 사랑하게 된 후 노년의 감정을 시대에 맞게 풀어낸다.

"우리시대엔 서로의 감정이 아무리 절절해도 정황상 못 어울리는 사람들이 많았다.부모님들이 반대하면 무조건 헤어져야 하는 시대기도 하고, 정말로 사랑해서 헤어진다는 감정을 이해하는 세대였다. 그러니까 만석과 이뿐이의 사랑에 너무 공감갔지. 아무리 내 연기지만 엔딩에서 가로등 불을 키는 장면에서는 울컥하더라고."

극중 번듯한 자식과 살가운 손녀와 함께 살지만 아내가 죽기 전까진 모든 일에 버럭대는 삶을 살았던 만석은 노년에 만난 이뿐에게 새로운 감정을 느끼지만 의리만은 지키는 인물이다.

"시트콤 때문인가? 새벽잠이 없어서 홈쇼핑 보는 장면이 잠깐 나오는데 그때 젊은 사람들이 '야동 순재'를 떠올리며 많이 웃더라.나는 개인적으로 강풀 작가가 이런 작품을 계속 썼으면 좋겠다. 50년을 넘게 연기했는데 내 영화를 보며 운 건 '그대사'가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생전에 이런 영화를 또 만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모든게 다 완벽했다."

◇윤소정 "내 연기 이 정도 밖에 못 하나 후회돼"

영화의 실질적인 주인공인 송이뿐 역의 윤소정은 연극계의 대모로 불리며 수많은 작품에 출연해 왔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저 정도밖에 못했었나'란 생각에 수치스럽다는 윤소정은 "워낙 유명한 작품이었고, 연극까지 모두 챙겨봤었다. 절절한 사랑보다는 첫사랑의 아련함을 모두 담고 있어서 흔쾌히 출연했다"면서 "노인들의 사랑이나 정서를 표현하는게 더 중요했는데 그걸 잘 살리지 못해 아쉽다"며 연신 후회스런 표정이었다.

하지만 60대 후반의 나이에 주연을 하는 기쁨도 남달랐다는 그는 "데뷔 후 세련된 역할과 부잣집 역할이 주로 들어왔는데 사실 내면엔 송이뿐 같은 면이 많다. 이 나이에 꼭 이런 역할을 하고 싶었다"며 남다른 자부심을 나타냈다.

"사실 내 얼굴이 주연할 얼굴은 아니다. 단지 눈코입이 커서 연극배우로서 장점이 있었던 거지. '그대사'를 통해서도 남편(연출가 오현경)과의 관계도 다시 돌아보게 됐다. 부부란 애타게 사랑해서는 함께 살 수 없다. 단지 '사랑'이란 단어를 함께 가지고 가는 거지. 싸울 땐 밉지만 군불같은 남편의 고마움을 알게 됐다. 연애하는 커플보다는 기혼자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시티신문>

<이희승 기자 cool@clubcity.kr / 저작권자 ⓒ 시티신문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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