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를 들었다?...누구의 잘못이 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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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를 들었다?...누구의 잘못이 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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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道-의회 '예산 갈등' 불붙은 이유와 '파장의 끝'

내년 제주특별자치도의 예산안 처리를 놓고 제주도당국과 도의회간 '예산 갈등'이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지난 '예산심의권 침해 논란'에 이어진 갈등은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11일 새벽 마무리한 계수조정 결과를 놓고 제주도 당국이 계수조정 결과에 동의할 수 없다는 '부동의' 할 뜻을 표하고 나서면서 촉발됐다.

계수조정 결과에 대해 현장에 있었던 차우진 제주도 경영기획실장은 일부 증액된 예산에 대해서는 집행하지 않겠다는 사실상 '부동의'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물론 '부동의'라는 표현은 본회의에서 집행부 책임자, 즉 도지사나 부지사가 수정된 내용을 동의할 수 없을 때 표하는 용어다.

상임위원회나 예결위에서는 부동이라는 말은 잘 쓰지 않는다. 그러나 이례적으로 이번 예결위의 예산안 통과과정에서는 제주도당국이 '반기'를 들고 나섰다.

증액된 일부 예산을 집행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이는 14일 오후 2시 예정된 본회의 예산안 처리과정에서 부동의를 표할 수 있음을 짐작케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제주도와 도의회, 누구 잘못이 클까?

제주도당국은 왜 '부동의' 뜻을 밝힌 것일까?

이번 갈등의 원인은 최초 제주도의 예산편성 과정에서 부터 차근차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내년 제주도의 예산은 총 2조8553억원. 올해 예산보다 3%대로 증가했는데, 이 증가율은 정부예산안의 증가율이나 내년 소비자 물가 상승률 등에 비해 현저히 낮은 것이다.

이에따라 제주도당국은 '초긴축적' 예산편성을 천명하면서 민간단체 보조금을 비롯해 소모성 예산, 그리고 행사성 예산을 대거 축소해 편성했다.

이 과정에서 제주도당국은 민간단체 예산과 각종 스포츠대회에 대해서는 행사의 의미적 가치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천편일률적인 '기계적 잣대'에 의해 축소편성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제주도당국은 간부회의 석상에서 한발 더 나아가 예산안을 제출하면서 도의회가 축소 편성한 행사성 경비를 다시 증액할 경우 증액된 분 만큼은 집행하지 않겠다고 천명해 도의회로부터 '예산심의권 침해'라는 반발을 불러오기도 했다.

#잘못 꿴 첫 단추, 상임위원회별 계수조정 결과의 문제는?

이러한 실랑이와 갈등 속에 도의회 예산심의는 시작됐고, 상임위원회별 계수조정 결과가 나왔다. 결과는 '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라는 듯, '이중적 잣대'의 행태가 그대로 표출됐다.

문제는 예산심사 때 지적한 논리, 삭감하면서 내놓은 명분, 그리고 삭감된 예산을 갖고 특정사업에 증액시켜주는 논리가 모두 따로 따로 논다는 것이다.

명분도 설득력도 없는 심사결과도 곳곳에서 표출됐다. 그 중 가장 석연치 않은 부분이 행정자치위원회의 포괄적(Pool) 예산을 갖고 삭감 명분 따로, 증액 명분 따로 가져나간 사례다.

행자위는 제주도 본청과 행정시도 초긴축 재정정책에 동참해야 한다며 제주도가 편성한 소규모 주민숙원사업비를 20억원씩 일괄씩 삭감했다. 여기까지는 그럴듯했다. 삭감 명분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삭감된 예산을 증액시키는 과정에서 절반 가량인 19억9900만원을 읍면동 시책추진비로 일률적으로 100만원 정도씩을 추가 편성한 것을 비롯해 읍 체육대회 지원, 동정 홍보물 제작까지도 증액 편성했다.

도청과 행정시에서 편성한 소규모 주민숙원사업비를 놓고는 초긴축 재정정책에 맞지 않는다며 일괄적으로 삭감조치했던 도의회가 정작 삭감된 예산을 갖고 또다른 시책추진비를 편성하는 '선심 쓰기'에 나선 꼴이다.

환경도시위원회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당초 배정된 세출분야의 사업비들을 대거 삭감한 후, 삭감분의 예산을 갖고 지역개발 사업 등에 신규 계상하면서 '지역구 챙기기' 의혹을 사고 있는 것이다.

문화관광위원회도 구설수에 올랐다. 삭감된 세출 예산 41억원을 갖고 언론사의 각종 스포츠 행사 및 민간단체 체육행사 등에 대거 증액 편성하는 배짱을 부렸다.

이러한 문제들 때문에 어느 상임위 할 것 없이 도매급으로 눈총을 받고 있는 것이다.

#예결위 심사, '오해받는 증액분' 그대로 유지

이어진 두번째 단계는 예결위의 예산심사.

예결위는 지난 10일 제주도의 내년 예산안에 대한 계수조정에 들어가, 차수변경을 통해 11일 새벽 5시까지 마무리한 후 세입부분에서 10억9750만원을, 세출부분에서 255억5800만원을 각각 삭감하는 것으로 수정 의결했다.

그러나 상임위 계수조정 결과에서 눈총을 받고 있는 증액분들은 거의 그대로 유지됐다. 오해받는 증액 예산들도 거의 손을 대지 않았다.

때문에 의결과정에서 차우진 제주도 경영기획실장은 삭감된 예산을 갖고 언론사와 민간단체 등에 증액된 행사보조성 경비, 무상급식, 복지안전위원회 및 문화관광위 소관 일부 증액 예산 등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14일 본회의, 원만하게 처리될까?

이제 남은 것은 도의회 전체 의원들의 결단이다.

우근민 제주지사가 14일 본회의에서 '부동의'는 아니더라도, 증액된 일부 사업예산의 경우 집행하지 않겠다고 밝힐 경우 예산안 법정처리시한(12월15일)을 넘길 가능성이 크다.

증액분에 대한 '불집행' 의지 표명은 지난해 도의회 본회의에서도 이뤄졌었다. 당시 김태환 지사는 "행사성 경비를 증액시킨 것에 대해서는 집행하지 않겠다"는 발언을 해 예산안이 부결돼 재심사되는 일이 있었다.

이러한 '이상 기류'가 감지되자, 도의회 내부에서도 불만이 곳곳에서 표출되고 있다. 한 의원은 14일 본회의장에서 '5분 발언'을 통해 각종 스포츠행사에 예산이 대거 증액된 문제를 제기하겠다고 벼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본회의에서는 우 지사가 공식적으로 '부동의'를 표할지, 그리고 의원들은 표결에 있어 어떤 입장을 표출할지, 내년 예산안 처리를 놓고 벌어지고 있는 이상 기류의 끝은 어디일지 제주정가는 술렁거리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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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다 2010-12-12 13:50:19 | 61.***.***.27
언론사 주최 스포츠대회에 예산을 집중 증액한 것은 일종의 권한남용이라 할 수 있다.
도정에서 부동의하지 않고 흐지부지 타협하면 결국 모든 책임은 도정이 져야 한다.
제주신공항이 사실상 좌초된 것으로 보이고 제주특별법도 연내통과가 물건너간 상황이다.
총체적 위기상황에서 마지막 승부수는 부동의 밖에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