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청년 '민철'..."우리가 꾸는 꿈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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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청년 '민철'..."우리가 꾸는 꿈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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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회 장애인문화예술제' 개최...풍물.노래.뮤비극 선보여
기획.연출 김원필씨 "장애인들의 어려움 알리고 싶었다"

진정 즐길줄 아는 그들의 축제였다. 그리고 세상을 향한 아름다운 항변의 장이었다.

연신 눈시울을 붉게 만들었던 8일 저녁 '제6회 장애인문화예술제'는 세상으로 다시 나아가는 그들에게 단지 공연의 서막에 불과했다.

제주장애인인권포럼은 8일 문예회관 소극장에서 제6회 장애인문화예술제를 개최했다.<헤드라인제주>
제주장애인인권포럼(대표 고현수)과 제주장애인자립생활센터(소장 최희순), 제주장애인야간학교(교장 오옥만)는 이날 오후 7시 제주시 문예회관 소극장에서 '제6회 장애인문화예술제-새로운 문화창조자' 무대를 선보였다.

풍물놀이로 시작한 축제는 노래패와 노래밴드의 합주공연, 뮤직비디오와 연극을 융합한 새로운 개념의 '뮤비극' 등 길게는 1년, 짧게는 6개월간 갈고 닦은 실력을 뽐내는 자리가 마련됐다.

살짝 들뜬 분위기와 적절한 긴장감이 묘하게 공존하는 가운데, 공연 준비전 만난 장애인인권포럼의 김태환씨.

"항상 장애인들이 공연을 준비한다고 하면 무슨 치료의 개념으로 시작한 것이냐고 묻습니다. 그것이 대략적인 사회의 통념이죠."라고 운을 떼며 이번 공연의 목적을 설명했다.

그는 "이번 공연은 그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그냥 즐기기 위해 만들어진 거에요. 모든 장애인들이 함께."라고 말했다. 행사의 타이틀에도 이미 '즐기는 모든 것이 문화다'라고 명시돼 있었다.

특히 김씨는 6회째를 맞이한 이번 대회는 종전과 달리 하나에서 열까지 모두 장애인들의 손에 의해 만들어진 공연이라고 자랑스러워 했다.

5회때까지만 해도 배경음악만 MR을 사용하거나 몇몇 악기는 비장애인들의 도움을 받고는 했는데, 이번에는 기획부터 연출 제작까지 모두 장애인들의 손길을 거쳤다는 것이다.

풍물패 '큰울림'의 풍물공연. <헤드라인제주>
풍물패 '큰울림'의 풍물공연. <헤드라인제주>
이날 행사를 찾아온 관중들로 좌석은 만원을 이뤘다.. <헤드라인제주>
# 박자 놓쳐도 '환상의 하모니'

앞서 만난 그의 설명대로 본격적으로 막이 오르자, 과연 자리에 함께한 모두가 무대를 즐겼다.

가장 먼저 선보인 풍물패 '큰울림'의 길트기 풍물공연. '온 세상을 크게 울리자'는 의미의 큰울림이라는 이름에 손색없는 공연을 선사했다.

미묘한 차이로 박자를 놓치기도 하고 북을 치는 강도도 조금씩 불규칙하기도 했지만, 무대 위에 비친 그들의 땀방울과 노력하고 있음이 역력한 표정을 본다면 그정도는 대수롭지 않았다.

풍물패는 중간중간에 넣는 추임새로 "저상버스를 많이 늘려달라", "장애인을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등의 메시지를 남겼다.

강한 임팩트를 남긴 풍물놀이 공연에 이어 노래패 '머리카락'과 노래밴드 '허당보난'이 바톤을 이어받았다.

무대에 선 3인의 밴드와 7인의 보컬은 때로는 솔로, 듀엣, 트리오를 자유자재로 오가며, 때로는 옥타브를 넘나다는 화음을 만들어내며 아름다운 '하모니'를 연출해 냈다.

노래패 '머리카락'과 노래밴드 '허당보난'의 공연. <헤드라인제주>
"술래잡기~ 고무줄 놀이~ 말뚝박기~ 망까지~ 말타기~" 너무나 귀에 익숙한 멜로디의 노래 '보물'을 시작으로 '노래만큼 좋은세상', '함께가자 우리 이길을' 노래를 선보였다.

보컬진을 리드한 김태환씨. "조금씩 가사나 박자가 틀리기는 했지만 다들 열심히 잘 한것 같아요."라고 만족감을 표했다.

연습중 재미있는 에피소드에 대해 질문을 던지니 "연습할 공간도 부족하고, 활동하기에는 제약이 많아 준비하기가 힘들었어요"라며 어려웠던 기억을 떠올렸다.

공간이 없다보니 청소년수련관이나 청소년문화의집을 전전하기 바빴고, 이마저도 휠체어 이동차량이 한정돼 있어 큰 어려움을 겪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장애인들에게 이동수단, 활동영역, 공간만 뒷받침 된다면 모든 장애인들이 문화.예술을 마음껏 즐길 수 있을꺼에요"라고 말했다.

# 장애인 청년 민철, '꿈을 꾸다'

뮤직비디오와 연극의 절묘한 조화. 연극패 '나눔'과 영상패 '오몽'팀이 고안해낸 신개념 연극, '뮤비극'이다.

연극이 지닐 수 밖에 없는 공간적인 제약을 어설픈 배경 전환으로 설명하려 하지 않고, 따로 담아낸 영상을 통해 극복했다. 영상은 다양한 앵글의 사진을 엮어 만들어졌다.

연극패 '나눔'과 영상패 '오몽'의 뮤비극 '사랑이 지나가면. <헤드라인제주>
뮤비극의 중간중간에는 영상이 상영됐다. <헤드라인제주>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청년 민철은 우연히 알게된 승혜를 마음속에 담아두지만, 장애인인 자신의 처지를 생각해 비장애인인 그녀에게 함부로 다가서지 못한다.

그러던 중 승혜의 적극적인 대시에 민철은 조금씩 마음을 열게되고, 행복한 데이트를 즐기는 두 주인공의 영상이 스크린을 메운다.

하지만, 장애를 안고 있는 사위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며 승혜의 집은 한사코 둘의 사이를 반대하고, 급기야 승혜를 쫒아내듯 외국으로 유학 보낸다.

애타게 서로를 그리던 둘은 부모님 몰래 힘겨운 생활을 하게되고, 여러 갈등을 극복해 나가면서 결국 모두 한가족이 되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됐다.

어찌보면 뻔한 스토리. 하지만 그들이 담아낸 메시지에는 '진심'이 실려 있었다.

연극 중간에는 주인공 민철에게 "이런 XX같은게" 라는 식의 적나라한 표현도 서슴치 않았다. 그 것이 그들이 말하고자 하는 현실이기에.

일부 관중들이 듣기에는 뜨끔할 대사도 오간다. "니가 그러면 내가 주변 사람들에게 얼굴이라도 들고 다니겠냐?", "왜 우리들이 벌어다 준 세금으로 복지 혜택을 줘야하는데?"

그러면 주인공 민철은 이야기한다. "이 세상에서 선택받은 삶을 지닌 사람은 아무도 없어. 우리같은 사람들이 나서서 말하지 않으면 사람들은 몰라."

메시지의 무게, 연기를 위해 휠체어를 타던 배우가 아니라 살기 위해 휠체어를 타던 배우가 풀어낸 이야기는 감히 견줄 수 없었다.

# "장애인들의 어려움, 알리고 싶었습니다"

기획과 연출, 영상 제작까지 도맡은 김원필씨는 "장애인 가정의 어려움을 알리고 싶었습니다."라고 6개월간 준비한 작품의 제작의도를 설명했다.

극의 주인공 민철처럼 비장애인 아내와 함께 현실에서 살아가고 있는 그는 "이런 커플의 경우 한쪽이 기울다보니 살아가기가 쉽지 않아요."라고 말했다.

연극패 '나눔'과 영상패 '오몽'의 뮤비극 '사랑이 지나가면. <헤드라인제주>
자리한 관중들이 박수로 화답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풍물패 '큰울림'의 풍물공연. <헤드라인제주>
김씨는 극을 준비한 이들에게 "전부 각자의 생활이 있는 사람들인데 함께 모여서 연습하느라 고생이 많았어요."라며 "잘 참고 이겨내줘서 고맙다"고 전했다.

주인공으로 열연한 이민철씨는 "사실 오늘 연극이 논픽션이기는 하지만 픽션이 되기에는 어려울 것 같다"면서 역시 장애인들이 비장애인을 만날때의 어려움을 털어놨다.

또 그는 "영상과 연극을 접목하려는 새로운 시도때문에 고민을 많이 했다"고 말하면서 준비하는 기간 중 여기저기 돌아다녀야 했던 것과 연습공간, 교통편 등의 제약 때문에 어려움을 겼었던 일들에 대해 풀어놨다.

북으로, 목소리로, 때로는 영상과 몸짓으로 풀어낸 이날 이들의 메시지는 '함께함'에 대한 새로운 의미를 부여했다. 어쩌면 그저 마음놓고 즐기는 가운데 절로 묻어난 것일지도 모르겠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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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고.감동적인 2010-12-09 13:17:45 | 211.***.***.28
어제 아는분 통해서 공연을 봤어요
우선 어제 공연 준비하시느라 고생 많이 하셨겠다는걸 알았습니다!!
저도 같은<뇌병변>장애인 이지만 어제 장애인들끼리 공연하는 봐서 많이 느꼈답니다! 우선 일반인들이 우리같은 장애인들하고 차별 안했으면 좋겠다는걸 한번 더 느꼈어요 특히!! 연극을 보면서...! 일반인들은 장애인들하고 차별안하고우대한다고는하지만 저 또한 일반인들하고 일하고 있을때 차별받는걸 가끔 느끼곤 하거든요

아니 2010-12-09 01:00:58 | 1.***.***.111
아 시간에 기사를 ㅡㅡㅡ 사회적 약자에 대한 얘기들이 너무 좋습니다. 앞으로는 헤드라인 만 볼것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