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시무시한 칼싸움 놀이, "내 형광검을 받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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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시무시한 칼싸움 놀이, "내 형광검을 받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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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놀이터 입구, 버젓이 자리잡은 놀잇감 '폐형광등'

시민 강모씨(29)는 얼마전 놀이터에서 놀다 온 두 조카로부터 깜짝 놀랄 이야기를 전해들었다.

"놀이터에서 만난 형들이랑 칼싸움을 하고 놀았다고 하더라고요. 조카들이 칼 모양의 장난감은 없어서 나뭇가지나 주워서 놀았나보다 했는데, 듣다보니 갖고 놀던 칼이 형광등이었어요."

조카는 형광등이 위험한 것을 자기도 안다며 칼싸움 놀이를 할 때 조심스럽게 부딪혔다고 했지만, 갓 열살을 넘긴 조카의 이야기는 아찔함을 남겼다.

마음껏 뛰어놀아야 할 어린이놀이터가 세심하지 못한 배려로 인해 주변환경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삼양동 D아파트 인근 놀이터. 입구 근처에 클린하우스와 폐형광등 수거함이 자리잡았다. <헤드라인제주>

# 놀이터 입구의 형광등...놀잇감 "딱 좋아?"

문제가 제기된 제주시 삼양동 D아파트 인근의 어린이놀이터. 어린이들이 갖고 놀았다는 형광등의 출처를 단박에 알 수 있었다.

놀이터 입구 바로 옆에 폐형광등 수거함이 설치돼 있는 것. 놀이터 가장자리에 설치된 클린하우스 내 폐형광등 수거함이 놀이터 입구와 몇m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었다.

게다가 수거함의 높이는 1.5m도 채 되지 않아 키가 작은 어린이들이라도 마음만 먹는다면 얼마든지 형광등을 꺼내갈 수 있는 구조로 설치돼 있었다.

의도한 바는 아니었겠지만, 어린이들에게 있어 평소 감히 만져보지 못했을 형광등은 좋은 놀잇감이 되고는 한다. 형광등은 흡사 공상과학영화의 주인공이 손에 쥔 무기와 같아 보인다.

이는 놀이터 내 잔디밭에 널브러진 형광등 조각이 설명한다.

놀이터 내 잔디밭에 널브러진 형광등 조각. <헤드라인제주>

고무재질이 깔린 놀이터 내부 바닥의 유리조각은 누군가에 의해 치워졌겠지만, 차마 잔디에 버려진 유리까지 일일이 줍지는 못했는지 여전히 방치돼 있었다.

길가에 조각이 떨어진 것도 아니고, 놀이터 내부 잔디밭이라는 상황상 누구의 소행인지는 쉽게 짐작이 갈 만하다.

공교롭게도 이 놀이터의 반경 50m안에는 공립어린이집과 함께 검도학원이 위치해 있었다.

# 놀이터-형광등 수거 업무 '따로따로'

인근에 거주하고 있는 시민 최모씨(51)는 "물론 가까운 곳에 폐형광등 수거함이 있으면 편하기는 하지만 놀이터 옆이라는 것이 항상 마음에 걸리기는 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며칠에 한번 걷어가는지 잘 모르겠는데, 가끔 폐형광등이 가득 차 넘칠때까지 수거되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따로따로' 행정처리의 문제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어린이놀이터 업무 따로, 클린하우스 업무를 따로 다루다 보니 지금같은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놀이터 환경을 담당하는 공원녹지과와 클린하우스를 설치하는 환경자원과, 클린하우스의 위치를 결정하는 해당지역 주민센터간의 유기적인 협의가 이뤄지지 못한 것.

놀이터 입구에 위치한 폐형광등 수거함. 어린이도 쉽게 잡을 수 있는 위치에 형광등이 놓여있다. <헤드라인제주>

이에 제주시 관계자는 "그렇지 않아도 공원 인근 클린하우스의 경우 유리병 수거함과 음식물쓰레기 수거함 만이라도 다른 곳에 설치하는게 어떻겠냐는 내부적인 논의가 오갔지만 결국 이뤄지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클린하우스를 설치하는 경우 장소가 한정되다보니 어려움이 많다"며 "각 해당 읍면동에서 주민의견을 수렴한 후 결정하는 사안이라 함부로 위치를 변경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클린하우스의 위치는 지역주민들이 아주 민감하게 받아들이기 때문에 찾고 찾다보면 결국 공원 인근으로 오게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해결책을 마련할지, 공상과학영화보다 아찔한 이 놀이를 더 지켜봐야 하는지는 앞으로의 숙제로 남게됐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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