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민들은 '휴업 중', "속사정 알기나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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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민들은 '휴업 중', "속사정 알기나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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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계속된 거친 날씨에 망연자실 일손놓은 어민들
인력난까지 '이중고'..."농사였다면 행정이 가만 있었겠어?"

계속된 궂은 날씨 속에 어민들이 '강제 휴업(?)' 상태가 장기화되고 있다.

최근 강풍과 추운 날씨 등 거친 날씨가 지속적으로 이어지면서 고기잡이 나갈 엄두조차 못내고 있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올 겨울 들어 풍랑주의보가 발효된 날만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며칠 잠잠하다 싶어 출항 준비를 하는 어업인들은 시시각각 변덕스럽게 변하는 날씨에 원망을 하고 있다.

선주들은 장기간 출어를 하지 못한 탓에, 고용한 선원들을 달래며 임금을 지불해야 하는 등 수입은 없고, 지출만 해내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궂은 날씨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제주시 서부두에는 출어를 하지 못한 어선들이 줄지어 정박해 있다. <헤드라인제주>
25일 오후 제주시 서부두.

평소같았으면 오전에 출어한 어선들이 복귀하거나 작업을 하는 어민들로 북적거렸을 시간이지만 부두에는 텅빈 어선들만이 줄지어 서 있었다.

살을 에는 듯한 찬 바람과 함께 간간히 눈발이 흩날리는 가운데 텅 비어있는 서부두의 모습은 한산하다 못해 을씨년스럽기까지 했다.

부두를 돌아다니던 중 배 위에서 작업을 하고 있는 어민들을 만날 수 있었지만 한동안 바다를 나가지 못했던 이들은 상당히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었다.

#. "바다 안나가냐고? 날씨를 보고 그런 소리해야지!"

배 위에서 쥐치잡이용 대형 통발을 손질하고 있던 한 어민은 오늘 바다를 안나가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속 편한 소리한다"면서 면박을 줬다.

"날씨가 이 모양인데 무슨 바다를 나가겠어요? 날씨가 미쳤지, 매일 이 난리를 치고 있으니...."

"뭐 좀 해보려고 하면 강풍주의보에 풍랑주의보가 내리는데..."

"요사이 바다에 거의 나가질 못했다. 내일은 바다에 나가볼까 해서 지금 이렇게 통발을 손질하고 있지만 내일은 나갈 수 있을런지..."

먼 바다를 쳐다보는 선주들은 저마다 하소연을 늘어놨다.

배에서 작업을 하고 있는 어민들. <헤드라인제주>
9톤급 연근해어선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 씨(52)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그 역시 한달이 넘게 바다를 나가보지 못했다고 한다.

"갈치어장이 끝나고 겨울에 옥돔 주낙을 하려고 했는데 여름 갈치잡이가 시원치 못해서 준비자금 마련하는 것도 힘들었는데, 겨우 여기저기 돈 빌려서 준비를 마치고 나니까 이제는 계속 날씨가 나빠서 바다를 나가지 못하고 있어요."

그는 선주의 입장에서 선원들을 잡아두기 위해 바다를 나가지 못해도 조금씩이나마 임금 명목으로 돈을 주다 보니 겨우 마련해 둔 출어자금도 바닥을 보이고 있다고 걱정했다.

"바다에 한번 나가보려고 힘들게 선원 구하고 어렵게 400만원 정도 대출받아서 준비를 다했는데 날씨 때문에 바다에는 나가지 못하면서 일이 정말 어렵게 꼬였죠. 그렇다고 선원들에게 임금을 안주면 다른 배로 가버리니까 선원들 잡아놓을려고 임금주고...그렇게 하다보니까 대출받은 돈도 다 떨어졌죠. 출어 한번 하려면 한 200만원이 필요한데 이젠 돈 구할 곳도 없어요."

그는 "큰 배들은 날씨가 조금 거칠어도 바다에 나갈 수 있지만 우리처럼 작은 배들은 날씨가 조금만 거칠어도 바다에 나갈 수 없다"면서 "도대체 이젠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 "농업은 엄청나게 편의 봐주면서 왜 어업은 홀대하나?"

어업인들의 불만은 곧 행정당국으로 화살이 이어졌다.

농사를 짓다가 가뭄이 들거나 재해 피해가 발생했다 하면, 화들짝 행정력을 지원하면서도 정작 어민들이 바다에 나가지 못해 '강제 휴업'에 들어가는 사태에 대해서는 조금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내일은 바다에 나갈수 있을까?" 열심히 쥐치잡이용 통발을 손질하고 있는 한 어민. <헤드라인제주>
"농업에는 엄청나게 편의를 봐주면서 상대적으로 어업을 홀대하고 있다"면서 제주도정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선주 김모씨는 "최근까지 제주에 많은 눈이 내리면서 뉴스를 보면 어느 지역 하우스가 피해를 입었네, 얼마 지원하네 등등의 말이 많더라"면서 "우리도 날씨에 피해를 많이 보고 있는데 신경써주는 이 하나 없다"고 하소연했다.

"솔직히 이번 폭설에 농가가 많은 피해를 본 것을 인정 못하는 것도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농업에 비해 어업을 홀대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잖아요?"

"농업에는 다양한 지원사업도 벌이고 하지만 어업에는 기껏 해봐야 어장조성이나 양식어업인들에 대한 지원이 집중된 것이어서, 우리 같은 선주들이 손에 잡히는 지원이 뭐 있나요?"

김씨는 "농업 뿐만 아니라 어업 역시 제주도 경제의 한축을 이루는 중요한 사업"이라면서 "궂은 날씨에 고생하고 있는 우리 어민들의 어려움도 생각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바다에 나가지 못하면서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어민들. 하늘만 바라보며 출어일을 기다리는 어민들의 얼굴은 근심이 잔뜩 드리워져 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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