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갔다가, 울컥 화가 났던 이유를 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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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갔다가, 울컥 화가 났던 이유를 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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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진의 미디어칼럼] ① 제주사회 재설계를 위한 제언-'예산'

2010년 12월 31일, 휘몰아치는 거센 눈바람을 헤집고 동네 은행을 찾았다.

고상한 척 지인들에게 ‘송구영신’ 운운하는 문자를 보내려던 순간, 화북동사무소에서 친절하게 보내준 세금내주시라는 문자를 뒤늦게 확인해서다. 다행이었다. 고마웠다. 까맣게 잊고 있었던 자동차세와 지방교육세 납부 마감일이었다.

기한이 진짜 연말까지인지 납부고지서를 다시 확인해 보며 생색내려던 새해맞이 가족 선물 대신 ‘세금납부’를 택했다.

우근민 도정의 재정위기 시대에 보탬이 되겠다는 생각이 앞섰던 것은 아니다.

29일 자정무렵 공권력 때문에 제주시민이 중상을 입든 말든 제주도의회 앞 인도에서 공권력의 실체를 다시 일깨워준 제주시장님의 근영을 떠올리면 ‘납부거부’라도 해볼까도 했다. 그러나 2011년 1월 나에게 돌아올 가산세 2840원이 더 아까웠다.

#권력집단들의 세금이야기- "500만원이 4500만원으로 변신"

이렇게 한 푼 두 푼 우리가 낸 세금으로 모여 만든 2011년도 제주도 예산안이 지난해 12월30일 도의회를 통과했다. 외형상 언론사 스포츠대회 예산으로 촉발된 제주도와 제주도의회의 예산전쟁. 그러나 한 고위 공무원의 ‘삭발투혼’이 잠시 뉴스거리가 됐을 뿐 양측의 고만고만한 타협으로 막을 내렸다.

‘뒷북지적’이긴하나 그 내막을 펼쳐보니 권력의 진한 향기가 더욱 느껴지는 예산도 숨어 있었다. 서귀포시청에서 500만원 편성됐던 예산이 4500만원으로 변신해 있었다.

변신로봇에 요술방망이가 아니고서야 이럴 수가 하며 내역을 살펴봤다. 고작 워크숍, 토론회 예산이었다. 서귀포시장께서 미래비전을 위해 애지중지한다던 무슨 위원회가 쓸 예산이었다. 아예 처음부터 ‘4000만 땡겨 미리 편성하든가’... ‘토론회 예산 하나 제대로 편성 못하면서 무슨 서귀포의 미래비전을 논의한다는 건지,,..’

모 단체의 경우 2011년 해외교류사업비로 4700만원이 책정됐던 것이 의회를 거치면서 2000만원이 증액돼 무려 6700만원이 됐다. 우근민 도정의 수출홍보대사 업무도 아니고 고작 민간단체 지원이라는데 자부담도 한 푼 없다. 알고보니 현직 도의원이 이 단체의 전 대표다.

재량사업비가 있다. 소위 ‘풀사업비’다. 도지사에게도 있고 시장에게도 있고 읍면동장에게도 편성된다. 예산부서 공무원들의 주장대로 실무적으로는 일부 필요한 측면이 있을 수도 있다.

어떻게 쓰이고 있을까? 일반화할 수 없지만 이런 일화도 있다. 특별자치도 제도 가운데 공동주택지원제도가 있다. 20세대 이상 공동주택을 위해 필요한 공공성이 있는 시설에 들어가는 비용을 지원해주는 나름 좋은 제도다. 노후된 공동주택이나 저소득층 공동주택 등을 위해 사용될 수 있으면 더욱 좋다.

그런데 어쩌다 소위 도의원 재량사업비가 공동주택지원제도의 물을 흐려놓고 있다는 전언이다. 지난 연말에 모 아파트에 ‘의원님 예산’이라며 1600만원 지원해 달라며 서류를 들이밀었다. 애시 당초 이 아파트는 조례지원기준에 맞지도 않아 지원자격조건도 갖추지 않은 상태였다.

권위있다는 모부동산전문사이트에서 거래시세를 확인해봤다. 아파트 실거래가가 1억6000만원~2억원이었다. 다행히 심의위원들이 지혜를 모아 부결되긴 했지만 통과됐다면 다음날 <‘도민혈세로 최고급아파트 지원 퍼주기 - 지원기준도 미달 …도의원 재량사업비 도마'> 정도 제목을 단 신문기사가 날 뻔했다.
당초 제주도가 편성한 2011년 공동주택지원 예산은 5000만원. 그러나 의회 심의를 거치면서 1억2000만원이 증가해 총 1억7000만원이나 됐다.

#도민들의 세금 되찾기-

하루하루 바쁜 도민들로써는 세금 낼 걱정은 하지만 어떻게 쓰이는지 잘 모를 수 밖에 없다. 세금을 제대로 쓰게하는 방법은 없을까? 있다.

주민참여예산제이다. 예산을 편성하는 단계에 주민들의 참여를 보장하면 낭비되는 예산도 적고 제대로 세금을 쓸 수 있지 않을까하며 도입된 제도다. 1989년 브라질 포르뚜알레그레시에서 시작된 제도는 UN에 의해 ‘세계 40대 훌륭한 시민제도’로 꼽히기도 했다.

별로 좋아하는 기관은 아니지만 세계은행 역시 정부와 시민사회의 가장 모범적인 협력 모델로 인정했다.

전국적으로도 이미 대한민국 100여곳의 지방정부가 도입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에 이어 이명박 정부에서도 권장하고 있는 제도이기도 하다.

제주는 어떠한가? 특별자치도가 출범하면서 명문화된 강행규정으로 존재하고 있다.

그런데 재정위기시대를 만든 김태환 도정 4년간은 도입되지 못했다. 시민단체 때문이라는 등 구구절절 변명거리가 있겠지만 솔직하게 도지사의 의지는 물론 고위 공무원들도 도입 생각이 별로 없어 보였다.

우근민 도정도 주민참여예산제 도입을 약속했다. 지난해 10월 발표한 공약실천계획 93쪽과 94쪽에 <주민참여예산 제도화>로 명시되어 있다.

공약실천계획이 공무원들 책장의 장식용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말 그대로 실천이 필요하다.

도지사의 계획대로라면 2010년에 이미 <주민참여예산조례 제정위원회>가 구성되고 지금쯤 초안이 나와서 시민단체들과 주민들이 조례 내용 강화가 필요하다 등등 의견서 내는 공론화과정을 거쳐 2011년 상반기에 조례가 제정되는 일정이다.

하지만 우근민 도정도 아직까지는 김태환 도정과 별반 다를 바 없는 모양새다.

강호진 객원필진. <헤드라인제주>
만만한 서민들 볼모로 세금인상 정책에만 신경 쓸 것이 아니라 정책도 약속지키는 도지사를 보여줘야 한다. 60억 수출 목표인데 180억 세금 투입하는 수준의 ‘수출 1조원 정책’보다 우선순위에서 밀려서는 안 된다. 비예산 사업이라 재정이 투입되는 정책도 아니다.

재정민주주의 제도를 제주에 뒤늦게라도 도입할 것인가 말 것인가의 문제이다.

2011년은 우리가 낸 세금 제대로 돌려받는 해가 되어야 한다. 그 시작인 주민참여예산제 도입 약속이 올해는 지켜지기를 바란다. 그렇지 않으면, 도민들이 애써 뽑아준 의미가 없지 않은가? <헤드라인제주>

<강호진 / 사단법인 제주대안연구공동체 연구지원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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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은소리 2011-01-05 22:14:27 | 119.***.***.72
구구절절 옳은 말씀만 하시네요. 다음 글은 좀더 쎄게? 써보세요. 속이 후련하다 미지근한 부분이 있어요. 억지로 수위조절하지 마시고 그냥 팍팍 써버세요.

지나가다 2011-01-04 17:05:17 | 211.***.***.37
문제 제기를 할려면 구체적으로 해야 한다.
서귀포시 모 위원회, 모 제주도의원처럼 필자는 알고 있지만 밝히지 않으면 더 구린 구석이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담부터 문제 제기를 할려면 구체적으로 하길 바란다. 정확히 밝힐 자신이 없으면 아예 문제를 제기하지 마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