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특별자치도의 새해 예산안을 다시 제출함에 있어 제주도당국과 도의회가 나란히 딜레마에 빠졌다.
제주자치도는 지난 제276회 정례회에서 부결된 예산안을 재편성해 오는 27일 개회하는 제278회 임시회에서 재심사될 수 있도록 제출할 예정이다.
그러나 임시회를 목전에 둔 24일 오후 4시 현재까지 제주도는 예산안을 제출하지 못했다.
문제는 도의회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 위한 배려(?) 차원이다.
도의회 역시 제주도가 어떤 내용의 수정예산안을 다시 짜서 제출할까 하는 부분에서 신경이 곤두선 모습이다.
24일 오후 3시께 제277회 임시회 제2차 정례회가 끝나자마자 문대림 의장을 비롯한 의장단과 상임위원장이 이 문제를 논의했다.
물론 회동을 가진 이유는 다음 임시회에서 예산안 처리방향 등을 개괄적으로 정하기 위해서다.
의원들 내부에서는 겉으로는 표정관리를 그럴듯하게 하면서도, 다시 제출되는 예산안의 내용에 적지 않게 신경을 쓰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제주도 역시 마찬가지다. 예산안을 임의적인 판단으로 섣불리 제출했다가 갈등이 다시 증폭되지 않을까 여러가지 안을 마련해 제출준비를 하고 있다.
외부에서 보기에는 새해 예산안을 제주도가 다시 적정하게 수정할 내용을 수정한 다음 제출하면, 심의권을 가진 도의회에서 이를 조정하면 될 터인데 두 기관의 분위기는 매우 신중해 보인다.
이유는 뭘까?
표면상으로는 지난 정례회에서 불거졌던 언론사 등의 행사성 보조경비인 민간보조금을 어느정도로 책정할 것인가 하는 점이 쟁점이다.
그러나 실질적인 이유는 다른데 있다. 행사성 민간보조금의 증액이 적정한가의 문제가 불거졌던 것은 사실이나, 도의회 내부에서 분위기가 미묘하게 흐르는 것은 상임위원회별 예산심사 과정에서 유사한 사례가 적지 않았던데 기인한다.
즉, 스포츠행사 사업비를 대거 증액시켜준 문화관광위원회가 여론의 뭇매를 맞은 셈이지만, 다른 상임위원회에서도 적절하지 못한 계수조정결과가 많았다는 얘기다.
행사성 경비 증액 문제로 여론의 집중을 받고 있는 문화관광위원회, 해군기지 삭감 예산을 갖고 증액편성한 농수축지식산업위원회, 증액된 사업비를 갖고 지역구 개발사업 등에 증액한 환경도시위원회 등은 재심사를 앞두고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이번에 재심사를 하게 될 경우 제주도가 예산안을 어떻게 편성하느냐에 따라 매우 '곤혹스러워' 할 상임위원회도 존재한다고 한다.
대표적인 예가 농수축지식산업위원회다.
이 위원회에서는 지난 정례회 예산심사에서 해군기지 사업비가 편성된 것에 대해 크게 질타하며 이들 예산을 전액 삭감시켰었다.
그리고는 계수조정에서 강정마을 그린홈보급사업 및 강정마을 농어촌테마공원조성사업비 등 강정마을 해군기지와 관련한 지방비 60억원 가량을 삭감했다. 삭감된 예산은 이곳저곳의 사업비를 증액시키는데 사용됐다.
해군기지 사업비와 관련해서는 이미 우근민 제주지사도 "편성과정의 실수"라며 잘못됐음을 시인한 바 있다.
문제는 만약 제주도당국이 이번에 해군기지 사업비를 예산안에서 뺄 경우 도의회와 복잡하게 얽힐 수 있다는 것이다. 잘못된 예산이라면 빼야 하는게 당연하지만 전후 사정은 그렇지 못하다.
해당 상임위 의원들이 목소리를 낮추고 조용히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증액시키고자 하는 사업비는 많은데 해군기지 사업비를 빼어서 제출하면 증액분을 충당할 삭감명분 사업비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바로 이러한 문제 때문에, 이번 제주도의 재심사용 예산안을 어떻게 편성할 것인가 하는 부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다시 제출되는 제주도의 새해 예산안은 크게 두가지 가능성이 제기된다.
하나는 이왕 잘못을 시인한 해군기지 사업비 등을 모두 포함한 최초에 제출됐던 예산안 원안을 그대로 제출하느냐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해군기지 사업비 등을 제외하며 제출할 것이냐다.
이 두가지 편성안 말고 제3의 안이 마련돼 제출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간보조금 내역을 하나하나 다시 액수를 조정해서 제출하는 일도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해군기지 사업비 등의 제외냐, 아니면 최초안 원안 그대로의 제출이냐를 놓고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제주도당국은 두가지 편성안 중 어떤 안을 제시할까? <헤드라인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