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치기 당한 장애인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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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치기 당한 장애인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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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인권 이야기] (1)고봉균 / 제주장애인인권포럼 활동가

우리나라 겨울철 날씨의 특징은 삼한사온(三寒四溫)이라 할 수 있다. 말 그대로 3일은 극심한 추위가 몰아쳐도 4일은 날씨가 풀린다는 것이다. 하지만 요즘 날씨를 보면 이 삼한사온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연일 한파가 맹위를 떨치고 있다.

하지만 장애인들의 가슴에는 이보다 더한 추위가 몰아치고 있다. 이는 바로 2010년 12월 8일. 국회에서 2011년도 예산안을 날치기로 통과시킴과 동시에 장애인활동지원법도 통과를 시켰기 때문이다.

이 장애인활동지원법에는 장애인 활동보조서비스에 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장애인 활동보조서비스란 1급 장애인을 대상으로 활동보조인을 파견하여 중증장애인의 손과 발의 역할을 함으로써 중증장애인 당사자의 선택권과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보조하여 자립생활과 사회참여를 실현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사업이다.

2007년부터 시행된 이 제도는 현시점에서 중증장애인에게 가장 필요로 할뿐만 아니라 인간답게 살기위한 가장 필수적인 서비스이다.

하지만 이번에 통과된 법안에는 활동보조서비스에 대한 이용시간과 대상까지 제한을 두고 있다. 더구나 이용자의 본인부담금을 최대15%나 인상시켰다.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에 대한 사회서비스를 제한하고 부담금을 높이면서 언론에서는 연일 친서민 정책을 외치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인 것이다. 도대체 서민이 어디까지가 서민일까 하는 의구심만 높아져 갈 수밖에 없다.

장애인의 목을 조르는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2011년 3월부터 활동보조서비스를 2년 이상 받고 있는 이용자를 대상으로 장애인 등급 재심사에 들어간다고 한다. 겉으로는 가짜 장애인을 판별하고 그 몫을 진짜 장애인(?)에게 돌아가도록 한다는 취지이다.

하지만 정작 장애등급 재심사는 이러한 취지와는 전혀 다르게 잘못된 기준으로 심사가 이루어져 수많은 중증장애인이 등급이 하락 되면서 활동보조서비스 대상자에서 제외가 되는 심각한 사태를 일으켰다.

그 동안 활동보조서비스는 중증장애인에게 자립생활을 실천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 취업과 학업, 다양한 문화 활동과 친목 활동 등 활발한 사회참여를 통해 비장애인들과 함께 지역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해 주고 있었다.

하지만 신규이용 신청자와 서비스시간 의의신청을 했다가 재판정을 받고 등급이 하락된 장애인들은 하루아침에 활동보조서비스가 끊기거나 대상에서 제외됨으로서 사회참여의 꿈을 안고 나왔다가 다시 집과 시설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그리고 기존의 이용자들은 위기감에 떨고 있다. 가짜 장애인이라서가 아니라 잘못된 기준으로 인해 등급이 하락되고 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부랴부랴 심사 기준을 개정한다고 발표했으나 이미 수많은 장애인들이 등급이 하향되면서 피해를 보고 있다.

장애등급을 판정하는 국민연금공단 장애심사센터에서는 1차 의료기관에서 온 서류만을 가지고 장애 심사를 하고 있다. 장애인의 상태가 어떤지 눈으로 보지도 않은 채 책상 앞에 앉아서 급수만 매기고 있는 것이다.

고봉균 제주장애인인권포럼 활동가.<헤드라인제주>
그리고 재심사 결과 등급이 2급 이하로 하향됐다고 아무런 경과조치 없이 장애인의 생명과도 같은 활동보조서비스를 중단시키고 있다.

이게 과연 장애인을 위한 것인가? 겉으로는 복지국가를 표방하면서 통과시킨 장애인활동지원법이 장애인의 생명과도 같은 활동보조서비스 이용에 제한을 두고, 본인부담금을 인상시키고, 장애 등급재판정을 통해 장애인의 숨통을 죄고 있는 것이다.

장애인들이 한 지역사회에서 당당하게 살아가는데 필수적인 활동보조서비스를 제한시킴으로서 다시금 병든 가축처럼, 그리고 죄수처럼 한 인간으로서 꿈을 갖지 말고 철창만 없을 뿐 감옥과 같은 시설이나 집에서만 살라고 한다.

결코 많은 것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 지역 사회에서 비장애인들과 함께 꿈을 꾸고 인간의 권리를 갖는 그저 평범한 삶을 살고 싶을 뿐이다.<고봉균 / 제주장애인인권포럼 활동가>

장애인인권 이야기는...

   
장애인인권포럼 심벌마크.<헤드라인제주>
우리 사회는 장애인을 단순한 보호 대상으로만 바라보며 장애인의 문제를 대신 해결해 주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장애인은 치료받아야 할 환자도, 보호받아야 할 어린이도, 그렇다고 우대받아야할 벼슬도 아니다.

장애인은 장애 그 자체보다도 사회적 편견의 희생자이며, 따라서 장애의 문제는 사회적 환경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사)제주장애인인권포럼의 <장애인인권 이야기>에서는 앞으로 장애인당사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세상에 대해 새로운 시선으로 다양하게 풀어나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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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2011-02-16 10:15:17 | 121.***.***.98
활동가 님의 의견의 지지를 더합니다.

편집국 2011-01-17 09:05:21 | 121.***.***.114
지적하신 오타는 수정되었습니다. 앞으로도 저희 <헤드라인제주>에 많은 관심 가져주시길 바랍니다.

스마일 2011-01-16 23:24:12 | 119.***.***.226
글을 읽다보니 오타가 있네요.. '하양-하향' 입니다..

감격 2011-01-15 08:10:40 | 1.***.***.240
잘읽었어요
좋은 내용입니다
장애인 인권신장위해 전진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