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인 주방장의 훈수..."배려심 키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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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인 주방장의 훈수..."배려심 키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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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人제주] (19) 인도 음식점 라지마할의 카말 비케
"영어 안내-대중교통 불편...중동 관광객 공략해야"

제주특별자치도는 올해 관광 정책 추진방향으로, 외국인 관광객 200만명 유치를 위해 '중국'을 중점 공략한다고 밝혔다.

특히 중국인 관광객을 2014년까지 연간 100만명 이상 끌어온다는 계획인데, 여기에 나름의 논리로 태클을 건 이가 있다.

외국인의 눈으로 본 제주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는 카말. <헤드라인제주>
네팔 출신이면서 제주 아내를 맞았고, 중동에 대해 빠삭히 알고 있는, 조금은 특별한 카말 비케(36)가 그 주인공이다.

현재 신제주 제원 아파트 인근에서 인도 음식점 '라지마할'을 운영하고 있는 그는 올해로 제주 생활 7년째에 접어들었다.

제주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지난 2004년 일본. 네팔에 있는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카말은 '세계를 겪어봐야 한다'는 생각에 세계 이곳저곳을 다니게 됐고, 요리 공부를 위해 일본을 찾게 됐다.

당시 요리 공부를 하며 틈틈이 아르바이트를 하던 그는 함께 일하던 지금의 아내 이현심씨를 만나게 되고, 백년가약을 맺었다. 그 뒤 아내의 고향인 제주를 찾았다.

"처음 한국에 와서 경기도 근처에 머무를 일이 있었는데, 삭막하고 겁나서 못살겠더라고요. 길을 물어봐도 알려주는 이 하나 없고...그런데 제주는 사람들이 친절하고 공기도 깨끗해서 살기에 좋습니다. 안전해서 겁을 낼 필요도 없고요."

제주에 정착하고 인도 음식점의 문을 연지 올해로 3년째, 신제주권 제주도민들과 원어민 교사에게는 '별미코스'로, 중동권 관광객들에게는 '필수코스'로 자리 잡았다. 처음엔 요리도 직접 했었는데, 지금은 요리사 2명을 채용해 주로 손님 접대를 맡아 일하고 있다.

# 외국인 관광객 유치하겠다면서..."영어 안내 부실해요"

카말 비케. <헤드라인제주>
육지와 달리 깨끗하고 안전하고 친절한 제주이지만, 7년째 살다보니 '눈엣가시'들이 보이기 시작한다는 카말. 특히 식당을 찾는 원어민 교사들과 관광객들은 그의 '제보자'다.

"주로 관광을 하면서 겪는 불편함을 저에게 묻곤 해요. 제가 영어도 좀 되거든요(웃음). 교통, 음식, 안내 등 다양한데서 아직도 불편을 겪는다고 하소연해요. 제주에 관광객이 수백만명 온다고 하지만, 고쳐야 할 부분이 남아있다는 얘기죠."

우선, 외국인들이 겪기에 제주에는 아직도 '영어 안내'가 부실하다고 지적한다. 주요 관광지나 시내버스에는 영어 안내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만, 관광객들을 그 곳에만 묶어둘 수는 없다는 논리다.

또 대중교통 체계도 불편함을 초래한다고. "예를 들어 서귀포 중문에 숙소를 잡았는데 신제주에서 밤늦도록 놀고 즐기고 나면, 그들은 숙소로 돌아갈 방법이 없어요. 밤 늦게 버스가 다니는 것도 아니고, 택시를 타기에는 부담이 된다는 거죠. 더욱 문제인 것은 이러한 것들을 상담해 줄 수 있는 시스템도 없다는 점입니다."

# "제주에 돈 많은 관광객만 오는 것은 아니잖아요?"

대중교통 체계는 밤뿐만 아니라 낮에도 골치라는 카말. 관광지와 관광지를 연결시켜주는 교통 수단이 부족하다는 푸념이다.

"관광지에서 다른 관광지로 버스를 타고 어떻게 가느냐 묻는 관광객들이 가끔 있습니다. 설명하기가 어렵기도 하지만, 설명할 수 있는 게 없어요. 관광지를 잇는 교통편이 열악한 게 사실이니깐요."

즉, 제주 관광의 교통체계가 '상위층' 관광객에게 맞춰져 있다는 카말. 골프장이나 카지노를 찾는 관광객들은 굳이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아도 되고, 그들은 비교적 많은 수익을 내기 때문에 다른 관광객들을 위한 교통체계에는 부실하다고 했다.

"제주에는 돈 많은 관광객들만 오는 것은 아니잖아요? 저렴하게 관광을 즐기다 가고 싶은 관광객들도 많은데 그들을 위한 교통 수단이 부족한 게 아쉽습니다. 제 경험이기도 하고요."

카말 비케. <헤드라인제주>

# "비행기 값 8만원, 해수욕장 파라솔 대여료 5만원...이건 아니잖아"

해수욕장의 파라솔 대여료에 대해서도 불만이 가득했다. 바닷가 백사장의 주인이 이 세상에 어디 있느냐고 일순 눈을 크게 부릅뜨면서 불만을 토로했다.

"처음 한국에서 해수욕장 자리를 빌리는데 돈을 내야 한다는 말을 들었을때 농담인줄 알았어요. 하지만 진짜더라고요. 바다는 주인이 있을 수 없는데 돈을 내라니 어이가 없었죠."

비행기 값 8만원 내고 제주에 와서 파라솔 대여료로 5만원을 내야 한다는 게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 "중동 관광객을 공략하라...단, 육식문화는 바꿔야"

제주 섬을 관광지가 아닌 생활 공간으로 여겨온 제주사람들에게는 신선하면서도 부끄러운 지적들이었다.

이러한 지적을 술술 풀어낼 수 있었던데는 카말의 '경제 마인드'가 한 몫 했다. 네팔의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그는 졸업과 동시에 경제적 안목으로 세계 이곳저곳을 둘러봤다.

"나라 밖을 나가봐야 보다 많은 것을 알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다양한 나라들을 경험했죠. 그때 들었던 생각이 '우물 안 개구리는 우물 밖을 볼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식상한 이야기일 수 있는데 굉장히 중요한 말인 것 같습니다."

카말 비케가 제주 관광에 '훈수'를 두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경제적 안목과 다양한 나라에서의 경험이 한데 어우러져 제주 관광에 훈수를 둘 경지까지 오르게 됐다. 내친김에 훈수 하나 더. '중동 관광객을 공략하라'

"중동의 정확한 인구는 파악이 안되는데 모든 중동국가를 합치면 중국 다음으로 많을 것으로 보여집니다. 중동 사람들 은근히 한국에 관심이 많습니다. 건설을 기반으로 산업이 발전하면서 해외 관광에 차츰 눈을 뜨고 있죠. 제주 관광은 중국에만 의존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중동을 노리는 게 더욱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중동 관광객 유치에 앞서 풀어야할 과제가 있다고. 바로 '육식 문화'다.

"모든 국가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쇠고기를 먹지 않아요. 돼지고기를 피하기도 하고요. 주로 양고기를 먹는데, 그것도 이슬람 규칙에 따라 도축되고 손질된 양고기만을 취급합니다. 이 부분이 해결된다면 제주는 중동국가에 충분히 매력적인 관광지가 될 수 있습니다."

제주 관광에 '배려심'이 부족하다는 쓴 소리를 거침없이 건넨 카말이지만, 그의 속마음 한켠에는 제주를 사랑하는 마음이 있었을 터.

우물 밖으로 뛰쳐나와 넓은 세상을 맞이한 개구리처럼, 카말의 진심어린 충고가 제주 관광이 한 발짝 도약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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