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풍이 불면 바다가 호수처럼 잔잔하고 물이 맑아서 붙여진 이름 한담(漢潭).
제주시 애월읍 애월리에서 서쪽 해안가에 자리잡은 '한담'을 일컬어 명광윤씨(57)는 "한가로운 마음을 담아내는 아름다운 곳"이라 불렀다.
아름다운 해안절경을 잇는 한담 산책로는 그가 매일 아침 즐겨찾는 곳이기도 하다.
이 물음에 그는 '기록'을 시작했다. 3-4년전 처음 산책로 주변의 야생화에 관심을 갖게 된 그는 매일 카메라를 갖고 그곳에서 야생화 하나하나를 앵글에 담았다. 해안가에서 자생하는 마을의 식물에 대해 기록하고, 이를 후세에까지 잘 보전하고 싶은 욕심이 컸던 듯 하다.
무려 900일 이상을 산책로 주변의 야생화를 훔쳐 모았다.
그렇게 해서 2008년 처음 펴낸 것이 책자 <한담 야생화 생태보존 위한 최초 보고서>를 펴냈다.
제목만 들으면 마치 공공기관에서 발주한 용역사업인듯한 느낌을 갖게 하지만, 어디까지나 명씨의 발품으로 만들어진 개인보고서다.
이 결과 사낵로 주변의 야생초만 무려 110종에 이른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자주 만날 수 있는 곰솔, 후박나무, 꾸지나무, 돈나무, 수국, 아카시아, 복사나무, 사철나무도 꼼꼼하게 기록됐다. 채록된 사진과 사이트별 식물분포 현황은 각각의 식물별 페이지를 만들어 기록화했다.
여기까지가 그의 1단계 작업이다.
그런 그가 올해에는 두번째 책을 펴냈다. 이번에는 식물도감 형식의 컬러 책자다.
<한담 야생화>라는 제목의 책자에서는 종전 1차 보고서 때의 내용을 대폭 보완했다. 이번에는 177종의 들꽃이 채록됐다. 각 식물이 자라는 주변 환경을 1차적 포커스에 넣은 후 꽃잎을 중심으로 해 클로즈업해 이미지화했다.
야생화에 대한 설명은 식물명, 과명, 분포지, 개화기, 특징, 유래순으로 간략하게 정리하고 있다.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특징>과 <유래>를 함께 정리한 것으로 돋보인다.
책자 머리말에는 그가 왜 야생화에 푹 빠졌는지를 잘 설명해준다.
"새벽 어느날, 신선명상지에 해무가 짙게 드리웠을 때 선녀를 만났다. 선녀는 금바구니를 들고 있었는데, 그 속에 들어있는 것은 모두가 새하얀 진주였다. 선녀는 신선명상지 주변의 기암들 사이에 진주를 하나 하나 정성스럽게 놓았는데, 새하얀 구르듯 멈추면 들꽃으로 피어났다. 해무가 걷히면서 이슬과 함께 반짝이는 들꽃들은 경이롭고 아름다웠다."
두번에 걸쳐 책을 펴내는데 어느정도 비용이 소요됐느냐는 질문에, 그는 겸연쩍게 웃는다.
"단순히 인쇄비만을 알려달라고 하면 알려줄 수 있는데, 900여일 동안 채록했던 그 과정을 어떻게 돈으로 산출할 수 있겠어요?"
비록 학술적 가치는 어떻게 판단될지는 모르지만, 해안가 야생화를 포커스로 해 체계적으로 기록했다는데 대해 그는 상당한 의미를 부여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환경이 시시각각 변하고 있는데, 지금 우리가 늘상 보는 아름다운 야생화들은 과연 5년 후, 10년 후에도 볼 수 있을까 하고 자문해 본다면 확신이 안서잖아요? 지금은 쉽게 볼 수 있는 야생화도 5년 후에는 희귀식물이 될 수도 있구요, 어쩌면 멸종될 수도 있겠지요."
앞으로 이 자료가 시간이 흐른 후에 제주 야생화를 다시 조명하는데 소중한 자료가 되었으면 한다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학술적 가치로 따진다면 정말 부끄럽겠죠"라며 겸손해 했다.
"지금까지 한라산 자생식물에 대한 연구는 체계적으로 이뤄졌지만, 해안가에 자생하는 야생화에 대한 연구는 미흡한 것 같아 아마추어가 만든 자료라고 생각하고 좋게 평가해 주세요."
그는 앞으로도 야생화에 대한 채록활동을 계속해 나갈 생각이라고 했다. 현재 국토 최남단 마라도에 대한 야생화 채록을 준비 중이다.
"<한담 야생화>가 생태학습 및 생태관광에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면, 선녀가 한번쯤은 안아주지 않을까요?"
도서출판 늘. 저자 명광윤 연락처(799-4944). <헤드라인제주>
너무 멋져보여요.
헤드라인제주 통해 명광윤님 소식 처음 알았어요.
연락처로 연락드리면 책 한권 부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