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금옥의 요양원일기](7)노인시설 직원연합 연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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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금옥의 요양원일기](7)노인시설 직원연합 연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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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둘! 하나! 둘!

“무사니?”
어르신 한 분이 빠른 걸음으로 복도를 왔다 갔다 하는 내 모습을 보고 묻는다.

“할머니 내일 체육대회 이수다.”

내일은 제주도노인시설에 근무하는 직원연수회 및 체육대회가 있는 날이다. 요양보호사들이 많아지면서 체육대회는 이틀로 나눠 진행된다.

“운동회 할꺼라? 경허문 새벽에 일어낭 김밥 싸 주마잉~”
“알아수다예~ 계란도 삶아줍써~”

“알았져~ 낼 뜀박질 하잰 하문 빨리강 자라잉~”
“알아수다예 1등해서 공책 3권 받아서 오쿠다예”

우리 어르신은 나를 가을운동회에 보내는 초등학생 손녀로 착각을 하는 듯싶다.

드디어 대회가 열리는 날이 밝아오고, 요양원의 가족들은 최소의 인원만 남고 남원체육관으로 출발했다. 남원체육관에 도착하여 차문을 열자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

여기저기 인사나누기 바쁘다. 그럴 만도한 것이 생활시설 여건상 종사자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것이 일 년에 한, 두 번밖에 되지 않기에 서로 반가워 소리를 지르는가 하면 서로 안부를 묻는다고 정신이 없다.

이번대회에는 23개 시설이 참여해 4조로 나눈 가운데, 1조는 흰티(평안, 평화, 미타, 소망, 제일, 주사랑, 추자), 2조 검정티(남제주, 제주, 보은의집, 위미에덴, 성지, 효사랑), 3조 주홍티(이시돌, 경천, 성요셉, 실버하우스, 원광), 4조 청색티(원광, 동광, 세화, 제광, 태고)로 각각 착용해 경기에 나섰다. 1일에 360명, 2일이면 720명이 작년에 비해 두 배에 인원이 늘어난 셈이다.

“이제부터 제9회 제주노인복지시설협회 연수회 및 체육대회를 시작 하겠습니다”
웅성웅성 하던 체육관이 사회자에 진행으로 조용해지기 시작했다. 국민의례가 끝나고 시설장외 직원소개가 이어졌다. 소개가 시작되자 자리에 앉아 있던 사람들은 누구 할 것 없이 어디 소속직원인가를 보기 위해 고개가 왔다 갔다 한다고 정신이 없다.

시설 소개 및 두 시간에 강의가 끝나고 체육대회가 이어졌다. 어디선가 선생님 한분이 “비온다”하는 소리에 밖을 보니 아침만 해도 좋았던 하늘에서 비가 마구 쏟아져 내렸다.

“ 밖에 비가 오는 관계로 실내에서 피구경기가 있겠습니다. 1조와 4조 먼저 시작하고 2조와 3조는 그 다음에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1, 4조 선수들은 경기장으로 나와 주시기 바랍니다.” 사회자 말이 끝나기 무섭게 각 시설을 대표한 선생님들이 나와 경기를 시작했다.

경기시작과 동시에 응원도 시작됐다. 오늘을 위해 팀별로 연습이라도 한 듯 피구경기 내내 불꽃이 튀겼다. 공이 날아다닐 때 마다 관중석에서는 입을 모아 “우와~”가 저절로 나왔다.

4조와 1조에 승리로 피구경기는 끝이 났다.

즐거운 점심식사를 하고 또다시 못 다한 이야기들이 여기저기서 시작되었다. 서로 정보교환도 하고 안부도 묻고 인사도 시켜주고 정말 체육관 안이 시끌시끌하다.

“자 이제부터 혼합축구를 시작하겠습니다. 모두 자리로 돌아와 앉아주시기 바랍니다. ”사회자가 목이 터져라 똑같은 말을 반복했지만 아직까지 여기저기 시끌시끌하다.

“알아수다~ 이제부터 행운권추첨을 해서 3명을 뽑으쿠다. 자리에 다 와서 앉으십써~” 사회자의 행운권이란 말에 선생님들은 자리로 돌아와 조용히 앉으셨다. 역시 행운권에 위력은 대단했다. 모시설장님께서 추첨을 하셨다.

다들 숨을 죽이고 추첨 통만 눈이 빠지라 쳐다봤다.  당첨된 선생님들은 로또 1등에 당첨된 표정으로 상품을 받으러 나가는 반면, 안 된 선생님은 통을 잘 섞지 않았다며 잘 섞어달라고들 하신다.

풍선 끼고 릴레이하기에 이어, 바구니에 공 넣기, 이어달리기, 줄 달리기경기와 4차례에 행운권 추첨까지 웃고 즐기던 하루가 끝났다. 헤어짐을 서로 아쉬워하며 마무리를 하고 난 뒤 각 시설로 돌아갔다.

이번 직원연수는 노인복지시설 종사자간의 단합과 정보공유를 할 수 있었고, 노인복지에 발전할 수 있게 만드는 소중한 시간이 된 것 같다.<헤드라인제주>
 

*이 글의 1차적 저작권은 박금옥 객원필진에게 있습니다.

박금옥 생활복지사 그녀는...
 

   
▲ 박금옥 생활복지사
박금옥 생활복지사는 고등학교 때 평소에 집 근처에 있는 성 이시돌재단 양로원에 어머니가 봉사활동을 하러 가실 때마다 따라 다니면서 자연스레  봉사활동에 관심을 갖게된다.

그러다 전공과목도 사회복지과를 선택하게 되고 아예 직업으로 진로를 정하면서 외길을 걸은 지 어느덧  6년째다.

그 동안 그녀는 아동, 노인, 장애인을 두루 다 경험하던 중 노인시설에서도 근무하게 되는데  그 곳에서 중증의 어르신들을 모시면서 그녀의 삶에 대한 생각과 가치관에도 큰 영향을 주게되면서  현재 위미에덴실비노인요양원에서 근무하게 된지 2년이 조금 넘었다.

위미에덴실비노인요양원은 지난 2005년 9월 2일 봄이 가장 먼저 오는 따뜻한 남쪽 서귀포 남원읍 위미리에 자리잡고 현재 50명의 어르신과 20명의 직원들이 가족처럼 생활하고 있는 곳이다.

"함께 도움이 되는 세상이야기를 공유하고 싶다"며 글을 올리고 있는  그녀를 통해 바로 이 곳 요양원의 이야기를 엿볼 수 있다. 독자여러분의 많은 애독과 성원 바랍니다.<편집자 주>

<박금옥 객원필진/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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