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공무원 개인사업에 주민숙원예산 멋대로 전용
[종합] 제주특별자치도 고위 공직자가 지역주민들의 숙원사업에 쓰일 예산을 전직 고위 공무원의 개인 민원 해결에 전용한 정황이 드러나 파장이 일고 있다.
서귀포경찰서는 최근 제주도청 소속 A국장에 대해 업무상 배임 및 직권남용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라고 5일 밝혔다.
A국장에게 민원해결을 청탁한 전 제주도 고위 공무원 B씨도 업무상 배임 혐의로 입건됐다.
경찰에 따르면, A국장은 서귀포시 고위직으로 재임할 당시인 2017년 12월 B씨로부터 가족이 운영하는 서귀포시 모 리조트 앞에 배수로를 설치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예산을 전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B씨의 부탁을 받은 후 당시 서귀포시청 6급 공무원이던 C씨(현재 사무관)에게 사업 검토를 지시했고, C씨는 부하 직원들에게 업무를 하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서귀포시는 이듬해인 2018년 4월부터 5개월간 사업비 약 1억원을 투입해 해당 리조트 앞 도로 115m 구간에 폭 50cm의 배수로를 설치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 배수로 시설공사에 투입된 사업비 1억원은 지난해 서귀포시 성산읍 온평리의 주민숙원사업으로 계획됐던 배수로 정비 예산을 빼내어 쓴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리조트 앞 배수로 시설 사업 추진과정에서 사업 타당성 확인이나 사업계획서 수립, 예산요청 등의 절차는 전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예산편성 지침상 엄격히 금지하고 있는 '예산 전용'이 버젓이 행해진 것이다.
이로 인해 본 예산을 통해 주민숙원사업비를 편성받은 온평리 지역에서는 현재까지도 해당 사업이 추진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전직 공무원은 1억원 상당의 사업비를 절감하는 특혜를 받은 반면, 온평리 주민들은 정상적으로 예산을 편성받고도 사업이 늦어지면서 피해를 보게 된 셈이 됐다.
경찰은 A국장과 B씨 뿐만 아니라, '윗선'의 지시를 받고 예산전용을 통해 사업을 실행한 C씨 등 3명도 업무상 배임 혐의를 적용해 입건했다.
조만간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이들 5명을 모두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아무리 민원 사업이라 하더라도, 현장 확인과 사업계획서를 만드는 적법한 행정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이번 (리조트 앞 배수로시설) 사업의 경우 애초 사업계획이나 내용이 없었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예산전용은 전.현직 공무원간의 '유착' 문제 뿐만 아니라, 공직 내부에서 '윗선'의 지시에 의해 예산이 불법적으로 전용되는 공직내부 관행적 비리의 단면을 드러낸 것이어서, 다음주 개회하는 도의회 임시회에서는 이에 대한 거세 비판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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