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이 난무하는 사회, 비겁한 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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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이 난무하는 사회, 비겁한 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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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칼럼] 강호진 제주대안연구공동체 연구지원실장

# 거짓말 도정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로 시작해보자.

지역 언론들의 표현을 빌리면 김태환 도지사의 측근이자 실세로 평가되는 고00 국장. 그는 영리병원 추진과 관련해서 거짓말을 했다. 술자리에서가 아니다. 도민의 대의기관이라는 제주도의회서다.

2008년 11월20일 행정사무감사에서 “영리법인병원 찬성 홍보광고를 위해 민간단체와 제주도관광협회에 압력을 행사한 것 아니냐”는 한 도의원의 추궁에 고 국장은 ”요즘 세상에는 강압으로 했다면 문제가 생긴다”며 극렬 부인했다.

하지만 이는 거짓말이었다. 국회로 치면 국정감사에서 허위증언이다. 지난해 영리병원 관련해 도지사에게 보고한 일일보고(2008년 7월14일자) 문건을 보면 영리병원 찬성홍보 광고는 위생단체의 경우 당시 이00  보건복지여성국장이 추진하고, 관광협회는 고00 국장이 담당자로 되어 있다. 실제 영리병원 문제와 관련해서 지난해 지역신문에는 상관도 없는 농협지역본부에다 관광협회를 비롯해 각종 단체의 찬성광고가 쏟아져 나왔다.

실세라는 고00 국장이 도의회 증언이 거짓이 아니라고 주장한다면 최소한 도지사에게는 허위 보고한 셈이다. 실세 수준이 이정도면 나머지 김태환 지사에게 목 멘 참모들은 ‘안 봐도 비디오’다.

김태환 도정의 주요정책 추진과정을 되돌아보면 도민의 입장에서는 ‘거짓말’ 투성이다.

대화로 갈등을 풀겠다고 수 십 차례 강조해 온 최대 현안인 해군기지 문제를 보라. 정작 추진과정을 보면 사실상 ‘대화’는 없었다. 2010년을 향해 각종 경조사에 리단위 행사까지 꼼꼼하게 참석하는 갈 길 바쁜 도지사지만 언론보도용 ‘대화행정’만 있을 뿐 여전히 대화를 무시하고 있다.

군사기지 반대 대책위가 도청을 찾아가도 돌아오는 것은 “당신들은 도민이 아니니 나가라”며 현관문 먼저 쇠 그물로 걸어 잠그는 수준이다. 철지난 이야기긴 하지만 찬성측과 술판을 벌이던 도지사가 정작 마을회장이 대화하자며 나타나자 도지사가 부리나케 도망가는 해프닝까지 있었다.

예산문제는 ‘거짓말 도정’의 결정판이다. 선심성, 낭비성, 선거용 예산이 수두룩한 2009년 예산안을 두고는 “선거용 예산은 단 10원도 없다”는 말도 안 되는 주장까지 도지사가 나서서 했다.

다시 불거진 영리법인병원 재추진 문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우선 도민들에게 객관적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홍보동영상과 홍보만화를 보면 객관적 정보는 사실상 없다. 그 자리에 ‘지사님 보시기에 좋았더라’ 수준의 내용들도 채워져 있다.

민간단체 활용방안과 관련해서도 ‘거짓말’ 투성이다. 김태환 도정은 주요정책에 대해 민간단체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방법으로 추진하겠다고 했다.

민간단체가 주요정책에 대해 찬성이든 반대든 자발적으로 알아서 하면 될 일을 도에서 민간단체 활용이라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도 우습다. 결과적으로 민간단체를 찬성은 아군, 반대측은 적군을 만들겠다는 셈법이다.

# 주가 오르는 민간단체

요즘 제주지역 ‘민간단체’들의 주가가 올라가는 모양이다. 왠만한 민간단체 총회나 대의원대회에도 도지사가 나타나서 인사 한 말씀하고 간다고 한다.

수련회까지 나타나서 기념 촬영까지 하고 간다고 한다. 특별자치도 3단계 제도개선까지 했지만 돌아온 것은 현직 ‘프리미엄’은 오간데 없이 ‘여론조사 3위’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든 지사 입장에서는 고난의 강행군을 해야 할 만도 하겠다.

군사기지, 케이블카, 내국인카지노, 영리법인병원 등등 현안이 넘쳐나다 보니 단체별 입장표명도 잇따른다. 도청 관련부서별도 연관단체와의 ‘네트워크 형성’에 안간힘을 쏟는 모양이다.

급기야 그 취지가 의심되는 ‘민간사회단체장협의회’라는 조직까지 결성돼 본격적인 활동을 할 태세다. 공문과 회의 장소까지 모두 도청에서 보낸 것으로 언론을 통해 확인되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도청 주변에서는 사안별 정책에 대해 “이번엔 어느 단체가 총대를 멜까”가 관심거리로까지 등장했다.

이명박 정부가 완강하게 버티고 있지만 내국인카지노의 경우 벌써 민간단체를 중심으로 30만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영리법인병원 문제도 단체는 최종 확정되지 않았지만 도에서는 민간단체를 활용하겠다는 방침을 오래전에 세워 뒀지만 언론에 들통이 나면서 도청 관계자들은 좌불안석인 모양세다.

# 비겁한 도지사

내년 선거를 앞두고 선거▪공학적으로 따지면 민간단체와 김태환 도정의 ‘강고한 연대’는 김태환 지사 입장에서는 손해나는 장사는 아니다.

민간단체를 지원할 수 있는 다양한 예산기법(?)과 항목도 있는 만큼 선거를 앞두고 있는 시기 민간단체 지원예산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일 수 있다.

문제는 민간단체가 아니다. 제주의 미래를 좌우할 주요 정책 현안에 대해서 민간단체를 활용하겠다는 김태환 도지사의 비겁한 태도이다.

군사기지, 영리법인병원, 케이블카, 내국인카지노 모두 김태환 지사가 추진하겠다고 공언한 사항 아닌가?
주요정책에 대해서 도지사와 제주도정은 배후조정을 하고 민간단체를 내세우겠다는 발상은 비겁한 도지사의 표상이다. 더군다나 도민의 혈세인 예산을 무기로 거래라도 하겠다는 속셈이라도 이제라도 그만두어야 한다.

필자가 관심있는 영리법인병원 문제만 예를 들어보자. 영리법인병원 정책이 전국화 되어가는 상황에서 제주도만의 선점효과 타당성은 뒤로하자(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8일 국회 대정부 질의에 대한 답변을 통해 기존비영리의료법인의 영리법인 전환은 불가하고 신규 영리법인병원은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언론 등을 통해 논란이 됐던 한 민간단체의 경우 도 관계자는 단체의 자발성을 이야기했지만 정작 단체 대표는 공감대는 있지만 제주도청에서 먼저 찬성단체로 해달라고 제안을 받았다며 공식석상에서 발언하기도 했다.

당당한 정책이라면 당연히 김태환 지사와 제주도정이 직접 나서서 도민에게 평가 받아라. 공무원조직을 총단결의 구호를 앞세우고 동원해봐도 안됐으니 이젠 민간단체를 끼고가자는 잔꾀와 비겁함으로는 안 된다.

빈곤한 논리로 도민들을 줄세우기해서 20만∼30만명의 서명을 받아 도지사만 감동하는 서명운동으로 세상을 감동시킬 수 있다고 착각하면 오산이다.

‘나를 바꾸면 제주가 세로워집니다’는 뉴제주운동의 구호는 이미 빛을 바랜지 오래다. 지금과 같은 행태가 지속된다면 대신 ‘도지사를 바꾸면 제주가 새로워집니다’라는 구호로 도민들 속에서는 대체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김태환 지사는 제발 ‘특별자치’는 안 해도 좋으니 ‘절반자치’만이라도 하기를 바란다.


<강호진 사단법인 제주대안연구공동체 연구지원실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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