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심리학 박사, 그가 바라보는 '제주 여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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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심리학 박사, 그가 바라보는 '제주 여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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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人제주] (22) 미국 심리학자 안나 힐티 박사의 '제주여성' 연구
'양성 평등' 제주 되려면?, "남녀 간 가치 이해해야죠"

농사를 짓기에 척박한 제주 땅에서 해녀들의 물질은 제주 경제의 큰 부분을 차지했다. 제주4.3항쟁으로 남녀노소 구분 없이 많은 목숨을 잃었지만 특히 남성의 비율이 높았고, 여성들이 제주 사회를 이끌었다.

제주 여성들이 '강인함'을 보일 수 밖에 없었던 부분이다. 하지만 시대는 변했다. 강인함만으로는 아직 완전한 양성 평등을 이루지 못한 제주 사회에서 여성들이 살아가기에는 2% 부족하다고 주장한 이가 있다.

"그 부족함을 채우고 양성 평등의 제주 사회를 실현하려면 남녀 간 가치를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한 안나 힐티(47, Anne Hilty).

미국 심리학 전문가인 안나 박사가 제주 사회, 제주 여성들에 대한 조언을 했다.

제주 여성들에게 조심스레 조언을 건넨 안나 힐티. <헤드라인제주>

# "제주 여성들은 매우 강해...선택이 아닌 필수"

조언을 풀어내기에 앞서 그녀는 말문을 열기가 조심스럽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가 한국에 온지는 6년, 제주에 생활한지는 이제 갓 한달이 돼 가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영자신문사 '제주위클리'에 간간히 기고글을 투고하고, 제주 사회를 연구하기 위한 기반을 닦고 있다.

"아시아 문화를 12년 간 공부하고 한국 문화를 6년 간 공부하긴 했지만 아직도 저는 배우는 입장입니다. 더구나 제주 문화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공부한 건 6개월 뿐인걸요. 게다가 전 제주 사람도 아니고 외국인인데..."

그러면서도 외국인의 눈, 심리학적 접근, 그리고 문화적 지식을 통해 제주 여성, 그리고 제주 사회의 면면을 짚어냈다. 

안나 힐티가 제주 사회, 제주 여성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우선, 제주 여성들은 매우 강합니다. 설문대 할망이 제주도를 창조한 것처럼요. 설문대 할망 말고도 신으로 섬김을 받는 존재들이 제주에는 수없이 많습니다. 다른 나라의 신화를 보면 창조주는 대부분 남성입니다. 여성은 그 옆에 서 있을 뿐이죠. 그런데 제주는 달라요."

특히 제주4.3항쟁과 같은 비극들이 제주에는 많았다고 했다. 그러한 비극들을 통해 제주 여성들은 강해질 수 밖에 없었다고 했다. 선택이 아니라 필수였다는 얘기다.

수 세대를 이어온 강인함이 핏줄 속에 베어있지만, 시대가 변했다. 제주 사회에서는 강인함과 터프함만 지녀서는 이룰 수 있는 게 한정돼 있다고 진단했다.

"이토록 강인한 제주 여성들이 공직사회에서 높은 자리를 차지하는 비율은 5% 안팎에 불과합니다. 지역경제에서도 리더십을 발휘하는 여성들은 흔치 않죠. 제주 여성들이 두려움을 느낀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데, 다만 높은 위치에 있거나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을 주저하는 것 같습니다."

안나는 그 이유를 항상 남성들이 높은 위치에 있어 왔고, 남성들이 리더십을 발휘해 왔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제주 사회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서는 남성과 여성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그녀.

"남성과 여성이 나란히 리더십을 발휘하고 높은 위치를 나눠 가질 때 비로소 제주 사회에 발전이 찾아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제주 사회가 여성들에게 남성들과 동등한 기회를 줘야죠."

이야기는 자연스레 '어떻게 동등한 기회를 주는가?'로 흘렀다.

# "양성평등 사회? 남녀 간 가치를 이해해야"

안나 힐티. <헤드라인제주>
이에 대한 그녀의 조언은 바로 '가치를 이해하기'였다. 남성은 여성의, 여성은 남성의 가치를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는 말이다.

"'바다가 궁금하다고 물고기에 물어보지 말라'는 말이 있어요. 마찬가지로 제주 문화에 대해 제주 사람에게 묻는다면? 아마 대답하기 힘들 겁니다. 물고기가 매일 바다를 접하듯 제주 사람들도 제주 문화를 매일 접하며 살고 있기 때문이죠."

남성과 여성이 제주 사회라는 하나의 공간에서 생활하다보니, 그들 개개인이 지닌 가치를 잃어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면서, 안나는 서로가 서로의 가치를 이해할 때 비로소 제주 사회에 양성 평등이 실현될 수 있다고 했다.

"제주 여성들은 수 세기 동안 강하게 살아왔기 때문에 제주 사회를 발전으로 이끌 준비가 충분히 돼 있습니다. 이제 그 가치를 깨닫고 이해하주기만 하면 돼요. 그리고 좀더 많은 여성들이 공직 사회에서 높은 자리와 지역경제에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합니다."

# "제주 사회 발전 위해 '일'과 결혼했어요"

안나는 이처럼 제주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기를 주저하면서도, 나름의 논리로 제법 뼈 있는 말을 전했다. 앞으로 그녀는 그 논리를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 남은 평생을 제주에 살겠다고 했다.

"제주는 매우 특별해요. 환경, 문화, 무속신앙, 전통 모든 것들이요. 이토록 특별한 제주를 위해 제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해 봤어요."

그 생각에 끝에는 제주 발전의 밑거름이 되고 싶다는 희망이 있었다. 이를 위해 안나는 요즘 제주 문화 연구에 도움을 줄 만한 사람들, 즉 학계나 도정, 문화계 등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선행 연구를 마친 사람들에게서 앞으로의 연구 방향을 설정하기 위해서다. 나아가 어느 정도 연구 기반이 마련되면 평범한 제주도민들을 찾아가겠다고 했다.

"이 뿐만이 아니라, 제 전공인 심리학을 살려 정신적으로 힘들어 하는 사람들을 돕고 싶습니다. 제가 그들을 상담해주고 회복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을테니까요."

제주 여성들, 정신적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을 돕는데 온 힘을 쏟겠다던 안나. "전 아직 미혼이지만, 제 일과 결혼했어요"라며 환히 웃던 그녀의 모습에서 제주 발전의 가느다란 희망이 엿보였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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