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고 234명 탈락, 그들은 왜 탈락의 짐을 져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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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고 234명 탈락, 그들은 왜 탈락의 짐을 져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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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30년 정체된 고입제도...'마지막 임기' 양 교육감의 선택은?

제주시 중심부에 위치한 평준화지역 일반고(옛 인문계고)에서는 '2학기 전학생'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고입시험에서 평준화고교에 지원했지만, 합격선에 미치지 못하며 '탈락'한 학생들이 대다수다.

이들은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제주시 중심부 밖에 위치한 비평준화고교나, 제주도 밖의 고등학교에서 1학기만 다닌다. 그 뒤, 제주시 평준화고교로 편입하는 '편법'이 이용된다.

평준화고교에 입학하는 것이 대학 입학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수고도 마다하지 않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 한 해에만 수 백명의 학생들이 '탈락'이란 짐을 업은 채 '편입' 편법이란 수고를 겪는 것이다.

내년도 평준화고교 신입생 입학원서 접수 마감 결과, 올해에도 정원보다 234명이 추가로 지원했다. 탈락 예고자가 된 셈이다.

지금 나이로 중3, 16세라는 어린 나이에 벌써부터 탈락이라는 쓴 맛을 보게된 것이다.

이 학생들이 탈락자가 될 수 밖에 없었던데는 각자의 학업 성적이 부족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30년 이상 지속돼 온 고입 제도의 영향이 더 크다.

지난 1974년 지역별로 고입시험을 치러 추첨을 통해 해당 지역에 있는 일반고에 학생들을 나누어 배정하는 제도인 '평준화 제도'가 도입됐다.

이 제도는 암기식.주입식 입시 위주 교육의 폐단을 개선하고, 고등학교 간 학력차를 줄이기 위해 도입됐다. 평균 학력의 증가, 학교 시설의 향상 등의 긍정적 결과를 남겼다.

반면, 제주에서는 제주시와 서귀포시가 하나의 평준화지역으로 묶이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서귀포시의 학생들도 제주시의 학교에, 제주시의 학생들도 서귀포시의 학교에 지원할 수 있게 됐다. 상대적으로 학력 수준이 높은 제주시 중심부에 위치한 고등학교로 학생들이 몰렸다.

정해진 인원보다 많은 학생들이 제주시 평준화지역으로 몰리면서 탈락자가 발생할 수 밖에 없는 구조가 형성됐다.

이러한 고입 제도로 인해 올해에만 234명의 학생들이 '탈락'이라는 짐을 지게 될 처지에 놓였다.

교육청도 이 문제를 인지하고 있지만, 적극적인 개선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때에 제주도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제기된 교육위원회의 고입 제도 개선 주장은 보다 설득력을 얻고 있다.

교육위원회는 고입 제도 개선에 소극적인 교육청을 질타함과 동시에 평준화고교의 선발 인원 확대를 강력히 주문했다. 정원이 확대되는 만큼, 탈락자도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한발 앞서 전교조 제주지부는 대대적인 고입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전교조는 탈락자 발생의 대안으로 평준화지역 특성화고를 일반고로 전환하거나, 읍.면지역 일부를 평준화지역에 포함시켜 평준화고교를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 고입제도 개선과 문제 발생을 해결하기 위해 교육청, 도의회, 학부모, 학생 등으로 구성된 '고입제도개선위원회' 구성을 제안했다.

교육위가 주장한 선발 인원 확대든, 전교조가 제안한 고입제도개선위원회 구성이든 '열쇠'는 모두 양성언 교육감이 쥐고 있다.

조승원 기자. <헤드라인제주>
양 교육감은 지난 6.2지방선거에서 당선 당시 이번 임기를 마지막으로 삼아 다음 선거를 염두에 두지 않고 강력한 교육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더이상 표를 의식할 필요가 없게 된 만큼, 강력한 교육 정책을 펼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필요하다면 학부모와 학생 등 도민을 대상으로 한 공청회를 갖거나, 전문기관에 고입 제도 방안 모색을 위한 용역을 의뢰해 볼 수도 있다.

방법이야 어찌됐든 모두가 원하는 바는 한가지다. 학생들이 어린 나이에 '탈락'의 짐을 지지 않아도 되는 교육 환경. 양 교육감은 이 대목을 놓쳐서는 안된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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