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人제주] (12) 호세 디아즈가 '제주홍보대사' 된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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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人제주] (12) 호세 디아즈가 '제주홍보대사' 된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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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를 통해 권투 경기 중계를 보다보면 모두가 코치가 된다. "잽! 어퍼컷! 오른쪽으로 피해!" 링 안에서는 어떤 게 치명적인 공격이고 위협적인 공격인지 분간하기 쉽지 않다.

반면 링에서 한발짝 물러나 링 안을 들여다 보면 상황은 달라진다. 공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고 어떻게 반격해야 챔피언 벨트를 들어올릴 수 있을지 윤곽이 그려진다.

권투 선수 '제주'는 영어권 국가나 중국, 일본 등지로만 비교적 약한 '잽'을 날리고 있다. 제주도청 홈페이지를 보더라도 영어, 일본어, 중국어로만 서비스되고 있다.

이들 국가만이 아닌 중동 국가에 강력한 '어퍼컷'을 날려 제주 발전에 도움이 되게 만들어야 한다는 제주홍보대사이자 코치인 호세 디아즈(67, 스페인)을 만나봤다.

호세 디아즈. <헤드라인제주>

# "제주가 가진 모든 것 중동 국가에 홍보해야"

호세가 제주에 관심을 갖게 된데는 그의 출신지와도 연관이 깊다.

"제가 태어난 곳은 북서아프리카 서사하라의 서쪽에 있는 스페인령 섬인 '카나리아 제도'였어요. 제주와 같은 섬이어서 그런지 제주와 닮은 면이 많아요. 관광을 기반으로 하고 외부에서 사람들이 많이 들어오죠."

카나리아에서 태어난 그는 군인인 아버지를 따라 사하라 사막 인근으로 옮겨 갔고, 19살 때까지 그 곳에서 살았다. 이후 모로코, 멕시코, 네덜란드, 호주 등지를 거치며 세계 각국의 문화를 습득했다. 신문방송학을 전공한 그는 39년 간 국제스포츠잡지 기자로 활동하기도 했다.

1990년 카나리아에서 부인인 오경애씨를 만난 호세는 이듬해 혼인을 하고 신혼여행을 위해 제주를 방문했다. 제주의 빼어난 경치에 반한 그는 은퇴한 뒤 제주에 와서 살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이후에도 여러 나라를 거치며 다양한 경험을 쌓은 호세는 5년 전 제주에 정착했고, 그의 고향인 카나리아 밖에서 카나리아의 속을 볼 수 있는 눈을 키우게 됐다.

"1950년대까지만 해도 우안체(카나리아 원주민)들은 순수했어요. 하지만 세계 130여 개국에서 사람들이 이주해오면서 카나리아가 망가져 갔습니다. 지금 카나리아는 외국 자본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경제는 형편 없어졌죠. 세계인들이 찾는 관광지인데도 말이에요. 스페인 정부의 무분별한 외국인 유치가 불러온 폐해라고 봅니다."

제주도 이를 경계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하는 호세. 제주가 카나리아와 비슷한 환경을 가진 만큼, 그와 같이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고 경고했다.

"지금 제주는 해외 자본을 유치해 빌딩을 높게 올리고, 호텔을 짓는데 혈안이 되어 있는 것 같아요. 명심해야 할 것은 해외 자본가들에게 땅은 빌려주되, 땅을 팔아선 안된다는 것입니다. 주인이 되게 해서는 안된다는 말이죠. 제주가 가진 환경, 문화, 전통 등은 영원히 제주에 속해야 합니다."

호세 디아즈. <헤드라인제주>
특히 중국에 대한 무분별한 개방을 경계했다. 지금은 중국 자본이 조금씩 들어오는 수준이지만, 차후 중국인들이 제주에 많이 들어오게 되면 카나리아처럼 돼 '점령'될 수도 있다고 목소리 높였다.

이같은 주장은 '중동 국가에 대한 홍보'와 맥이 통한다. 중동 국가 특히 아랍에미레이트, 사우디아라비아 등 석유를 통해 부를 축적한 나라의 경제력을 빼와 제주 발전에 도움이 되게 하자는 것이 호세의 주장이다.

"바로 여기에 제가 중동 국가에 대한 제주홍보대사를 자처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저는 어린 시절을 중동 국가에서 지냈기 때문에 그들의 문화, 습관, 생각 등을 잘 알고 있습니다."

호세는 제주가 왜 그들 국가에 대해 홍보를 하지 않는가에 대해 고개를 갸우뚱했다. 제주가 가진 모든 게 자원이 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왜 알리지 않느냐는 것.

"제주가 가진 모든 것을 보여줘야 합니다. 특히 녹차. 중동 사람들 녹차 엄청 좋아합니다. 제주의 녹차는 세계 수준이고요. 녹차를 비롯해 제주의 좋은 것들을 아랍권 국가에 알리는 일을 누군가는 해야한다는 생각에 제가 나서게 됐습니다."

이를 위해 호세는 중동 등지로 자주 여행을 떠날 계획을 세웠다. 지금은 스페인에 있는 언론에 기고문을 통해 제주를 알리고 있다.

# 델픽대회 때도 홍보대사 역할 '톡톡'

제주의 대외 홍보 방식에도 할말이 있다는 호세.

"요즘 다른 나라와 자매결연을 많이 맺고 있죠. 그런데 맺으면 뭐 합니다. 맺고나면 끝인데. 홍보를 하는 방법을 모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은 '발로 뛰는' 홍보가 먹히는 시대입니다."

호세의 제주홍보대사 역할은 지난해 열린 제주델픽대회에서도 빛을 발했다. 호세는 델픽대회를 전 세계에 알리는 뉴스를 만들었다. 대회 준비 과정 등을 영어와 스페인어 등 7개 언어로 번역해 12개국에 델픽데일리뉴스를 제공했다.

호세 디아즈. <헤드라인제주>

# 그는 왜 제주홍보에 열을 올리는 걸까?

이처럼 제주 홍보에 열을 올리는 이유가 뭘까.

"간단해요. 제 아내와 아들, 딸을 위해 그리고 다음 세대들을 위해 제주를 잘 살게 하고 싶어서 입니다. 왜 제 조국인 스페인을 위해 일하지 않느냐고 묻는 이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기엔 너무 늦었어요. 그저 지금에 충실하면서 남은 인생 동안 제주를 위해 의미있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그러면서 '의미있는' 조언을 아끼지 않은 호세. 그 중 첫번째는 제주사람과 제주에 있는 외국인들로 '제주포럼'을 조직하라는 것.
 
"이들이 한데 모여 제주를 위해 뭘 할 수 있는지 토론하고 논의하는 과정에서 제주 발전이 싹틀 수 있습니다. 이들 중 어느 한 부류만으로는 제주 발전에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또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국제자유도시를 표방하면서도 제주사람들은 외국인을 만나면 말문이 턱 막힙니다. 제 생각인데 제주사람들에 한해서는 제2 모국어로 영어를 가르쳐야 합니다. 물론 공짜로. 그렇게 영어를 배운 젊은이들이 성장하게 되면 세금으로 나라에 갚을 수 있으니까요."

영어 외에도 각종 교육을 강화시킨다면 다른 지역에서 사람들이 저절로 제주를 찾게 되고, 제주 발전에 원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제주라는 링 밖에 선 '코치' 호세는 매일같이 사라봉 인근에서 체력을 단련하며 중동 국가와의 한 판을 대비하고 있다. "라이트! 레프트! 홍보 날리고!" <헤드라인제주>

[세계人제주] 연재는...

   
조승원 기자. <헤드라인제주>
[세계人제주]은 국제자유도시 제주에 거주하거나 제주에서 일하는 외국인들의 활약상을 소개하며, 그들의 눈에 비친 제주에 대해 얘기하고자 합니다.

아직은 영어 인터뷰에 서툰 면이 있었지만, 그러한 과정에서 진솔하고 따뜻함이 오가는 커뮤니케이션이 있었습니다. 능수능란한 의사소통은 아닐지라도 그들에게 한발 더 가까이 다가서려는 시도가 매우 의미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연재를 통하여 제주를 아끼고 사랑하는 외국인들의 이야기를, 또 직업전선에 있어서는 그 누구보다 '프로'다운 끼를 발휘하려는 그들의 얘기를 전하겠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아울러 정말 제주를 사랑하고, 제주를 좋아하고, 제주에서 '의미있는' 일을 하는 외국인 분들을 알고 있는 독자여러분의 추천을 바랍니다.

기획연재 담당기자 조승원(사무실 064-727-1919, 010-2391-3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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