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내 친구 전화번호가 뭐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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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내 친구 전화번호가 뭐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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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IT기기 확산과 정보의 홍수 속 '디지털치매' 증가
박준혁 교수 "독서, 암기, 추론 등 지적활동 멈추지 말아야"

제주시에 거주하는 강모 씨(28)는 얼마 전 은행을 찾았다가 황당한 경험을 했다.

예금통장을 만들기 위해 은행을 방문, 개인정보를 기록하던 강씨는 전화번호를 적어넣던 중 갑자기 자신의 집 전화번호가 기억나지 않았다고 한다. 급히 휴대전화를 통해 집 전화번호를 확인해 기입함으로써 창피할 뻔한 순간을 면했지만 지금 생각해도 황당하다고 한다.

이러한 현상은 비단 강씨에게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다. 최근 10대에서 30대까지 비교적 젊은 층에서 주로 나타나고 있는 소위 '디지털치매'라는 현상이다.

기억력 저장창고인 수백억개의 뇌신경세포가 서서히 죽어가면서 생기는 노인성 질병으로 예전일을 잘 기억하지 못하거나 심하면 자신의 일도 기억하지 못하게 되는 의학적 현상인 치매와는 달리 디지털치매는 컴퓨터와 휴대전화, 네비게이션 등 디지털기기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생기고 있는 사회현상 중 하나이다.

즉, 편리한 디지털기기를 활용하면서 계산을 하거나 기억을 하는데 필요한 집중력이 부족해지고 이로 인해 기억능력이나 학습능력이 감퇴하는 것이다.

특히 정보화시대라 불리는 현대사회의 정보의 홍수 속에서 너무 많은 정보를 받아들이다보니 중요한 정보를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현재 많은 사람들이 이런 디지털치매를 겪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 "친구 전화번호? 휴대전화에 다 저장돼 있는데요"

제주시내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다는 이모 양(16, 여). 그녀는 지금 전화번호를 얼마나 외우고 있냐는 질문에 "다 휴대전화에 기록하고 있어 굳이 외우고 다닐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친구들 전화번호 다 외우고 다녔는데 지금은 휴대전화 단축번호로 쉽게 전화를 거니까 굳이 신경써서 외우거나 한 경우는 없어요. 매일 전화를 거는 친구 몇명의 번호와 가족들 전화번호 정도만 외우고 다녀요. 외우려고 한게 아니라 매일 보니까 외워진거죠."

전화번호를 못외우는 것만이 아니다. 최근 젊은 층의 경우 한사람이 여러 인터넷 사이트에 회원가입을 하다보니 비밀번호를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서귀포시에 거주하는 김모 씨(28)는 평소 잘 사용하지 않고 있는 인터넷 메일계정을 정리하기 위해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메일계정에 접속하려 했으나 비밀번호를 연거푸 잘못 입력하면서 결국 임시 비밀번호를 받아 메일계정에 겨우 접속할 수 있었다.

김씨는 "평소 잘 사용하지 않던 메일계정이다 보니 비밀번호를 다른 사이트의 비밀번호와 혼동한 것 같다"면서 "솔직히 너무 많은 사이트에 회원가입을 하다 보니 어떤 사이트에 무슨 비밀번호를 사용했는지 기억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의학계에서는 이런 디지털치매가 의학적인 치매와 직접적인 연관은 없다고 말하고 있지만 방치해두는 것은 좋지 않다고 경고하고 있다.

#. 박준혁 교수 "디지털치매 예방 위해 지적활동 멈추지 말아야"

제주대학교병원 정신과 박준혁 교수는 디지털치매를 예방하기 위해 지적활동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디지털치매는 의학적이나 학술적인 용어는 아니지만 지금과 같은 디지털시대에 머리를 사용하는 것을 많은 기기로 대체하면서 기억력 등이 감퇴하는 현상을 말하는 것"이라며 "휴대전화와 PDA, 네비게이션 등의 기기를 많이 이용하는 젊은 층에서 주로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디지털치매가 의학적치매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지 여부를 연구한 결과는 없지만 지적활동이 높은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치매위험인자가 낮다는 연구결과가 있고, 영국의 런던의 택시 운전사를 조사했더니 기억과 연관이 높은 뇌의 해마라는 부위가 일반인 보다는 컸다"면서 "현재의 디지털 치매를 방치하는 것은 뇌의 해마 크기를 줄이는 쪽으로 영향을 주고 이는 곧 치매의 위험도와 높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박 교수는 디지털 치매를 예방하기 위해 지속적인 지적활동과 사회활동을 해야한다고 권장했다.

박 교수는 "컴퓨터와 휴대전화 등은 일상생활에 도움을 받기 위한 보조수단으로만 사용해야지 이를 주 기억매체로 사용해선 안되며 지적활동을 꾸준하게 해야한다"면서 "외울 수 있는 부분은 외우고, 꾸준히 독서하는 등 생각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박 교수는 사람들과 만나서 교감을 나누는 사회활동이 디지털치매를 예방하는데 좋은 수단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과 만나서 서로 사교를 나누는 것도 디지털치매를 예방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면서 "최근 개인사회화가 진행되면서 사람들간의 교감이 단절되고 이런 상황에서 우울증 등이 발생하고 있는데 사람들과 만나는 사교활동이 디지털치매와 우울증을 예방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기기의 발달로 사람들의 생활은 더욱 편리해지고 있지만 그만큼의 부작용도 만만치않게 나타나고 있다. 이런 부작용을 줄이고 건강한 사회생활을 위한 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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