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를 보고 말씀하셔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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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를 보고 말씀하셔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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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인권 이야기] (2) 이성욱/ 제주장애인인권포럼 정책기획팀

얼마 전의 일이었다. 1급 장애인인 나는 활동보조인과 함께 모 마트에 물건을 사러 간적이 있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마트를 둘러보다가 내가 원하는 코너에 도착해서 이것저것 살펴보고 있었다.

여기저기 내가 원하던 물건과 비슷한 제품들이 많이 진열되어 있었다. 싸고 좋은 것으로 고르기 위해 담당직원을 불러 제품에 대하여 물어보자 아주 친절하게 대답을 해주었다. 하지만 그 직원의 시선은 내가 아닌 내 휠체어를 밀어주던 활동보조인을 향해 있는 것이었다.

제품에 대한 정보를 알고자 질문을 한 것도 나였고, 그 제품을 구매할 사람도 나인데 그 담당직원은 나를 보지 않고 내 활동보조인을 쳐다보면서 열심히 설명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저기요. 제가 살건데요.”

나의 이 한마디에 직원은 당황했지만 애써 태연한 듯이 웃으며 대답했다.

“보호자분 아니세요?”

보호자라니… 내 나이도 곧 있으면 30대가 되는 나이인데… 결코 보호자가 필요한 나이가 아니다. 그렇다고 내 얼굴이 동안이라고는 하지만(?) 미성년자라고 착각할 만큼의 동안은 절대 아니다.

사실 이런 경우가 처음은 아니다. 간혹 겪는 일이다.

장애인에게는 보호자가 필요하고 일을 대신 해결해 주어야한다는 투철한 보호본능과 봉사정신을 가지고 살아가는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들은 이러한 보호와 봉사가 장애인을 위한 최선의 배려라고 생각하고 있기에 물건을 살 당사자인 나를 앞에 두고 내가 장애인이기 때문에 활동보조인을 보호자라 여기고 대신 열심히 설명해 주고 있는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도 나의 이런 경우와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 사회 전체적으로 장애인을 보호해야하고 지켜주어야 할 존재로 인식하고 있다. 즉 장애인을 완전한 사회참여의 권리를 가진 동등 시민으로서가 아니라 특별한 조치가 필요한 문제를 가진 대상으로만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그저 대상이기 때문에 장애인들은 당사자임에도 불구하고 스스로의 선택과 결정을 하지 못하는 수동적인 존재로 여겨지며 사회참여에서도 소외를 받고 있다. 이는 정책수립과정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장애인정책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장애인당사자들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채 결정되고 있다.

지금 국회에서는 ‘선택적 복지’니 ‘보편적 복지’니 하면서 열띤 논쟁을 벌이고 있다. 나름대로 설득력 있는 근거와 논리로 자신들의 주장을 펼치며 다양한 정책안들을 내놓고 있으며 앞으로 있을 총선과 대선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가 될 전망이다.

최근 살얼음판을 걸어오던 복지 분야인 만큼 이런 경쟁자체만으로도 환영받을만한 일이다. 어쨌든 여론을 중요시하는 정치판에서 복지 확대 요구를 수용하기 시작한다는 것에 의미를 둘 수 있기 때문이다.

이성욱/ 제주장애인인권포럼 정책기획팀
그러나 이런 열띤 논쟁 속에서 나오는 정책안들은 그 당사자들의 욕구와 필요에 의해서 만들어져야 하지 정치적 전략의 일환으로 만들어져서는 안된다. 당사자들의 요구가 반영되지 않은 허울뿐인 정책을 주장해봐야 그 결과는 여론에 의해서 뻔히 드러나게 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당사자들의 욕구수용이 절실한 지금 유독 당사자로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장애인이다. 장애인들도 이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동등한 구성원이며, 같은 권리를 가지고 자신들의 욕구를 주장할 수 있다. 더 이상 시혜와 동정의 대상이 아닌 존중받아야 할 주체이다.

장애인이 문제의 중심이 되고 해결의 주체가 되어 당사자로서의 이해와 욕구가 인정되는 사회야말로 진정한 선진복지사회가 아닐까 한다.

<이성욱/ 제주장애인인권포럼 정책기획팀>

장애인인권 이야기는...

   
장애인인권포럼 심벌마크.<헤드라인제주>
우리 사회는 장애인을 단순한 보호 대상으로만 바라보며 장애인의 문제를 대신 해결해 주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장애인은 치료받아야 할 환자도, 보호받아야 할 어린이도, 그렇다고 우대받아야할 벼슬도 아니다.

장애인은 장애 그 자체보다도 사회적 편견의 희생자이며, 따라서 장애의 문제는 사회적 환경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사)제주장애인인권포럼의 <장애인인권 이야기>에서는 앞으로 장애인당사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세상에 대해 새로운 시선으로 다양하게 풀어나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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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테네 2011-02-16 10:05:34 | 121.***.***.98
주체적이지 못한 내용을 담고 있네요

조인성 2011-01-26 17:33:29 | 221.***.***.123
장애인은 장애 그 자체보다도 사회적 편견의 희생자이며, 따라서 장애의 문제는 사회적 환경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는 말을 한번더 인지하게 되네요..

바당 좋아하는 소나이 2011-01-24 19:02:57 | 121.***.***.77
헐... 정말 그렇군요... 저역시도 옆에계신분을...
앞으론 좀더 주의를 해야겠군요 ;;
우리 다 같이 배웠잖아요 바른생활.. "대화는 말하는 대상의 눈을보면서..ㅎㅎ"

무명 2011-01-24 17:25:04 | 121.***.***.77
저 역시 같은 일을 겪는다 . 우리 사회 속에서 겪는 서러움이 없어지길 바랍니다.

레비 2011-01-24 17:15:04 | 221.***.***.123
공감 가는 글입니다...읽다보니 나도 반성하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