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 전야, "평화가 가득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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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절 전야, "평화가 가득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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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양각색' 성탄 전야제...성찬 예식부터 트로트까지

2010년전 아기 예수의 탄생을 기념하기 위해 온 거리가 떠들썩하다. 이미 종교적인 영역을 넘어서 '크리스마스'는 전 세계인의 축제가 됐다.

제주도내 각 처에서도 한껏 들뜬 분위기를 가감없이 뿜어낸다. 거리는 캐롤로 가득하고, 곳곳에 매달린 형형색색 전구불빛은 거리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는다.
 
거기다 올해는 눈까지 펑펑 쏟아지는 '화이트 크리스마스'. 차디찬 겨울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한껏 운치를 뽐낸다.

특히 누구보다 이날을 기다렸을 교회와 성당에서는 환희의 목소리가 가득 울렸다.

# 거룩한 성탄..."예수의 사랑이 제주에 가득하길"

성탄절을 하루 앞둔 24일 오후 10시, 제주시 구도심 중심가에 위치한 성당에서는 엄숙한 분위기 속의 성탄 미사가 거행됐다.

복사단 어린이들이 앞길을 밝히고, 신도들은 차례로 나와 마리아 옆에 누인 아기 예수를 보며 절을 올린다.

중후한 오르간 소리에 맞춰 은은하게 울려퍼지는 찬송가 소리는 분위기를 더욱 경건하게 만든다.

40여분에 걸쳐 수 많은 성도들이 모두 경배를 마치고서야 다음 순서가 이어진다.

이날 설교에서는 "보잘것 없는 이들을 위해 의로운 길을 걸어야 한다"며 "험난한 길을 나선 세 명의 동방박사처럼 의로운 길을 두려워 해서는 안된다"는 메시지가 전해졌다.

이어 진행된 성찬식. 준비된 떡을 떼고, 포도주를 마시며 다시 한번 인간으로 태어난 예수의 사랑을 기억한다.

성탄을 맞아 가족과 함께 미사에 참석한 이대훈 씨는 "예수님의 사랑이 이곳에 있는 신도들 뿐만 아니라, 제주땅에 가득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긴 시간 성찬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신도들은 두 손을 꼭 모으고 감사의 기도를 드린다.

# 들썩들썩~ "이런 날이야말로 축제 아닌가요?"

비슷한 시간 제주시 아라동 소재의 한 교회.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흔히들 떠올리는 찬송가 대신 흘러나오는 곡은 트로트 가요다.

"짠짜짜~ 짜짜라라~" 구성진 음색에 걸맞는 반짝이 의상을 입은 이들이 무대로 뛰쳐 올라오며 외친다. "무조건 무조건이야~"

이어지는 무대도 '엄숙함'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힙합 복장으로 랩퍼 흉내를 내기도 하고, 유명 걸그룹의 노래를 개사해 댄스와 함께하는 무대를 선보이기도 한다.

태권도복을 차려입은 어린이들의 품새 시범에 이어 진행된 난타 무대에서는 냄비뚜껑, 간이의자, 쟁반, 페인트통, 빗자루 등 두드릴 수 있는 모든 물건들이 예배당 강단 위에 진열된다.

천사옷을 입은 아이들이 나와 뒤뚱거리며 율동을 할 때는 모두가 함박웃음을 터뜨린다.

시종 웃음이 끊이지 않던 이 교회는 해마다 각 연령별, 기관별로 준비한 무대를 선보이는 '크리스마스 전야 발표회'를 연다.

전체적인 무대를 준비한 관계자는 "크리스마스는 우리에게 있어서 기쁨의 날"이라며 "그야말로 축제를 즐겨야 하는 밤이 아니겠는가 하는 취지에서 행사를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평소 점잖게 무게를 잡던 어른들이 흥겹게 몸을 흔드는 광경은 보기 쉬운일이 아니다. 아무것도 모르고 뛰어 노는 어린 아이들이 딴에는 고심하며 준비한 무대를 관람하는 것도 의미가 크다.

우리 아이가 가장 잘했다고 강하게 주장한 이세진 씨는 "구태의연한 무대보다 이런 자리가 좋지 않은가"라며 "더 열심히 연습해서 교회뿐만이 아니라 대외적으로도 보여줄 수 있는 무대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교회의 담임목사인 남수은 목사는 "오늘 축제는 예수님의 사랑으로 하나가 되는 자리"라고 말했다.

그는 "사람이 살아가는 곳은 싸움이 일어날 수 밖에 없다"면서 "사랑과 은혜로 서로 이해하고, 용납하고, 화합하는 것이 예수의 뜻"이라고 전했다.

성탄절, 각기 다른 장소의 다른 모습이었지만, '평화'와 '화합'을 원하는 마음만큼은 하나였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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