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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합동 결혼식' 거행...부부 세 쌍, '새 출발' 화촉

"성치 못한 몸으로 살아가는 게 부모님 잘못이 아니건만, 그 동안 어지간히도 속을 썩혀 드렸습니다. 아버지! 어머니! 이제 그만 우시고, 저희들 걱정을 접으시기 바랍니다. 그 동안에 애 태워 드렸던 시간들, 저희들 서로 사랑하고 위하며 행복하게 잘 사는 모습으로 보답해 드리겠습니다."

이제 첫 걸음이다. 설레는 마음은 물론이거니와 미안함과 감사함까지 묘하게 공존하는 이 시간.

사단법인 제주도장애인총연합회는 13일 오전 10시30분 탐라장애인종합복지관 예식홀에서 '제12회 제주장애인 합동결혼식'을 거행했다.

식을 마치고 나서는 한 쌍의 부부. <헤드라인제주>
제주도장애인총연합회는 13일 '제주장애인 합동결혼식'을 거행했다. <헤드라인제주>
타이틀이 조금 색다르긴 하지만 여느 결혼식과 전혀 다를것이 없었던 이날, 세 쌍의 커플은 수 많은 하객들의 축하속에서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화촉을 밝혔다.

비장애 신랑 최근오씨와 지체5급의 신부 이점심씨, 비장애 신부 김석순씨와 지체4급의 신랑 문경환씨, 청각언어 1급의 김용국씨와 같은 장애를 안고 있는 위단단씨는 쏟아지는 박수 세례속에서 행복한 웃음을 띄었다.

곧 "신랑.신부는 평생을 서로 아끼고 사랑할 것을 맹세합니까?" 질문이 떨어지자 마자 "네!"라는 우렁찬 함성이 식장을 메운다.

주례에 나선 김군택 제주도장애인종합복지관 북부분관장은 "그동안 어려운 여건으로 제도권 밖에 있었던 세 쌍의 부부는 이제 책임과 의무가 뒤따르게 됐다. 그러나 행복해질 권리도 함께 갖게됐다"며 주례사를 통해 축하의 말을 전했다.

또 서로 신뢰하고 이해하는 마음, 용서하는 마음을 갖고 살아가라는 교훈을 건넸다.

신랑.신부 맞절! <헤드라인제주>
결혼식에 참석한 하객들이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신랑 문경환씨와 신부 김석순씨가 결혼식장에 입장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식순에 따라 이어진 선물 증정. 폐백을 위한 한복과 더불어 결혼 기념패, 두툼한 이불 한채까지 신랑.신부의 손에 가득 쥐어진다. 신랑.신부는 얼떨떨하지만 공손하게 선물을 하나 하나 받아들면서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었다.

감정이 복받쳐 올랐는지 눈시울을 붉힌 최근오씨의 누나 박지수씨. "너무 좋아요. 정말 좋네요."를 연발하며 기어코 눈물을 보인다.

최근오씨의 '제수씨' 라는 이명자씨도 같은 말을 반복한다. "너무 좋아요." 무슨 질문이 더 필요하고, 무슨 대답이 더 필요할까.

그러면서 하나같이 꼭 한마디를 덧붙였다. "그저 잘살면 되요. 잘 살면 좋겠네요."

곧 이어 이날을 있게 해준 부모님에 대한 감사의 편지 낭독 시간이 이어졌다. 장애를 통해서 희생과 사랑이 얼마나 크고 위대한 힘인지를 알게됐고, 장애를 통해 일반 사람들이 느끼지 못하는 작은 것들의 소중함을 알 수 있었다는 그들.

그 어떤 남들보다 편안하고 기쁘고 고마운 마음으로 혼례식을 치룬다며, 지금까지 성치 못한 몸 때문에 속을 썩혀드렸는데 이제 잘 살아가겠다고 걱정하지 말란다.

식을 마치고 나서는 한 쌍의 부부. <헤드라인제주>
다 함께 축하케잌의 촛불을 불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식을 마치고 참석한 하객들과 사진 한 컷. <헤드라인제주>
결혼 행진곡이 울리고, 부부가 된 이들은 손을 꼭 붙잡고 폭죽과 눈이 쏟아지는 길을 걸어 나왔다.

식을 마친 문경환씨는 "어찌어찌 살다보니 6년동안 결혼식을 올리지 못했는데, 늦게나마 식을 올리게 돼서 너무 좋네요."라고 말했다.

어느덧 다섯살이 된 아들 현주와 두살배기 딸 서현이도 엄마, 아빠의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 함께 자리했다. 문씨는 옆에 자리한 신부에게 서로 이해하고 행복하게 살자는 말도 잊지 않았다.

축하해준 이들과 인사를 나누며 하객들과의 사진을 찍는 시간. 함박웃음을 짓고 있는 그들의 행복은 이제 시작이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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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 대기중인 신랑 신부.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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