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4억 변상' 처분논란, 본질이 흐려져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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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4억 변상' 처분논란, 본질이 흐려져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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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논단] 해수풀장 감사처분 '재심의'에 포함돼야 할 내용
"몰랐다" 말에 고위직은 면책?...징계대상자도 재심의해야

제주시 애월읍 곽지과물해변 해수풀장 조성공사와 관련해, 재정적 손실을 초래한 제주시청 공무원 4명에게 4억4000만원을 변상조치토록 한 제주특별자치도감사위원회의 감사 처분의결사항에 대한 적절성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이러한 감사처분은 부적절하다고 본다면서 재심의 청구를 검토할 뜻을 밝혔고, 공무원노조 차원에서도 29일 기자회견을 갖고 변상금 부과조치의 부당성을 밝힐 예정이다. 공직내부에서는 '동정론'도 크게 일고 있다.

감사위 처분요구에서 일반 정책사업 또는 시설물 공사에 있어 공무원에게 직접적인 재정적 손실책임을 물은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자, 제주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기에 이러한 분위기가 나타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그렇기에 처분요구가 적절한지 여부를 따져보는 것은 지극히 마땅한 일이다. '변상금 부과명령'이 적법하게 이뤄진 것인지, 또 적법하다면 책임을 져야 할 위치에 맞게 공평하고 객관적이고 타당하게 이뤄졌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변상금 부과 처분사항이 위법하거나 형평성을 상실한 처분이라면 당연히 '재심의'를 요구해야 한다.

그러나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다. 그것은 본질이 흐려져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감사처분 결과가 알려진 후 공직내부의 관심사는 '거액의 변상금' 적정성에 맞춰져 있다. "이러면 앞으로 누가 열심히 일하려 하겠나" 등 푸념 섞인 목소리도 적지않게 분출되고 있다. '적극적 행정'을 위축시키는 기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하는 이들도 있다.

얼핏보면 모두 그럴듯한 논리이다. 하지만 이번 사안을 두고, 마치 '적극적 행정' 또는 열심히 일을 하다가 불가피하게 발생한 문제인 것처럼 설파하는데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감사처분의 발단이 된 문제의 공사에서 행정의 크나 큰 실책이자 과오가 명백하기 때문이다.

혹, 앞으로 재심의나 행정소송 등을 통해 변상금 부과명령이 잘못된 것이라고 결정이 날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이번논란의 핵심이자 본질인 '위법한 공사', 또 그로인한 '사회적 파장'을 야기한 부분에 대한 책임까지 소멸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 해수풀장 공사의 문제, 단지 '정치권과 주민 압박' 때문?

그럼, 이번 논란은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우선 감사를 받게 된 해당 공사의 내용부터 살펴보자.

문제를 일으킨 이 공사는 국비 3억원, 도비 5억원 등 8억원을 투입해 해수욕장 백사장에 2000㎡ 규모의 해수풀장을 조성하려는 사업이었다.

그러나 공사가 한참 진행 중인 과정에서 중대한 문제가 확인됐다.

첫째, 민선 6기 제주도정이 미래비전을 통해 '청정'과 '공존'을 최상위 가치로 제시했음에도 이에 부합하는 검토 없이 자연환경 및 경관 파괴적 공사를 진행한 것이다. 백사장 한복판에 길이 50.5m, 폭 38.5m 규모의 거대한 인공시설물을 조성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잘못된 일이다.

둘째, 부득이하게 시설물 조성공사를 하게 됐다 하더라도, 관련법규에 따른 행정절차를 위반한 것은 매우 중대한 실책이다. 곽지 과물해변 일대가 2004년 제주시장이 백사장과 용천수 등을 보호하기 위해 '곽지 관광지'로 지정해 어떠한 시설물도 들어서지 못하게 돼 있는데도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공사를 했다.

또 제주특별법상 관리보전지역 경관보전지구 1등급에 해당되고,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상 도시지역외 지구단위계획구역에 해당하는 곳이어서 해수풀장을 설치하려면 곽지 관광지에 대해 사업 변경 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이 절차를 생략한채 공사를 발주했다.

만약 민간에서 이같이 행정절차를 어겼다면 어떻게 했을까. 아마도 환경을 파괴한 파렴치범으로 몰고 가지 않았을까.

관련법규도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위법한 시설물 공사를 발주해 시행하고, 그리고 이로인해 막대한 도민 혈세가 낭비된 점도 결코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니었다.

행정당국에서는 여러 이유를 들어 해명하고 있으나, 대부분 납득하기 힘들다.

원 지사는 26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글을 통해 실무공무원에게 책임이 전가되는 문제를 지적하며, "이 공사는 정치권과 지역민이 민원사업이라고 압박을 가한 성격이 크다"고 밝혔다.

설령 원 지사의 언급처럼 '정치권과 지역주민의 압박'에 의해 공사를 하게 된 것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이 사업이 제주미래비전에서 제시한 제주의 최상위 가치와 부합하는 사업인지 여부는 최고책임자 선에서 최종 정책적 결정이 이뤄졌어야 했다.

'압박' 때문에 이 사업을 했다는 것은 '굴복'에 다름없다.

또한 아무리 탐탁치 않은 공사계획이 마련되어 불가피하게 추진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하더라도, 법률적 검토도 없이 위법하게 공사를 한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중대한 실수다.

비록 뒤늦게 위법한 행정절차를 모두 인정하며 공사중지 및 원상복구 명령을 내렸다고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공사중지 시점까지 투입된 예산만 3억원, 그리고 원상복구를 하면서 소요된 예산이 1억여원 등 4억원이 넘는 소중한 도민혈세가 헛되이 버려졌다.

이처럼 행정의 신뢰성 실추, 거액의 예산손실, 정책 일관성에 대한 불신 등 큰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킨 점을 감안하면 이 문제는 결코 가벼이 넘길 사안이 아니다.

◆ 국장 '훈계', 하위직 '징계'...시장.부시장은 왜 '열외'?

감사위가 이례적으로 '변상금 부과'라는 강경한 처분요구를 결정한 것도 이러한 맥락 때문일 것이다.

감사위는 담당국장, 과장, 담당, 주무관 등 4명에 대해 4억4000만원의 변상금 부과를 명령했다. 국장에게는 8500만원, 과장.담당.주무관에게는 각 1억2000만원을 부과하도록 했다.

그동안 '솜방망이' 처분, '제 식구 감싸기'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감사위가 이같은 단호한 처분결정을 내린 것은 이러한 처분요구를 한 이면에는 어처구니 없는 행정실수로 인해 막대한 재정적 손실을 초래한 것에 대해 공무원이 분명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물론 변상금 처분의 적법성 문제를 차치하더라도, 감사위의 처분사항에서도 이해하기 힘든 점들이 나타나고 있다.

문책 대상자로 삼은 4명에 대한 징계양형의 형평성 문제 때문이다. 변상금 조치와 별개로, 신분상 문책으로 국장은 훈계, 과장.담당.주무관은 경징계로 의결된 것이 그렇다.

감사위원회 전체회의 소명자리에서 국장의 경우 해당 공사가 추진되는 과정의 내용을 보고받지 못해 잘 몰랐다고 소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문제의 특성을 볼 때 사안의 성격을 볼 때 문책의 범위를 4명으로 실무부서 결재라인 4명으로 한정한 것도 그렇고, 4명 중에서도 징계양형에 차이를 둔 것도 납득하기 힘들다.

특히 총공사비가 8억원 규모였고 정치권 및 주민 압박에 의해 결정된 사업이었다고 한다면, 결재라인의 최종 윗선은 당연히 시장이었을텐데 최고위직인 시장.부시장에게는 아무런 책임도 묻지 않은 것은 공정한 처분이라 할 수 없다.

모든 것을 자신이 책임지겠다고 했던 시장은 임기만료로 퇴임해 면제받고, 결국 하위직만 '덤터기'를 씌우고 있기 때문이다.

원 지사도 이번 처분결정에 대해 "지휘감독책임은 놓아두고 하위직에 책임을 전담시키는것은 정의롭지 못하다. 실행한 공무원만 책임을 지우게 되면 사건 원인이 흐려진다"고 했다. 이는 지휘감독책임, 즉 '윗선'에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일벌백계는 필요하지만 극단적으로 지나치면 안된다"며 변상금액이 과하다는 입장도 밝혔다.

◆ '재심의'로 변상금만 빼 버리면?...징계대상자도 재심의해야

원 지사의 입장 중 '지휘감독책임은 놓아두고 하위직에 책임 전가'라는 부분에 주목하고자 한다.

변상금이든, 신분상 문책이든 이번 사안에 있어 1차적으로 책임을 져야 할 당사자는 바로 '윗선'이다.

공직내부에서 변상금 부과조치를 하면 앞으로 누가 적극적 행정을 하겠느냐는 볼멘소리도 나오지만, 그 보다도 더 '일하고 싶은 마음'을 사라지게 하는 것이 윗선의 책임회피이다.

"보고받지 못해서 몰랐다"고 해서 면책을 받는다면, 앞으로 어느 하위직 공무원들이 상관을 믿고 일을 할 것인가.

윗선에는 책임을 물리지 못하고, 하위직에만 처분 수용을 강요한다는 점에서 감사처분 요구 의결사항은 형평성과 타당성에 적지않은 논란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제주도정은 '재심의'를 함에 있어 변상금 부과에 대한 적법성 뿐만 아니라 문책 대상자 및 징계수위에 대한 전반적 재검토를 요구해야 할 것이다.

변상금 부과가 실무라인 4명에게 전가되면서 형평성 및 적정성 논란을 촉발시킨 점은 인정한다 하더라도, 그렇다고 해서 '엄정한 조치'를 '솜방망이 처분'으로 전락시키게 해서는 안될 일이다.

만약에 변상금 부과명령이 위법해 취소해야 하는 상황이 도래한다면, 이번 해수풀장 위법성 공사 파장은 결국 '경징계 3명, 훈계 1명'으로 매듭지어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감사처분의결에서 '변상금'이 없었다면, 오히려 중징계 의결 한명 없는 '솜방망이 처벌'이란 비판에 직면했을 터였다.

이러한 점을 감안할 때, 변상금의 적법성 대응을 위해 재심의를 청구한다면 최고위직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신분상 문책대상자를 재검토하고 징계수위도 높일 수 있도록 단호한 주문을 하는 내용이 포함돼야 할 것이다. 그래야 도민사회가 납득할 수 있지 않을까. <헤드라인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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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는말 2016-08-29 16:05:59 | 110.***.***.15
옳은 지적이다. 변상금만 빼달라 요구할게 아니라 징계수위도 다시 검토해야 한다
그것만 빼버리면 훈계 경징계로 끝나는게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