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단순한 종이가 아닌, '메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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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단순한 종이가 아닌, '메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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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人제주] (15) '사진 전문가' 꿈 키우는 영어 교사 알파 뉴베리
"사진에는 세상 바꿀 힘 있어...한국서 사진 전문가 과정 밟을 것"

알파 뉴베리. <헤드라인제주>
지난 2007년 전 세계 경제를 뒤흔든 미국발 금융 위기.

금융 위기가 닥치자 대부분의 사람들은 직장을 잃고 '절망'을 봤다. 하지만 그 위기 속에 닥친 해고 통지에 "땡큐"를 외치며 '희망'을 본 남자가 있다.

희망을 안고 직장문을 나선 그는 태평양 건너에 있는 미국 테네시 주 멤피스에서 제주로 오게 됐다. 한 손엔 카메라를 꼭 쥔 채로.

3일 오후 제주시청 인근 카페에서 만난 알파 뉴베리(28, Alpha Newbarry)가 카메라와 함께 제주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이야기를 들어봤다.

# 미국발 금융 위기를 딛고 제주로

훤칠한 키에 마초적인 턱수염을 기른 알파는 흡사 영화배우나 모델을 연상케 했다.

카메라 플래쉬 세례를 받는 쪽에 어울릴 법한 외모지만, 그는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쪽에 가깝다.

신촌초등학교에서 원어민 강사로 근무하고 있는 알파는 근무 시간 외에는 짬을 내어 제주도내 이곳 저곳을 카메라에 담곤 한다.

그렇게 찍은 사진의 일부는 제주도내 유일의 영자신문사인 '제주위클리'에 투고하기도 한다.

어린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영어 수업도 만족스럽지만, 사진을 찍는 작업에 훨씬 마음이 기운다는 알파.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일은 무척이나 좋아요. 어린이들이 너무 귀엽고 가르치는 일에 보람을 느끼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보다 저에게는 사진 찍는 일이 매력적이에요. 훨씬 창조적이기 때문이라고 할까요?"

'창조'에 눈을 뜨게 해 준 사진과의 인연은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 간다.

그는 사진가였던 부친의 영향을 받아 자연스레 사진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부친으로부터 사진 수업도 받고 노하우도 전수 받으면서 사진에 대한 호기심은 점점 커져 갔다.

"제가 지금 사진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도 아버지의 영향이 컸죠. 아버지에게 참 많이 배웠어요."

사진은 호기심이 가는 '취미'로 두고, 그는 미국에서 의학 관련 연구 조사를 관리하는 일에 종사했다.

그러던 2007년 미국발 금융 위기가 발생했고, 전 세계의 경제가 흔들리면서 그는 '실업자'가 됐다. 직장을 잃고 백수가 될 마당에 그는 "땡큐"를 외치며 회사문을 박차고 나왔다.

삶의 변화를 꾀했던 그는 당시 한국에 있던 친구로부터 "한 번 와보라"는 제안을 받게 되고,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한국에 도착해 정착할 만한 우리나라의 이곳 저곳을 살펴보던 그는 '제주섬'에 필이 꽂혀 단박에 제주행을 결심했다.

알파 뉴베리. <헤드라인제주>

# "사진에는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힘이 있죠"

신촌초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던 그는 친구로부터 '제주위클리'에서 사진작가를 구한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숨겨져 있던 사진에 대한 관심이 제주위클리의 주문사항과 일치했고, 그는 그때부터 사진을 투고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보도용 사진과 그가 추구하는 사진은 분명 달랐을 터. 부친으로부터 사진 찍는 요령이나 방법 등은 배웠을지언정, 스타일만은 알파 자신만의 것을 추구한다고 했다.

그는 눈에 보이지 않는 에너지, 즉 물, 전기, 바람 등이 사물로 구체화된 것에 특히 관심을 쏟았다. 전기등, 풍력발전기 등과 같은.

"또 육체적인 노동을 열심히 하는 사람의 모습도 보기 좋아요. 그런 모습들을 주로 사진에 담곤 하죠. 그리고 우도, 주상절리, 함덕 해변과 같이 억지로 연출된 사진이 아닌 자연 그대로의 모습들도 제 사진의 단골 메뉴에요."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표현하고, 창조를 구현할 수단 사진 말고도 영상, 문학 등 다양한 매체가 있는데 왜 그는 굳이 사진을 택했을까.

사진 한 장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사진은 메시지라고 생각해요. 사진은 종잇장 한 장에 불과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나 의견을 바꿀 수 있는 힘이 있죠. 전쟁터에서의 사진 한 장이 전쟁의 흐름을 바꾸는 것처럼요."

알파 뉴베리. <헤드라인제주>
종군기자가 돼 보는 것은 어떠냐는 물음에 그는 "하고 싶은데 위험해서..."라며 손사래를 쳤다. 그러면서 그 자신만의 꿈 이야기를 풀어 놓았다.

"서울 고려대학교에 비주얼 컬처라는 프로그램이 있어요. 시각적 문화의 범위를 무한하게 확장하고 새롭게 정의하는 것인데, 내년에 이 프로그램에 도전할 계획이에요."

그 뒤 전문 사진가가 되고 나서는 제주를 주거지로 삼고, 아시아의 다른 국가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고 싶다고 했다.

제주를 넘어 전 세계의 아름다움을 사진으로 남기고 싶다는 꿈 이야기를 들으며 그의 사진은 어떠한지 꼭 한번 보고 싶었다.

하지만 '꽝' 다음 기회에. 애석하게도 사진을 한 장도 가지고 있지 않던 그였다. 나중에 사진을 꼭 보여주겠다는 약속을 남긴 채 카메라를 들고는 자리를 떴다. 세상을 바꾸는 사진 '아이템'을 찾으러.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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