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특별자치도가 도의회에 제출한 올해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은 해마다 연말이면 어김없이 이뤄지는 소위 '마무리' 예산이다.
보통 추경예산은 1년에 두번, 많게는 3-4번까지도 가능하나, 12월에 편성되는 추경예산을 보고 보통 정리 추경 혹은 마무리 추경이라 부른다.
당초 잡았던 사업비를 제대로 집행하지 못했거나, 사업을 추진하지 못하게 되어 이월이 불가피한 예산, 그리고 신규로 계상해야 할 예산 등을 최종적으로 정리하는 성격이 짙다.
이 마무리 추경예산이 이뤄져야만 '불용액'을 최소화할 수 있고, 예산의 비효율성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지적된 문제는 크게 3가지다.
하나는 당초 예산에 사업비를 무리하게 책정했다가 사업비를 은근슬쩍 줄이는 사례, 또는 책정된 사업비를 아예 손도 대보지 않은 채 전액 삭감하는 사례다.
두번째는, 이제 2010년도 회계년도가 불과 10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연내 착수도 불가능한 신규사업 예산을 책정한 사례다.
세번째는 예산편성 원칙에 어긋나는 사례다.
이러한 문제는 유독 올해 추경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기 보다는 오랜 관행처럼 해마다 연말 정리 추경심사 때면 반복적으로 지적되는 사안이다.
#문제 1 ; 감액된 사업비들, 고스란히 '반납'할 것이라면 차라리...
실제 22일 상임위원회별 예산심사 내용을 보면, 먼저 첫번째 사업비를 책정했다가 뒤늦게서야 감액한 사례들이 줄줄이 나타났다.
행정자치위원회 소관 예산에서는 △2010 주요업무보고 관련 동영상 제작 등 1800만원 △공무원 외국어 능력향상 멘토링제 운영 1000만원 △공무원 노사관게 국외연수 5000만원 △리.통장 및 리사무장 건강보험료 1억2100만원 △청원경찰 한마음 체육대회 지원경비 800만원 △운전원 어울림마당 개최 500만원 등이 감액됐다.
특히 직원 사기진작 및 단합을 위한 청원경찰 등의 한마음행사비 등은 예산을 편성해놓고 전혀 집행되지 않은채 감액됐고, 당초 예산 편성시 부터 많은 논란이 있었던 공무원 노사관계 국외연수비는 결국 한푼도 집행되지 못했다.
제주시 소관 예산인 리.통장 및 리사무장 건강보험료 등은 당초 2억3328만원을 책정했다가 절반이 넘는 금액을 감액했다. 연간 소요액을 과다 계상한 결과다.
농수축지식산업위원회 소관 예산에서도 이러한 문제들이 줄줄이 나타났다.
청정환경브랜드 홍보비 8500만원 중 8400만원이 미집행돼 이번에 감액편성됐고, 감귤에 함유된 기능성 홍보지원비 4억1000만원 중 1억6100만원이 감액됐다.
제주해양과학관 정책연구과제 용역비에서도 1500만원이 감액됐다.
문화관광위원회의 소관 예산에서는 2010 제주국제합창제 축제 개최비 3억3100만원이 전액 감액된 것을 비롯해 유도회 순회 교육비 1300만원, 산사음악회 행사지원비 3000만원, 제주관광 광고 마케팅 비용 2억7000만원 등이 감액됐다.
환경도시위원회 소관 예산에서는 제주시 공원녹지과 민간경상보조인 삼나무 이용한 청정제주버섯 명품화 육성사업비 3억7500만원을 비롯해 10건에 11억3349억원이 단 한푼도 집행되지 않은채 고스란히 전액 감액됐다.
또 아라지구 등 4개 도시개발사업지구 체비지 매각사업에 460억624만원을 수입 예산으로 편성한 후 234억5654만원을 감액했다. 최근 부동산 경기를 감안하면 현실성없는 당초 예산 편성이라는 지적이다.
#문제 2 ; 회계연도 마감 임박해서야 편성된 신규사업들, 왜?
두번째, 회계연도 마감을 불과 일주일 가량 앞둔 가운데 사업비가 성급하게 편성된 사례도 많았다. 이들 사업비들은 사실상 내년에나 집행이 가능한 것인데, 이 때문에 도의회 심의에서는 이들 예산을 내년도 본 예산에 편성하지 않고 이번 추경에 포함시킨 의도를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제주시 외도동 주민센터 신축공사비 32억3468만원과 용담1동 주민센터 신축공사비 20억8889만원이 편성된 점이다.
이 두 주민센터의 건물 신축 필요성은 타당하다고 하나, 왜 내년 본 예산이 아니라 이번 정리추경예산에 편성했는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중앙행정기관 권한이양에 따른 재정수요분석 연구용역비 1억원이 이번에 신규 편성된 것과 관련해서도, 연간 세부추진계획을 수립한 후 본예산에 편성해 집행하는 것이 합당하나 이번에 편성하면서 논란을 사고 있다.
#문제 3 ; 사업비 절반 넘는 금액이 줄줄이 '명시이월'
세번째 예산편성 원칙에 어긋나는 사례들도 잇따라 제기됐다. 농수축지식산업위원회 소관 예산 중에서는 올해 책정된 73개 사업에 1017억5388만원 중 60.7%에 이르는 617억2683만원이 명시이월됐다.
절반도 집행되지 않은채 내년으로 이월된 것이다.
환경도시위원회 소관 예산에서는 명시 이월사업이 88건에 727억4354만원에 이른다. 일부는 사업을 전혀 추진하는 않은 채 당초 예산 전액을 이월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기정예산에 무리하게 예산을 반영한 것이 주된 이유로 보인다. 미집행된 예산을 다른 예산으로 변경한 사례도 지적됐다.
이처럼 지난해 연말에 지적됐던 문제들이 올해 정리 추경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당초 예산을 편성했다가 실제 집행이 이뤄지지 않아 감액되거나, 명시이월 사업들이 크게 늘어나는 것은 예산의 효율적 집행을 저해하는 요소여서 이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일단 예산을 확보하고 보자"는 식의 막무가내 고집이 아니라, 전체적인 사업계획을 면밀히 검토함 속에서 꼭 필요한 부분에 적정한 예산이 편성된다면 추가로 활용할 수 있는 예산범위는 더 늘어나게 된다.
해마다 답습하는 고질적 관행이, 열악한 재정형편 속에서 예산운용의 탄력성을 오히려 위축시키는 것은 아닐까.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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