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 맞은 교사들..."마냥 웃을 수는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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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날' 맞은 교사들..."마냥 웃을 수는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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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중.고 교사 100여명, 이석문 교육감과 공개토론회
과중한 업무부담 '아우성'..."후배에게 권할 수 있겠나"

"선생님을 꿈 꾸는 후배들에게 과연 이러한 상황을 권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면..."

학교 일거리가 그렇게 많느냐는 질문에 교사들은 아우성을 쳤다. 새벽 5시에 일어나 자정이 될 때까지 학생들을 살피느라 녹초가 되고, 불필요한 행정업무로 쉴틈 조차 없다던 이들이었다.

스승의 날을 하루 앞둔 14일 오후 3시 30분 제주학생문화원 소극장에서 열린 교사와 교육감과의 공개토론회 '교사는 말한다'의 현장 분위기는 그리 유쾌하지만은 않았다.

사전신청으로 토론회에 참석한 제주지역 초.중.고등학교 교사 100여명은 토론 전 '교사, 나는 누구인가?', '제주에서 교사로 산다는 것은?'이라는 토론주제에 따라 저마다의 고민을 쪽지로 적어냈다.

쪽지에는 "교육청 홈페이지 '교육감에게 바란다'에 올라오는 글을 정말로 모니터링 하느냐"는 귀여운 질문부터 이 교육감의 정책기조를 묻는 질문이 적혀 있기도 했다. 그러나 과중한 업무에 허덕이는 교육현장의 분위기가 담긴 쪽지에는 많은 교사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즉석 질문에서는 이러한 분위기가 육성으로 터져나왔다. 스승의 날을 맞아 교육감을 만난 교사들은 교육현장의 과중한 업무부담을 가감없이 토로했다.

14일 오후 3시 30분 제주학생문화원 소극장에서 열린 교사와 교육감과의 공개토론회 '교사는 말한다'.<헤드라인제주>

이날 토론회에 참석했던 대부분의 교사들은 스승의 날을 맞아 교육감이 나서서 토론회를 마련한 데 대해 반색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상상도 할 수 없던 일"라고 놀라워 하던 교사가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본격적인 토론이 진행되자 교사들은 그동안 말 못했던 고충들을 하나둘 털어놓기 시작했다.

애가 넷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한 삼성여고 교사는 "교사란 무엇인가라는 주제에 대해서 생각해 봤는데 일반계 고등학교 교사로서 요즘 저는 그렇게 즐겁지 않다"고 운을 뗐다.

이 남교사는 "흔히 말해 교사는 3D 직종"이라며, "새벽 5시에 일어나 자정이 다 돼서야 퇴근하는 이러한 상황을 과연 선생님이라는 희망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권할 수 있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어 이 교사는 "학교에서는 아이들한테 치이고, 교무실에선 관리자들에게, 외부에에선 학부모들에게, 집에 오며 가정생활을 돌보기에 바쁘다"면서, 이석문 교육감에게 "바람막이가 돼 달라"고 부탁했다.

부산에서 근무하다 제주로 오게 됐다던 도련초 교사는 "처음에 제주에 왔을 때에는 매 회의 때 마다 '이건 뭔가' 싶었다"면서, "현재 제주지역 교사들의 직무만족도는 굉장히 낮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여교사는 "다들 쉴틈 없이 일하고 있다. 새로운 업무가 생기면 기존 업무를 경감시켜야 하는데, 제주도 스타일은 기존 업무의 연장선상으로 '더 해봐' 하는 스타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중요한 전달사항이 있다고 해서 연수에 갔더니 전달사항을 5분 안에 이야기 하더니 다시 (내부시스템) 쪽지를 보내겠다고 하더라. 이런 불필요한 업무는 없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직생활 4년차인 풍천초의 한 여교사는 3년 동안 작은학교인 영평초에서 근무하다 올해 다시 작은학교인 풍천초등학교로 발령받았다고 했다. 자신 보다 당황했던 건 친구들이라고. 보통 작은학교의 경우 인력이 부족해 업무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공감하는 듯 이 교육감은 "왜, 작은학교 일거리가 많습니까?"라고 장난스레 질문을 던졌고, 이에 교사들은 당연하다는 듯 웃음을 터뜨리며 "굉장히 많다"고 아우성을 쳤다.

14일 오후 3시 30분 제주학생문화원 소극장에서 열린 교사와 교육감과의 공개토론회 '교사는 말한다'.<헤드라인제주>

이 교육감은 "좀 전의 웅성거림에 대해서 일단 사과의 말씀을 드리겠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이 교육감은 "제가 초짜 교육감이어서 그런 것 같다. 지난달 통계를 내 보니까 작년과 변한 게 없었다. 제가 놓친 게 뭘까 (고민했다.) 평교사 출신 교육감인데..."라고 말했다.

이 교육감은 "일단 학교로 내려가는 공문은 반드시 제게 보고하고 내려 보내도록 했다. 이게 제가 할 수 있는 것"이라면서, "구조적으로는 내년 모든 인사를 2월 15일 전에 할 예정이다. 3월 만큼은 교육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내부결제를 계획서로 대체하는 학교가 몇 군데 있다. 그 결과를 가지고 내년에는 전체적으로 권장할 생각"이라며, "과정을 최소화시키면서 2~3년차에는 자연스러운 흐름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일반계 고교 업무부담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시스템을 바꿔보려고 한다. 시간의 양 보다는 시간의 질 관리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중점"이라며, "더디긴 하겠지만 현장에서 협력한다면 일정부분 점차 해소되리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탄력적인 유연근무제를 도입해 업무부담을 자연스럽게 줄여나가겠다는 계획도 제시됐다.

이 교육감은 "여러가지 현안이 맞물려 대단히 고민스럽지만 그 속에서 해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 담임에게는 행정업무를 주지 않도록 하겠다"면서, "아우성에 대한 대답을 잘 못했지만 그래도 노력하겠다"고 전했다.<헤드라인제주>

<오미란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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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람 2015-05-15 16:08:09 | 211.***.***.28
학부모들도 야근에 힘듭니다. 애들 눈 나빠지게나 하고 인테넛 게임으로 리드하는 사이버 교육 없애주세요. 그리고 학부모의 지로를 요하는 숙제를 내지 말아주세요 제발. 제가 초등학교 가보면 선생님들은 오후 네시면 다 퇴근이시던데...저희는 그야말로 밤 아홉시나 되어서 퇴근하는 부모들예요 선생님들도 나름 힘드시겠지만 직장생활이 재밌기만하고 쉽기만 하나요? 그래도 가장 보람있는 직업이시잖아요

한심교사 2015-05-15 08:44:37 | 211.***.***.28
정말 요즘 교육 형편없는거 아닌가요
선생님이라고 표을 을 해야하는지 이것부터가 고민에 빠지게 하네요
글자를 모른다고 공부하고 오라, 학원을 보내라, 초등학교1학년에서는 글자를 안 가르친다 이런말을 하지를 않나.....
안내문을 보냈는데 부모가 안본걸 왜 자기네에게 머라하냐는 등
선생들과 대화를 해보면 자질에 문제가 많은 사람들이 많다는게 보이죠
특히나 한국말은 "아"와 "어"가 다르다고 잘 오해를 하기도 쉽지만, 표현을 가리면서 하세요.. 교육도 서비스입니다. 너무 권위를 갖고 하지마시고 서비스교육부터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