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예술고 설립, "잘될까? 안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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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 예술고 설립, "잘될까? 안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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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예술고등학교 설립 추진을 둘러싼 상이한 시각
강창수 의원 "가능성 충분"...교육청 "취지공감하나 어려울 것"

제주도교육청의 진학현황 조사 결과, 지난 2009년 147명, 지난해 136명이 제주도 밖 다른 대학으로 '유학'을 떠났다. 이들 모두는 예.체능 관련 학과로 진학했다.

중.고등학교 시절 예.체능에 관심을 두었다가 대학 진학, 사회 진출 등을 고려해 진로를 바꾼 학생들은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해볼 수 있다.

해마다 100명 이상의 학생들이 예.체능을 깊이 있게 배우기 위해 다른 지역까지 가야하는 수고를 감내하고 있다.

고등학교의 한 학급이 30명 정도인 점을 감안할 때 예.체능 관련 학급이 3-4개만 있어도, 이 학생들을 수용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특히 그 고등학교가 '예술고등학교'라면, 제주에 예술고가 세워진다면, 이 학생들이 굳이 다른 지역까지 가지 않아도 제주에서 예.체능 실력을 갈고 닦을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계산과 현실을 고려해 제주에 예술고등학교를 설립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제주지역 예술고등학교 추진위원회' 설립 준비위원회(이하 예술고 추진위)는 24일 오후 7시 제주시 노형동 동마빌딩에서 예술고 설립을 위한 모임을 갖는다.

예술고 추진위에는 제주특별자치도의회 강창수 의원(한나라당)을 주축으로 해, 이명도 서귀포시 부시장, 이승택 문화도시공동체 쿠키 대표, 위영석 제주도기자협회장, 권형진 프라임커뮤니케이션 대표, 김의근 탐라대학교 교수 등이 함께하고 있다.

강창수 의원. <헤드라인제주>

# 강창수 의원 "예술고 설립해, 제주를 문화예술 관광도시로"

모임을 주도한 강창수 의원은 "선배 의원들이 교육행정질문을 통해 교육감에게 수년 간 제주의 예.체능고등학교 설립을 건의해왔지만, 학생 수요와 설립 운영에 따른 예산 등의 이유로 진척이 없는 상황"이라며 모임 설립 배경을 설명했다.

예술고는 일종의 특수목적 고등학교로, 음악, 미술, 무용, 연기 등 예술 인재를 양성하는데 목적을 둔다. 전국 28개교가 운영되고 있고, 제주에는 한 곳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예술고 설립이 지역사회의 논의에만 그치는 것이 아닌, 보다 구체적인 작업으로 한발짝 나아가기 위해 이 모임을 주도했다고 덧붙였다.

강 의원은 "예술고 운영을 통해 청소년들이 다양한 예술을 체험해 우수한 예술 인재로 거듭나서, 이들이 문화의 세기를 준비하고 이끌어 가도록 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술고 설립은 입시와 학력위주의 교육시스템에서 벗어나, 아이들이 적성과 소질에 따른 진로 선택 및 창의적 인재 육성을 위해서도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강 의원은 "창의적 인재 육성을 통한 궁극적 목표는 제주를 문화예술의 관광도시로 만들자는 것"이라며 "문화가 없으면 구도심을 살릴 수도, 제주도 경제가 나아갈 수도 없다"고 말했다.

즉, 예술고 설립을 수단으로 해 우수한 문화예술 인재를 양성하고, 그 인재들을 활용해 제주를 문화예술의 관광도시로 만들겠다는 목표다.

# 제주 예술고, 학생 수요는 있을까?

하지만 예술고를 설립한다 하더라도 제주도내에서 과연 진학 수요를 감당할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이 따른다.

이에 강 의원은 "공급이 없는 상태에서 수요를 생각하는 것 자체가 문제인데, 제주에는 예술고가 없기 때문에 어린 학생들이 꿈을 꾸지 못하는 것"이라며 공급이 이뤄지면 수요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제주지역 예술고는 예.체능 소질이 뛰어난 학생들은 물론, 학교에서 말썽을 피우는 학업중단 위기 학생들을 그 대상으로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말썽 학생들은 농사활동 등을 통해 심신을 다스리는 대안학교에 보내지는데, 제주는 자연환경 자체가 농사활동과 비슷해 대안학교가 굳이 필요하지 않다"며 "그들을 예술고에 진학시켜 예.체능에 집중하도록 하면 문제 발생도 자연히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 의원은 "예술을 이해하고 향유할 줄 아는 '문화 게릴라'를 양성하고 지역주민과 관광객들에게 제주의 문화예술을 알리는 선도적인 '문화 전사'의 역할을 하도록 하자는 것"이라며 "예술고는 문화 게릴라를 양성하는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공립과 사립 모든 측면에서 예술고 설립을 추진하되, 여의치 않을 경우 영어교육도시 내에 외국계 분교라도 유치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예술고 설립 문제를 도의회 안으로 가져와 도의원들을 고문으로 위촉하며 논의를 확대하고, '문화 게릴라 양성을 위한 문화산업 인턴 지원 조례' 등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 교육청, "타당성 검토 필요하지만 난항 예상"

예술고 설립을 위해 각계 각층에서 힘을 모으고 있지만, 결국 학교 신설은 제주도교육청의 손에 넘어가게 된다. 예술고 설립의 키를 쥐고 있는 제주도교육청은 이같은 추진 움직임에 대해 어떠한 입장일까?

학교설립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교육청 교육행정과의 김보은 과장은 "우선, 교육 수요나 행.재정적 문제 등 타당성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예술고의 특성 상 학생이나 학교에 주어지는 지원이 일반고와 다르기 때문에,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재정 규모를 조절할 수 있는 사립학교에서는 (예술고 설립이) 가능할지도 모르지만, 공립학교에서는 확답을 내리기가 어렵다"며 "여러가지 방면으로 분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학지원과의 박철암 장학관도 이와 비슷한 견해를 보였다. 박 장학관은 "다른 지역을 볼때 예술고가 있느 곳은 지역주민이 200-300만명이 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또 학교에 배치된 강사만 80명인데, 제주에서 과연 가능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제주에도 예술고가 필요하다는데는 공감하지만, 과연 운영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며 "실제로 지난해 교과부의 예술체육 중점학교 육성 사업에 제주에서는 단 한곳도 신청하지 않았다"고 말해 예.체능을 희망하는 학생 수요가 많지 않았음을 반증했다.

한편, 양성언 교육감은 지난해 12월20일 열린 교육행정질문에서 "현실적으로 학교 설립은 어렵다"고 말했고, 우근민 지사는 앞서 17일 도정질문에서 "교육청과 함께 연구해 보겠다"고 말했다.

예술고 설립에 대해 각기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는 가운데, 강창수 의원이 이 문제를 의회 안으로 가져와 논의를 키우겠다는 입장을 내비치면서,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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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1-24 18:01:34 | 59.***.***.50
무릇 예술은 시대의 흐름을 끊임없이 파악해야 한다. 학교에서 배우는 건 일부에 불과하고 대부분 전시회 등의 공연을 직접 관람하면서 배우게 된다.
제주의 약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세계적 공연이 줄기차게 개최되는 서울 등의 대도시와 비교하면 제주는 불모지대와 다름 없을 것이다.
제주에 예술고 생기면 오히려 대학진학이 어려워질 것이다.

분석평 2011-01-24 15:32:44 | 211.***.***.17
예술고 입학을 희망하는 제주도 중학생이 육지부의 예술고에 입학하면 기숙사비를 지원해 주는 것이 양자의 이익이다.
만약 육지부의 예술 및 체육고에 진학하는 제주학생이 많다면 이들 학생을 위한 제2의 탐라영재관 건립이 양자의 이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