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수도본부, 뒤늦게서야 "밀폐공간 공사 개선"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소재 하수중계펌프장에서 맨홀 내 작업 중 질식사고가 발생해 5명의 부상자 중 7급 공무원 1명은 상태가 위중한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주고 있는 가운데, 이번 사고를 통해 상하수도본부의 안전대응시스템의 허점이 그대로 드러났다.
이번 사고가 발생한 것은 22일 오후 3시14분쯤.
당시 남원펌프장에서는수중펌프 및 내부배관 확장을 위해 압송관 해체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태흥1리 마을하수를 모아서 남원하수처리장으로 이송하는 중계펌프장 시설을 보완하기 위한 차원이었다.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감독공무원인 부경욱 주무관(46)과 허모 주무관(27)이 김씨를 구하러 다급히 맨홀 아래로 내려갔다가 이들 역시 유독가스에 질식됐다.
이에 인근에서 작업 중이던 업체 직원 이모씨(62) 등 3명이 유독가스에 중독된 이들을 구하러 내려가 김씨와 허 주무관을 차례로 구조했으나, 이들 역시 가스에 중독되면서 부 주무관까지는 구조하지 못했다.
부 주무관은 사고 발생 약 5분 후인 오후 3시20분께 현장에 도착한 119구조대에 의해 구조됐다.
부상자 5명은 서귀포시내 병원과 제주시내 병원으로 분산 이송했다. 이들 가운데 부씨는 당초 서귀포의료원으로 이송됐으나 상태가 좋지 않아 다시 제주시내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번 사고는 2016년 7월 서귀포시 표선면 하수처리펌프장에서 맨홀 지하에서 작업을 하던 업체 직원 2명이 유독가스에 질식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지 2년이 채 안된 시점에서 발생한 것이어서 안전시스템의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표선면 사고때와 마찬가지로 호흡기와 송기마스크 등의 안전장비 착용이 안됐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는 현장 작업자의 마스크 미착용 했던 것과 관련해, "(맨홀에서) 10m 인근에 (마스크 등 장비를 준비한) 화물차가 있었다. 통상적.관습적으로 공사를 여러번 하다보니 문제 없을거 같아 (마스크 착용 등이) 미비했던거 같다"고 말했다.
구조를 하러 갔다가 2차적 사고가 난 것에 대해서는, "위급상황에서 감독공무원이 급하게 뛰어들어가다 보니 착용하지 못한 것 같다"면서 "현장이라는 것이 매뉴얼대로 해지면 좋지만, 감독공무원으로서 책임감이랄까 급하니까..."라고 말했다.
이러한 내용을 종합해 보면, 이번에 큰 부상을 당한 부 주무관은 맨홀 내에 쓰러진 직원을 단 1초라도 빨리 구해야 한다는 매우 다급한 상황에서 마스크를 착용할 겨를도 없이 그대로 들어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이번 공사 과정에서 공기측정기, 마스크, 송풍기 등 기본적 장비도 없이 공사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상하수도본부 고위직 조차 전 매뉴얼에 대해 다소 안이한 인식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강창석 본부장은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에서 2016년 표선 펌프장 사고 후 매뉴얼이 없었나 라는 질문에 "(이번 사고는 표선면 펌프장과) 비슷한 사고였다. 통상적.관례적으로 밸브실에서는 악취가 없다 싶어서 그냥 들어갔고, 밸브를 해체하는 과정에서 유독가스가 발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안전매뉴얼이 있다 하더라도 밸브실에서 악취가 없다 싶으면 그냥 들어가는 것이 통상적.관례적이었음을 우회적으로 언급한 것이다.
이번 사고가 발생하 밸브실도 안전장비 갖춰야 하는 곳 아니냐는 질문에는, "측정기와 마스크를 갖추고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상하수도본부의 관련 브리핑에서는 2016년 인명사고 이후에도 안전매뉴얼 제대로 실행되지 않았던 점, 또한 안전대응시스템이 매우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고 있는 문제가 확인됐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갖게 했다.
상하수도본부는 두번째 사고가 터진 후에야 "맨홀 등 밀폐 공간에서 공사 시공 등의 제도적 개선책을 강구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또 사고대책본부를 가동해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해 설계도서에 따른 공사 및 안전관리 준수 여부 등 사고 규명에 따라 행.재정적으로 강력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상하수도본부의 이 발표는 '늦깎이 개선책 마련'에다, 사고원인 규명도 '셀프조사'를 하겠다는 것이어서 의아스러움을 갖게 한다.
자칫 공사업체와 '감독공무원'이라는 명목으로 사고현장에 있었던 하위직 공무원에만 책임을 물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찰수사와 별개로 감사위원회가 직접 나서 상하수도본부에서 책임있는 위치에 있는 '윗선'들을 포함한 전반에 걸친 조사를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헤드라인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