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한 까치, "살라고 풀어줄 땐 언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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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한 까치, "살라고 풀어줄 땐 언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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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뒤엉킨 '먹이사슬'..."누구 짓이야?"

"남길 것 있나? 모조리 퇴치해야지!" 제주지역에 서식하는 '까치'에 대한 대대적인 소탕령이 내려졌다.

봄철에는 봄철 과일 딸기를 파먹고, 여름철에는 여름철 과일 수박을 파먹고, 날씨가 서늘해지면 가을철 과일 감귤을 파먹는다.

뿐만 아니라 전신주란 전신주마다 둥지를 틀어놓는 통에 정전 피해도 부지기수다. 해마다 피해보강 비용만 4억원씩 투입되고 있다.

반가운 소식을 가져다 준다는 '길조'의 대명사 까치가 어느덧 천덕꾸러기를 넘어서 '공공의 적'이 돼버린 실정이다.

소탕령이 내려진 까치. <헤드라인제주>

까치 개체수 감소를 위해 제주시와 한국전력공사 제주지사, 한국야생동식물협회가 공동관리 협약식을 맺고 까치와의 전쟁을 선포한 것은 이 같은 맥락이다.

한 가지 짚고 넘어가보자. 원래 제주에는 까치가 없었다. '반가운 소식'이라는 의미 때문에 20여년전 모 항공사와 스포츠신문사가 행사중에 50여마리를 방생한 것이 시초였을 뿐.

고작 50여마리의 까치는 왕성한 번식력으로 해마다 개체수를 증가시키더니 급기야 20년이 지난 현재 13만 마리까지 늘어났다. 그야말로 기하급수적인 증가다. 전문가들은 이대로 까치의 번식이 방치되면 수년안에 수십만 마리까지 늘어날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섬 지역인 제주의 경우 매나 조롱이 등의 맹금류가 없어 까치가 날개를 펼치기 참 좋은 환경이다.

행사를 준비했던 주최측도 일이 이렇게 커질 것이라고는 차마 예상하지 못했겠지만, 앞뒤 사정 고려하지 않았던 철 없는 행사가 뒷 수습을 하는데 수십배의 수고를 감당하게끔 만들어 놓았다.

까치의 입장에서도 억울하기 짝이 없다.

잘 살아보라고 자리 깔아줄 때는 언제고, 불과 20년이 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모두 잡아들이겠다고 혈안이 되다니, 애먹은 까치만 답답할 노릇이다.

개체수를 확인해 적정 수를 유지하겠다는 것도 아니다. '유해동물'이라 싸그리 없애겠다고 엄포를 놓는 마당에 하소연할 길이 없다.

여기서 억울함을 호소할 또 하나의 불청객이 오버랩된다. 생태계의 폭군으로 각인된 '황소개구리'.

배고픈 시절, 식량난을 해결하기 위해 외지에서 들여 온 황소개구리는 훌륭한 먹거리가 될 것이라는 예측을 뒤로하고 외면당하면서 길거리에 버려졌다.

버림받고 난 뒤 꾸역꾸역 살아갈 뿐이었는데, 생태계 파괴의 주범이라는 멍에가 씌워졌다. 다양한 퇴치 방안과 생태계의 자정작용으로 인해 최근에는 황소개구리를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생태계에는 서로 물고 물리면서 적정한 개체수를 유지하는 '먹이사슬'이 있다. 보통 초등학교 고학년에서 중학교 과정으로 넘어가는 시기에 배우는 내용이다.

인간의 인위적인 손길만 닿지 않는다면 아무런 문제도 없었을 생태계 '먹이사슬'은 위와같이 사소한 욕심때문에 종종 엉키고는 한다.

하찮은 미물이라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세계환경수도를 꿈 꾸는 제주에서 생명체 수십만 마리가 사라져 간다는 것은 분명 잊지 말아야 할 교훈이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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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12-28 14:13:15 | 220.***.***.214
기사 중반에 마치 기자님이 까치가 된듯한 시점에서 표현한 부분이 인상깊네요 ~~ 정작 그들도 살아있는 생명체인데.. 그러한 점을 조금은 간과하지 않았었나 스스로 반성하게 만듭니다...
'다른 목소리' 헤드라인 제주의 조금은 재미있는 접근법으로 다룬 '다름'이 아니었나 싶네요...

까치가 너무 많아요.. 2010-12-24 19:01:32 | 122.***.***.121
까치 때문에 제주도에 원래 살았던 까마귀가 이제
거의 보기가 힘들어 졌어요..
까치는 좀 줄고 까마귀를 늘리는 방향으로 적절히 시행했으면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