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조류 탐험가, 제주에 푹 빠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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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조류 탐험가, 제주에 푹 빠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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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人제주] (23) 아마추어 조류 관찰가 매튜 폴의 제주 탐험
"관광지 제주, 새들에겐 꿀맛 같은 휴식처죠"

한반도와 일본 사이 대한해협을 지나는 새들에게 있어 휴식처를 제공하는 제주도. 멀리 필리핀이나 시베리아에서 날아오는 새들은 힘이 다해 바다에서 죽거나, 힘을 내어 제주도에 도착하곤 한다.

그만큼 다양한 철새들이 제주를 찾고 있다. 철새와 마찬가지로 먼 나라 캐나다에서 제주를 찾은 매튜 폴(Mattew Paul, 34)은 아마추어 조류 탐험가다.

하지만 진짜 직업 만큼이나 열정과 관심을 가지고 새를 대하는 그의 모습에서 아마추어와 같은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새 관찰이 '취미'라는 그의 독특한 취미 생활 속으로 들어가 봤다. 그리고는 제주 자연에 바라는 '희망'을 전해 들었다.

# "방해 않고 조심스레 바라보기, 이게 포인트"

폴이 새 목록을 가리키며 새 관찰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매튜는 2008년 12월 제주에 왔다. 그 전에는 경기도 김포와 일산 등지에서 지냈지만, 모든 게 촉박하고 북적거리는 생활에 지쳐 제주행을 택했다.

보금자리로 택한 곳은 서귀포시. 우연히 사진 속에서 본 서귀포의 모습에 반해 서귀포를 택했다. 매튜는 서귀포시의 한 영어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조용하고 차분하고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곳입니다. 또 새들에게 있어서는 아시아 대륙과 태평양 사이에 있는 꿀맛과도 같은 휴식처죠." 그는 서귀포시, 그리고 제주도를 이렇게 묘사했다.

봄, 가을이면 매일 아침마다 그가 찍어 둔 지점 5-6곳을 둘러보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고 했다. 밤 사이 새로운 철새가 찾아왔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매튜를 만난 이날도 그는 서귀포시 성산읍 하도리 인근으로 새 관찰을 다녀왔다. "내 생애 처음 보는 새를 발견해 기분 끝내줍니다"라며 그날의 기쁨을 전했다.

새 관찰, '빨리 빨리'를 외치는 우리네 사람들에게는 생소하고 낯선 활동이다. 새들을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느긋하고 조심스럽게 새 자체로의 모습을 관찰하기 때문이다.

"사람마다 성격이 다르듯, 새도 마찬가지에요. 어떤 새는 가까이 가도 반응이 없는 반면, 또 어떤 새는 인기척만 느껴도 날아가버리죠. 새들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그 모습을 보고 사진에 담아내는 것, 그게 바로 새 관찰에 있어 포인트죠."

# "새는 '자유'의 상징이죠"

느긋하게 새를 관찰하러 다닌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낯설지만, 서구나 유럽에선 흔하다고 했다.

"저도 8살때부터 캐나다에서 친구들과 새를 보러 다녔었죠. 요즘 젊은 사람들은 낡은 취미라 생각해 저를 '괴짜'라고도 부르지만, 나름대로 전통 있는 취미랍니다."

매튜 폴이 새 관련 책자를 들어보이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그와 같은 취미를 향유하고 있는 외국인은 우리나라에서 10명 남짓. 새 관찰의 무엇이 이토록 매튜를 매료시켰을까?

"아무런 생각을 할 필요가 없이 머리를 비운 채, 내 몸의 모든 신경을 새에게 집중합니다. 친구가 말을 걸어도 새에게서 눈을 떼질 않죠. 보는 것 자체만으로도 마냥 좋지만, 처음 보는 새를 발견하고 카메라에 담을 때는 세상을 다 얻은 듯 환희를 느낄 수 있어요."

그렇게 제주에서 발견한 새만 236종.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새는 약 500종으로 알려진 점을 감안할 때 절반 정도가 2년 사이에 매튜의 사진첩에 담겼다. 3-4일에 한번 꼴로 새로운 종을 봤다는 말인데, 그 열의와 관심이 대단했다. 단순 취미라고 하기엔 '프로 의식'이 투철했다.

"새는 뭐랄까...어디에나 있죠. 흔하게 볼 수도 있고요. 새는 자유로움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디든 갈 수 있는 그런 자유요." 그에게 있어 새는 '자유'였다.

# "무분별한 발전에 새들 보금자리 잃어가"

그런데 점점 날이 갈수록 새로운 새를 발견하기 힘들다고 우려했다. 지구온난화 등 기후적인 요인도 있겠지만, 일차적으로 새들의 보금자리가 줄어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주는 자연환경이 빚어낸 천혜의 관광지입니다. 다른 지역의 사람들은 그 환경을 보기 위해 제주를 찾고 있죠. 그런데 제주는 관광객을 더 끌어들이기 위해 빌딩을 높이고 발전만을 하고 있습니다. 새들도 보금자리를 잃고 있고요."

매튜는 그가 만약 땅 주인이라면 기필코 발전을 막을 것이라 했다. 하지만 그럴 수 없는 현실에 안타까워했다.

"내가 땅 주인이라면 건물 짓지 말라고 할 것이고, 짓지도 않을 겁니다. 그런데 지역주민들은 그 건물과 발전을 통해 수익을 얻고 있죠. 무엇이 옳고 그른 지 판단을 내리기가 어려운 부분입니다."

매튜 폴. <헤드라인제주>
몇 십년이 지나서도 제주에서 살고 있을지는 모르지만, 고층 빌딩들이 빼곡히 들어선 제주는 보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렇게 되는 게 두렵다고도 덧붙였다.

"새의 가치와 돈의 가치를 비교하면 사람들은 돈을 택하겠지만, 사람들이 제주를 찾는 이유는 자연 때문입니다"라는 말 속에는 새를 사랑하는 그의 마음이 깊게 베어 있었다.

그러면서 매튜는 다시 신발끈을 조여매고 카메라를 체크했다. 그가 사랑하는 새들을 만나러. <헤드라인제주>

<조승원 기자/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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