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초등 '제학력평가' 존치 여부 "옥신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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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초등 '제학력평가' 존치 여부 "옥신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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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의회 교육위, 제학력 갖추기 평가 예산 60% 삭감...사실상 폐지
이석문 "전형적 문제풀이 시험"...교육청 "학력 파악 차원에서 필요"

초등학생들이 제학년에 맞는 학력을 갖추고 있는 지를 진단하기 위해 시행되는 '제학력 갖추기 평가'. 흔히 '기말고사'로 알려진 이 평가는 학기당 1회씩 모든 학년을 대상으로 1년에 총 2회 치러진다.

중간고사와는 달리 제주교육과학연구원에서 출제를 맡아, 상대적으로 문제의 신빙성과 객관성이 높아 학생들의 학력을 진단하는데 효과적이라는 평가를 얻고 있다.

사진은 지난 7월 시행된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를 치르고 있는 신제주초등학교 학생들의 모습. <헤드라인제주DB>

이 평가를 두고 교육 당국은 학생 학력수준 파악 차원에서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반면, 제학력 갖추기 평가 외에도 충분히 많은 시험이 치러지고 있어 필요하지 않다는 지적도 공존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제주특별자치도의회 교육위원회(위원장 오대익)는 지난 4일 제주도교육청이 제출한 내년도 교육비 특별회계 세입.세출 예산안을 심사해, 제학력 갖추기 평가에 편성된 예산 2억1829억원 중 66%에 달하는 1억4552만원을 삭감했다.

이에따라 사실상 제학력 갖추기 평가의 정상적인 시행이 어려워지게 됐다. 이와 관련해 도의회와 제주도교육청이 서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 이석문 의원 "전형적인 20세기식 문제풀이 시험"

우선, 예산 삭감을 주장한 이석문 교육의원은 제학력 갖추기 평가 말고도 다른 시험이 충분히 치러지고 있어, 불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 의원은 6일 "제학력 갖추기 평가는 전형적인 문제풀이 시험"이라며 "제학력 갖추기 평가 범위에 맞게 수업 진도가 나가면서 교육과정의 자율성이 무시되고 있고, 창의성 및 독서 중요성과 정반대되는 문제들이 출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제학력 갖추기 평가 말고도 중간고사, 국가수준학업성취도평가(일제고사) 등이 있어 학생들은 충분히 시험을 치르고 있다"며 "시험을 최소한 줄여야 한다는 취지에서 교육청 예산이 소요되는 제학력 갖추기 평가 예산 삭감을 주장했다"고 말했다.

제학력 갖추기 평가가 사교육을 조장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이 의원은 "초등학교 예체능 시장이 과거에는 예.체능 중심에서 종합반으로 바뀌고 있다"며 "일부 학생들은 시험을 앞두고 밤늦도록 공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제학력 갖추기 평가 결과가 교장의 능력을 반영하는 듯한 상황도 문제"라며 "(일부 교장이) 결과가 좋지 못한 교사들을 압박하고, 옥죄는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 의원은 "그럴수록 아이들은 더욱 더 제도에 매몰될 수 밖에 없다"면서 "20세기식 객관식 평가가 아이들의 미래를 가로막고 있다"고 비판했다.

# 교육청 "학력 떨어지면 누가 책임지나"

반면, 제주도교육청은 학생 학력수준 파악 차원에서 제학력 갖추기 평가는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박재형 제주도교육청 정책기획실장은 "제학력 갖추기 평가가 폐지되면 6학년인 경우, 일제고사를 통해 학력 수준을 진단할 수 있지만, 4-5학년은 방법이 방법이 없다"며 "더구나 학교 자체적으로 출제하는 중간고사 문항에 대해서는 신빙성, 객관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어 제학력 갖추기 평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실장은 "특히 시외에 위치한 작은 학교에서는 제학력 갖추기 평가 말고는 학력 수준을 진단할 수 있는 수단이 없어 폐지에 대한 반발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교사 차원에서도 제학력 갖추기 평가가 치러져야 책임감을 가지고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지 않겠느냐"며 "만약 학생들의 학력이 떨어지면 누가 책임질 것이냐"고 반문했다.

박 실장은 "물론, 이론상으로는 초등학교에서 놀고 중학교가서 공부하면 학력 수준을 따라갈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다른 학생에 비해 학력이 모자란 채 중학교에 올라온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들은 부담될 수 밖에 없다"며 필요성을 강조했다.

시험을 주관하는 교육청과 예산을 삭감한 도의회 간 주장이 이처럼 팽팽히 맞서고 있는 가운데, 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오는 13일 교육청이 제출한 교육비특별회계 세입.세출 예산안을 심사할 예정다. 제학력 갖추기 평가 예산이 삭감될지, 혹은 부활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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