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人제주] (13) '다큐멘터리 제작자' 저스틴 낼레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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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人제주] (13) '다큐멘터리 제작자' 저스틴 낼레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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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떠나기 전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행지에 대한 정보를 인터넷을 통해 얻곤 한다.

인터넷상에서 그 곳의 사진, 글 등을 보며 여행지를 머릿속에 그려본다. 하지만 뭔가가 부족한 느낌이 밀려온다.

'그 곳의 생생한 모습을 담은 동영상이 있었으면...좀 더 다양한 이모저모를 동영상으로 봤으면...'하는 아쉬움이 밀려온다.

그런 아쉬움에 직접 비디오 카메라를 들고 제주의 곳곳을 누비는 저스틴 낼레파(캐나다, 25).

저스틴 낼레파. <헤드라인제주>

그를 처음 만난건 지난 4월 3일 4.3평화공원에서 열렸던 제62주기 4.3 위령제에서였다. 금발머리에 푸른 눈을 가진 그가 4.3 위령제의 이모저모를 비디오 카메라에 담고 있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그로부터 3개월 후 왜 그가 4.3에 대해 관심을 가졌었고, 왜 4.3 위령제를 비디오 테잎으로 남겼는지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또 왜 그가 제주의 이모저모를 영상에 담아내고 있는지도.

# 제주의 환경과 역사에 이끌려 제주로

그가 제주에 오기 전 살았던 캐나다 노바스코샤주의 케이프브레턴섬은 제주와 많은 면에서 비슷하다고 했다.

"케이프브레턴섬에는 많은 관광지가 있어서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와요. 아름다운 언덕, 해변, 낚시 풍습 등 제주와 비슷한 게 무척 많죠. 그런 면에서 제주는 마치 케이프브레턴섬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해요. 그런 점이 저를 제주로 이끌었던 것 같고요."

그렇게 제주에 이끌려 와 산지도 벌써 1년 8개월. 그는 지난 2008년 11월 제주에 와 서귀포에 있는 영어 학원에서 영어 강사로 자리를 잡았다. 제주 유일의 영자신문인 '제주위클리' 객원기자로도 활동하고 있다.

제주에 오기 전 캐나다에 있는 대학에서 두 개의 전공을 수료했는데 그 중 하나가 역사학, 그것도 아시아 역사였다.

"한국을 비롯해 일본, 중국 등 아시아 역사에 대해 공부를 많이 했어요. 그 것도 어쩌면 제가 제주에 오게 된 이유인지도 모르겠네요."

저스틴 낼레파. <헤드라인제주>
그 중에서도 특히 캐나다 선교사들이 일제강점기인 1919년에 복음전도와 교육을 통해 한국인의 의식을 깨우쳐 항일운동에 기여했다는 점이 그의 관심사다.

또 삼별초가 제주에서 몽골에 끝까지 저항하다가 패한 뒤 제주가 원나라의 직할지가 됐던 점, 일본군이 일제강점기에 제주 곳곳에 진지를 구축했던 점 등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

"캐나다 선교사, 몽골과의 관계, 일본의 진지 구축 등에도 관심이 가지만 무엇보다 관심이 가는 것은 바로 4.3사건이에요. 제주에 많은 일들이 일어났었지만 특히나 4.3은 어두운 역사였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았었죠. 사람들 입에 오랫동안 오르내리지 못했으니까요. 하지만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과거를 깨닫고 있고, 그 속을 깊이 보려 하고 있어요."

과거를 깨닫고, 깊이 보려 하고 있지만 아직도 '무언가' 모자라다는 저스틴. 그래서 그는 직접 카메라를 들고 4.3 위령제를 찾았다고 했다.

# 취미였던 비디오 촬영에 열정이 더해져 직업으로

6mm 테잎 40개. 약 40시간의 분량이다. 4.3 위령제를 비롯해 제주의 속살을 비디오 카메라에 담은 게 벌써 이만큼이나 됐다.

그가 비디오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그의 어린 시절로 돌아간다.

"어렸을 때부터 비디오에 관심이 많았어요. '레고'아시죠? 레고를 이용해 이런저런 정지화면을 자주 만들어 보곤 했어요. 성장하면서 많은 영화를 접하게 됐고, 학교에서 프로젝트로 영상물을 만들면서 비디오에 대한 관심이 점점 커갔죠."

대학에 진학한 그는 역사학과 더불어 영화 관련학을 전공으로 삼았다.

영화, 비디오 등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고 싶었던 그는 그의 취미였던 비디오 촬영에 열정을 더했다. 열정이 더해진 비디오 촬영은 이제 그에게 더이상 취미가 아닌, 직업으로 삼고 싶을 만큼 커졌다.

그는 서귀포에 있는 영어 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지 않을 때는 어김없이 카메라를 들고 여기저기를 다니며 제주의 모습을 담는다.

촬영으로만 그치는 게 아니었다. 그는 '대형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었다.

저스틴 낼레파. <헤드라인제주>

# 제주의 속살을 모아 모아서 '다큐멘터리'로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있어요. 보다 많은 사람들, 특히 외국인들이 제주를 알 수 있도록 제주의 숨은 아름다움을 알리는 그런 다큐멘터리에요. 여기에 투자한 시간만 벌써 1년 반이나 됐네요(웃음)."

대부분의 외국인들이 제주 관광에 나서기 전에 지도를 살피지만 그것만으로는 그 곳에 대해 완벽히 알 수 없다. 직접 그 곳에 가봐야만 그 곳을 느낄 수 있고, 알 수 있다는 저스틴.

제주는 성산 일출봉, 한라산, 우도 등 빼어난 환경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많은 외국인들이 '잘 몰라서' 오지 못한다고 했다.

그렇기 때문에 제주의 환경을 비롯해 문화, 사람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정보를 1시간 분량의 다큐멘터리에 담아 많은 외국인들에게 알리고 싶다고 했다.

"제주의 역사도 그렇지만 제주가 가진 아름다움이 담긴 영어로 된 책이 없어요. 그래서 이 작업을 하고 있죠. 제가 가진 경험을 영상에 담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면 아마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이익이 되고, 그들이 제주에 오고 싶어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맞나요?"

다큐멘터리 제작 작업은 앞으로 6개월 내 완료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어떤 형태로 배포될지는 아직 궁리하고 있다고.

"블로그나 유튜브(동영상 제공 사이트) 등 온라인에 올릴 생각이에요. DVD를 만들어 배포하고 싶은 마음도 있고요. 어떤 형태의 작품이 나올지에 따라 다르겠지만 모두가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할 생각입니다."

제주를 담은 다큐멘터리를 통해 더 큰 꿈을 꾸고 있는 그는 캐나다 라이어슨 대학에 지원할 생각이다. '제주 다큐멘터리'를 포함해 캐나다에 있을 때 제작한 다큐멘터리 2편 등 총 3편을 '다큐멘터리 미디어' 박사 과정에 지원하는데 포트폴리오로 제출할 계획이다.

"운이 따른다면 나중에 '네셔널 지오그래픽'과 같은 다큐멘터리 채널에서 일하고 싶어요. 마찬가지로 지도나 인터넷을 통해서는 그 곳의 진면목을 볼 수 없기 때문이죠. 좀 더 넓은 세상의 다양한 모습을 영상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게 제 꿈입니다." <헤드라인제주>

[세계人제주] 연재는...

   
조승원 기자. <헤드라인제주>
[세계人제주]은 국제자유도시 제주에 거주하거나 제주에서 일하는 외국인들의 활약상을 소개하며, 그들의 눈에 비친 제주에 대해 얘기하고자 합니다.

아직은 영어 인터뷰에 서툰 면이 있었지만, 그러한 과정에서 진솔하고 따뜻함이 오가는 커뮤니케이션이 있었습니다. 능수능란한 의사소통은 아닐지라도 그들에게 한발 더 가까이 다가서려는 시도가 매우 의미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연재를 통하여 제주를 아끼고 사랑하는 외국인들의 이야기를, 또 직업전선에 있어서는 그 누구보다 '프로'다운 끼를 발휘하려는 그들의 얘기를 전하겠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아울러 정말 제주를 사랑하고, 제주를 좋아하고, 제주에서 '의미있는' 일을 하는 외국인 분들을 알고 있는 독자여러분의 추천을 바랍니다.

기획연재 담당기자 조승원(사무실 064-727-1919, 010-2391-3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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