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 공무원들은 왜 조형물 앞에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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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 공무원들은 왜 조형물 앞에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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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에 공무원들이 조형물 앞에서 서성거린 까닭은
유독 "힘내라, 강정마을" 거리공연만 '불법' 규정

6월 12일 오후 제주시청 부지에 인접하여 위치한 제주시 상징조형물 앞에서는 조금 우습기도 하고, 어찌보면 참으로 슬프기도 한 모습이 연출되었다.

제주시청 공무원들이 휴일임에도 불구하고 제주시 상징조형물 주변에서 둘러앉아 쉬고(?) 있던 것이다. 사람들이 둘러앉아 쉬는 모습이 뭐 특별할 거야 없지만, 휴일날 모여서 특정장소에 모여 있는 데는 다른 이유가 있었다.

그분들은 왜 후텁지근한 장마날씨에 하루종일 하필 그늘도 없는 그곳에 돌로 된 화분을 잔뜩 설치하고, 주차장을 자신들의 차량으로 채우고, 상징조형물 계단에 둘러 앉아 있었을까? 왜 제주시청 간부들이 이들을 현장에서 지휘하고 있었던 것일까? 그리고 경찰관들은 멀리서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던 것일까?
 

제주시청 조형물 앞에서 쉬고있는 제주시 공무원. <헤드라인제주>
사건의 발단은 지난 4일 군사기지범대위 주최로 제주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거리 문화공연이 제주시 상징조형물 앞 계단위 짜투리 공간에서 진행된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제주도의 음악인들과 문화예술인들이 지금 강정마을에서 진행되고 있는 해군기지반대 운동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자발적 참여를 통해 길거리 문화공연을 기획하고 준비한 공연이 '힘내라! 강정' 릴레이 거리공연이었고, 이 공연 첫 번째가 4일 토요일 오후 5시에 제주시청 조형물 앞에서 진행된 것이다.

제주시 상징조형물 앞에 집회신고를 낸 상태에서 제주시 상징조형물 계단 위 짜투리 공간을 이용해서 음향시설을 설치하자, 제주시청 담당공무원이라는 자칭하는 어떤 분이 나타나서 "왜 무단으로 제주시청 청사내에서 함부로 공연을 하는가? 여기는 당신들이 함부로 들어와서 뭘 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니다"라고 주장하였다.

이에 주최측은 "이 공간은 합법적인 집회로 신고되어 있으며, 제주시 상징조형물 앞 공간을 이용한 문화공연을 제주시청에서 왜 반대하는가?" 라고 반문하면서 불법이라고 생각한다면, 왜 불법행위이며 그 근거를 제시해달라고 요구하였다.

제주시 상징조형물의 경우 제주시청에 시설사용허가를 요청하는 대상이 아니다. 제주시청의 영역과 구분이 명확하며 평소에도 자유롭게 공연을 하거나 집회가 개최되던 시민들의 열린장소였다.

이후 연이어 나타난 자칭 제주시청 공무원들(그분들 가운데 누구도 공무원증을 제시하거나 신분을 밝히지 않았다. 심지어는 사진촬영도 초상권 침해라며 강력하게 저항하였다.)의 주장은 한마디로 "내 땅에 왜 너희들이 들어오는 것이냐? 너희들은 불법행위를 저지르는 집단이다"는 소리였다.

이미 이전에도 제주시청은 군사기지범대위 행사만큼은 허락할 수 없다는 의사를 가지고, 순수한 문화행사가 아니라 각종 안전사고 등의 발생우려가 있는 행사라고 주장하면서 허가를 내주지 않은 사실이 있다. 심지어는 지난해 말 사람을 다치게 해놓고도 모르쇠로 일관한 일도 있다.

이러한 배경이 12일 제주시 상징조형물 앞으로 예정된 '힘내라! 강정' 두 번째 공연을 막아선 이유로 작용한 것이다. 한마디로 12일 오후내내 상징조형물 계단에서 쉬고(?) 있던 공무원들은 조직적으로 동원된 '제주시청 절대사수 결사대'였던 것이다. 제주시청 간부들은 현장지휘관이었으며, 경찰관들은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출동할 준비를 갖춘 응원군이었던 것이다.

이러한 제주시청 공무원들의 '제주시청 사수'의 의지와 집단행동력은 웃고 넘기기에는 이해의 정도를 넘어서는 일이다. 시민들과 함께 호흡하며 평화스럽게 진행되는 문화공연임을 뻔히 알면서도 조직적으로 방해한 제주시청 공무원들의 집단행동은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다. 

제주시청 조형물 앞에서 쉬고있는 제주시 공무원. <헤드라인제주>
첫 번째. 뭐 유치원생들도 아니고, 공무원들이 이곳은 절대 침범당하지 말아야 할 자기 영역이라고 우기는 모습은 대체 공무원들이 왜 존재하는지 의구심을 들게 한다.

안된다면 안되는 이유를 명확히 제시하고, 다른 대안을 같이 모색하는 것이 원래 공무원들이 가져야 할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제주시청이 제주시청 공무원들만이 공간은 아니지 않은가? 
 
두 번째. 제주해군기지 저지와 평화의 섬 실현을 위해 군사기지범대위는 구성되었다. 그러한 성격의 단체가 주최하는 문화공연을 왜 유독 적대시 하는지 그 이유를 알 수가 없다.

감히 추측해보건대 '군사기지번대위 행사는 공권력에 대한 정면도전으로 처리하라는 지침'이 있었는지 아니면 담당 공무원들의 정치적 신념이 '해군기지 절대찬성' 탓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제주시청 내에서 만큼은 공연허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우리는 제주시청 일부 공무원들의 '정치적(?) 입장'을 존중한다. 공무원도 시민인데 정치적 입장을 당연히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4일 제주시청 인근에서 해군군악대까지 동원해서 진행된 행사는 직접 챙기는 정성을 보이고, 같은 날 진행된 군사기지범대위의 문화공연은 고발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아무리 일부 공무원들이라고는 하지만 너무 노골적으로 속마음을 나타낸 것이라는 오해를 받지 않을까?
 
세 번째. 시민들을 상대하기 위해 소속부서 공무원들을 수십명을 소집하고, 그것도 모자라 경찰에 병력대기를 요청한 일은 누가 보더라도 과잉대응이라 생각할 것이다.

군사기지범대위가 공유재산을 전문적으로 파괴하는 사람들이 모인 집단도 아니고 평범한 시민들인데, 이런 시민들을 상대로 집단적으로 행동한 법적인 근거가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 제6조(공유재산의 보호)' 이거 하나라면 대화를 통해 충분히 풀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조직을 동원한 (동원된 공무원들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책임자가 너무 무능한 것으로 보여지지 않을까라는 의구심이 든다.

또한 12일 문화공연을 정상적으로 처리한 타부서의 당담자에게 짜증을 냈다는 소리가 들리는 것으로 판단하건데 일선 책임자가 민원을 자신의 감정으로 처리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일이 반복된다면 대체 제주시청 공무원들의 일처리 방식을 어느 시민들이 믿어줄 것인가?
 
네 번째. 제주시청 공무원조직의 의사결정 구조가 심각하게 왜곡되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일과 관련하여 불필요한 갈등을 방지하고자 군사기지범대위는 제주시장에게 면담을 요청하였다. 그러나 시장님의 일정이 바쁘다는 회답을 받고, 사건에 대한 전말과 면담 요구의 내용을 전달하는 것으로 대체한 사실이 있다. 그리고 공연 장소를 산지천 분수광장으로 옮겨 행사를 공지하였다.

이러한 처리과정에서 연락처를 분명하게 남겨두었음에도 불구하고 어울림마당에 대한 시설사용신청에 대한 회답은 아예 없었고, 상징조형물 앞 공간의 경우 "상징조형물을 포함 시청사 내외(울타리 기준)에서의 사용허가는 필수조항이며, 허가를 득하지 않고 무단으로 사용시에는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 제6조(공유재산의보호)와 제99조(벌칙)에 의거 조치하게 됩니다"라는 답변이 있었다.

대체 공연을 하라는 것인지 말라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다. 다만 사전허가를 반드시 받아야 하며, 허가 받지 않을 때는 처벌하겠다는 의사는 분명한 것 같다. 그리고 공문이나 말보다는 12일 당일 직접 행동으로 제주시청의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이런 결정이 내려지는 과정이 정상적인 의사결정 구조를 통해서 이뤄졌다고는 정말 믿고 싶지 않다. 만약 정상적으로 이뤄진 의사결정이라면 우리는 정말 시대를 거꾸로 거슬러 군사독재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한마디 덧붙인다면, 12일 당일날 동원된 공무원들이 무슨 죄이겠냐마는 이들에게 초과근무수당을 지급했다면 한사람의 납세자의 입장에서는 부당한 지출이었다고 지적한다. 나는 정당하게 일하고 국민에게 봉사하는 공무원을 위해 세금을 납부하지, 시민을 적으로 상대하는 ‘제주시청 절대사수 결사대’에게 급여를 줄 의사는 조금도 없다.

참으로 한심하고 한심한 제주시청 공무원들이다. <헤드라인제주>

<김국상 제주주민자치연대 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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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덕배 어린이 2011-06-14 13:02:40 | 1.***.***.76
조형물에서 쉬는 공무원들은 병립이의 마리오네뜨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