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전가 급급...참담한 실패, 내년 2회대회 불투명
공모전 심사결과가 뒤늦게 번복돼 대상 수상작이 상권취소로 이어졌는가 하면, 공모요강 등의 허술한 준비 단면이 그대로 드러났다.
그럼에도 제주시는 주최측의 실책에 대한 진솔한 사과없이 출품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듯한 태도로 일관해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이번 공모전 논란이 촉발된 것은 지난 3일.
제주시는 이날 "지난 29일 열린 제1회 아름다운 제주시 전국사진 공모전 심사에서 대상에 선정된 김모씨의 '염전에 비친 노을' 작품에 대해 상권취소를 결정했다"고 긴급히 발표했다.
상권취소 사유는 지난해 한국해양재단 및 해양환경관리공단 공동으로 주최한 2017해양사진대전 공모전에서 입상한 다른 작가의 작품(작품명 '바다를 보다')과 구름과 사진 구도 등이 아주 비슷해 '사실상 동일한 작품'으로 보여 '이미 발표된 적이 작품'에 해당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제주시는 심사위원들의 심의회의 결과 설명자료에서 2017년 공모전과 이번 제주시의 2018 공모전 출품사진 2장의 사진을 제시하며 '기발표된 동일한 작품'이라는 점을 반복적으로 기재했다.
제주시의 이 발표는 해당 출품자가 2017년 공모전 입상자와 동일인이라는 뉘앙스로 전해졌다.
그러나 뒤늦게 출품자인 당사자 김모씨가 언론에 알려온 내용을 보면 '동일한 작품'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기발표한 작품과 '유사한 작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씨는 자신이 2017년 입상자와 동일인물도 아니고, 같은 날 같은 지점에서 사진촬영이 이뤄졌으나 화각과 렌즈 길이도 다르고 해당작가와는 별개의 작품활동이었다고 주장했다.
그의 주장을 종합해 보면, '기발표된 동일한 작품'이 아니라 '기발표된 것과 유사한 작품'이라는 표현이 맞다는 것이다.
그는 다른 공모전의 입상작과 비슷하다고 해서 상권을 취소한 것은 받아들일 수 있으나, 동일한 작품으로 언론에 발표하면서 자신의 소중한 작품의 가치를 떨어뜨리고, 명예를 실추시키고 마음의 상처를 준 제주시 당국에 대해서는 공식적 사과를 받아야겠다면서 항의를 이어나갔다.
이에 제주시는 11일 "상권을 취소당한 출품자가 자신의 명예가 실추됐다며 이를 언론지면을 통해 '오해를 풀어달라' 요청이 있었다"는 내용의 입장자료를 배포했다.
출품자가 언론으로 하여금 오해를 풀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취지다.
그러나 제주시는 입장자료는 주최측의 잘못이나 책임은 전혀 없고, 출품자가 이런저런 주장을 해왔다는 내용을 언론에 전달하는 '유체이탈 화법'으로 일관해 눈총을 받았다.
"상권이 취소된 출품자에 따르면 상권취소 보도 내용이 자신이 다른 사람의 작품을 출품한 것처럼 비쳐지고, 또 타 공모전에서 입상한 입상자 또한 자신의 작품을 다른 사람에게 준 것처럼 보도돼 양쪽 모두 명예가 실추되었다고 주장했다. 또한 논란이 된 사진 또한 같은 장소 같은 시간대에 촬영한 사진이지만 촬영자가 다른 작품임을 밝혔다."
제주시는 또 '기발표된 동일한 작품'이라고 발표했던 부분은 슬쩍 감추고, "상권취소 발표자료에서 사진 2장을 비교하는 과정에서 모두 익명처리를 하면서 출품자가 각기 다른 사람임을 명확히 밝히지 않은 것이 이 같은 오해를 불러일으킨 것 같다며 불찰이 있었음을 인정한다"고 했다.
이 때문에 주최측의 비겁한 책임회피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특히 이번 공모전의 경우 전국의 국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완전 개방형 공모전임에도 불구하고, 공모요강의 입상취소 관련 규정은 모호하게 제시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대회공모 요강에 다른 공모전에서 입상한 작품과 유사한 작품은 출품할 수 없다는 규정 공지도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제주시의 공모전 요강에서는 "합성작, 기발표작, 타공모전 입상작 및 타 지역으로 판명되는 경우 입상 취소"라는 문구가 짤막하게 명시돼 있을 뿐이었다.
이러한 '상권취소' 사유의 불명확성은 자칫 법정 분쟁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부분이다.
이번 상권 취소된 당사자도 제주시 당국에 이 내용에 대해 강하게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제주시는 '공모전 관례'라고 반박한 것으로 알려져 빈축을 사고 있다. 주최측의 준비과정에 문제나 잘못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다른 공모전의 요강을 확인한 결과 이번 제주시의 공모전은 규정의 구체성도 없고 극히 허술한 것으로 드러났다.
다른 공모전에서는 심사 제외 또는 입상 취소의 규정이 보다 구체적으로 적시돼 있다. 일례로 제주도를 공간적 범주로 하는 한 국제사진전 공모전의 경우 일반적 결격사유 외에 "다른 작품의 표절이라고 판단되거나 다른 작품과 매우 흡사한 경우"라는 조항이 있었다.
'다른 작품과 매우 흡사한 경우'라는 부분이 이번 제주시 공모전에서 논란이 됐던 사항이다.
결국 이번 공모전 논란은 공모요강의 모호성 등 준비과정의 허술한 문제, 그리고 대상작 취소 발표과정의 책임전가 및 취소사유의 왜곡 소지 등이 빚은 문제라 할 수 있다.
제1회 대회가 엉망이 돼 버리고, 심각한 후유증에 휘말리면서 행정기관의 공신력은 크게 실추됐음에도, 제주시당국은 여전히 공식적 사과도 하지 않고 책임회피로 일관하면서 눈총을 받고 있다.
깔끔하지 못한 뒷 수습으로 공모전이 참담한 실패로 끝나면서, 내년 제2회 행사는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이 돼 버렸다. <헤드라인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