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과되면 '공론화' 돌입...원 지사 수용여부가 '변수'
제주사회가 제2공항 문제로 심각한 갈등과 분열에 휩싸인 가운데, 제주특별자치도의회가 이의 해법으로 도민들에게 최종 결정권을 부여하는 '공론화' 카드를 꺼내들었다.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이 제2공항 갈등문제 해결을 위해 '도민 공론화 지원 특별위원회 구성 결의안'을 전격 발의 한 것이다.
오는 15일 개회하는 제377회 임시회에서 이 결의안이 통과될 경우 특위가 구성되고, 숙의형 도민 공론화를 위한 절차가 본격 진행된다.
특위의 업무 범위는 △제2공항 건설에 대한 숙의형 도민 공론화 추진 계획 수립 △숙의형 도민 공론화 민간위원회 구성 및 운영 지원 △숙의형 도민 공론화 추진 과정 실무 지원 △공론화 결과(권고) 결의안 채택 등으로 제시됐다.
사실상 지난해 영리병원 공론조사 당시 제주도청 담당부서가 맡았던 실무적 역할을 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위원회는 7명으로 구성하고, 활동 기간은 구성일로 부터 6개월 이내로 하되, 필요시 연장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번에 공론조사 실무적 역할을 할 특위 구성을 추진하고 나선 것은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도의회 및 시민사회 공론화 요구를 거부한 것이 결정적 이유로 작용했다.
도의회는 지난달 24일 열린 제376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서 '도민공론화를 요구하는 시민사회 1만인 청원'의 건을 처리하면서 환경부가 국토부의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초안 협의에서 '공론화 등을 통한 갈등해결'을 제시한 점을 들며, "제주도지사가 환경부의 권고안대로 공론화를 추진토록 노력하거나, 도의회가 직접 공론화를 추진하는 방안을 제시한다"는 내용을 적시한 바 있다.
도지사가 공론화를 추진하지 않으면, 도의회에서 직접 나서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도의회의 계속된 '압박'에도 원 지사의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
원 지사는 '청원'이 가결처리된 후에도 불구하고, 공식입장을 통해 '불가'를 거듭 밝혔다.
지난 8일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 자리에서도 "제2공항 건설 사업은 제주도민의 30년 숙원이다", "제주도는 국책사업인 제2공항 건설 사업을 뒷받침하기 위해 오랜 기간 도민의 뜻을 모아 왔다", "제2공항 필요성은 공론화 과정 속에서 이미 확인됐다" 등의 이유를 들며 불가론을 폈다.
원 지사의 이같은 완강한 입장과 더불어, 국토부도 제2공항 건설계획을 그대로 밀어붙이려는 듯 '속도전'으로 전환하고 있다.
전략환경영향평가 초안에 대한 환경부의 의견이 제시된지 불과 한달여 만에 평가서 본안을 서둘러 제출한 것은, 국토부가 얼마나 조급해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한달만에 뚝딱 작성된 이 평가서 본안은 시민사회로부터 환경부에서 지적한 내용마저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부실 논란과 함께 '날림식' 작성이라는 호된 비판을 받았다.
그런 비판을 받으면서도 국토부가 매우 서두르고 있는 것은 10월로 예정됐던 제2공항 기본계획 고시가 환경부와의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 문제로 늦춰진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일단 10월은 넘기게 됐지만, 최대한 빠른 시일 내 기본계획 고시를 하겠다는 계산으로 볼 수 있다.
도의회 차원의 공론화 추진은 원 지사의 완강한 '불가' 입장과 국토부의 '밀어붙이기' 상황에서 나온 마지막 대응 카드인 셈이다.
제2공항 갈등문제는 오는 10월 임시회가 중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이번 임시회에서 '공론화 특위 구성 결의안'의 처리여부에 따라, 제2공항 논란의 향방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특위 구성 결의안이 통과된다면, 도민 공론화 절차가 본격 시작되면서 제2공항 갈등논란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 반대로 부결된다면, 국토부의 기본계획 고시와 건설 강행의 명분은 한층 강화될 수 있다.
이러한 가운데, 특위 구성 결의안의 본회의 통과 가능성은 매우 높은 상황이라는 것이 의회 내부의 대체적 시각이다.
비록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 중에서도 일부 '이견'이 표출되고는 있으나, 원내대표단이 주도하고 나서면서 결집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 정의당과 교육의원 등에서도 '공론화'에 동의하는 의원들이 있어, 지난 임시회 때 '공론화 청원' 건 처리 때의 표결 결과와 비슷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지난 '공론화 청원' 표결에서는 재석의원 40명 중 찬성 25명, 반대 13명, 기권 2명으로 가결됐다. 이중 찬성 25명 중 22명은 민주당 소속 의원이었다.
이번 표결에서도 민주당 내 이탈표만 없다면, 통과는 거의 확실시된다.
'표결' 전망과 더불어 관심을 끄는 부분은, 원희룡 지사의 입장이다.
원 지사는 그동안 도의회에서 공론화 촉구 결의안을 채택하거나, 김태석 의장의 공론화 촉구, '1만인 청원' 등에서도 계속해서 '불가론'으로 일관해 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상황이 간단치 않다.
단순히 입장을 전달하는 수준의 결의안 채택 그 자체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후속조치로 공론조사 준비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이 경우 공론조사 절차 진행에 필요한 예산과 인력 등에 대해 제주도와 협의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
비록 그동안 '불가' 입장을 밝혀왔다 하더라도 대의기관인 도의회에서 결정하고 추진하는 사항에 대해 외면하거나 정면 부정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원 지사가 의회의 결정을 존중해 공론조사 진행에 동의를 한다면, 제2공항 갈등국면은 '도민의 선택' 최종 단계로 전환된다.
반대로, 공론화 진행에 대해 '불인정' 입장을 밝힐 경우 제주도와 의회가 정면 대립하며 지방정가가 초유의 파국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원 지사로서는 수용과 불수용 외에는 다른 선택의 여지는 없는 상황이다.
10월 임시회 개회가 임박한 가운데, '특위 구성 결의안'을 둘러싸고 제주도와 의회에서는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헤드라인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