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으로 하나가 된 몽골과 제주, 몽골 예술 봉사활동 후기
상태바
음악으로 하나가 된 몽골과 제주, 몽골 예술 봉사활동 후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고] 오현석 / 대학생
몽골.jpg
▲ 연주회를 마치고 기념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칭기스칸의 후예들이 살고 있는 대륙의 나라. 아름답고 푸른 초원의 나라. 화려했던 대제국의 영광은 사라졌지만 유목민들의 삶의 자취와 대자연의 위용이 살아있는 그 곳. 바로 몽골이다. 어릴 적부터 나에게 몽골은 이상향처럼 느껴지던 곳이었다. 말을 타고 달리는 몽골인 들의 모습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인한 기상은 제주에 살고 있는 나에게는 큰 감동이었다. 그렇게 오래도록 꿈꿔왔던 몽골, 그곳에 드디어 내 두 발을 디디게 되었다.

더위가 절정이던 8월 8일부터 엿새 동안 나는 몽골로 예술 봉사활동을 떠났다. 존경하는 황경수 교수님과 김상미 교수님, 남승연 누나(미술)와 함께 다녀왔다. 처음에 황경수 교수님께서 몽골에 예술 봉사활동을 다녀오자고 하셨을 때, 많이 놀랐다. 나는 음악을 전공한 것도 아니고 , 사회 경험이 너무나 부족한 갓 스무 살의 대학생일 뿐인데, 나에게 이런 큰 제안을 해주셨을 때, 너무 영광이었고 기뻤지만, 한 편으로는 걱정도 들었다. ‘과연 내가 가서 실수하지 않고 잘 할 수 있을까??’ ‘언어도 통하지 않는데 잘 가르칠 수 있을까?’. 하지만 교수님께서 불러주신 자리이니 실망 시켜드리지 않게 열심히 노력하여야겠다고 다짐했다.

몽골에서 내가 맡은 봉사활동은 음악과 관련한 활동들이다. 플룻 가르치기, 고장 난 플룻 간단히 정비해주기 등이다. 먼저 플룻을 정비하는 활동은 간단히 정비한다고 해도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제이뮤직의 정성림 사장님께 1달 동안 간단히 기술을 배웠다. 두 번째로 플룻을 가르치는 활동은 아주 기초적인 것부터 가르치는 것이어서 간단히 악보 보는 법, 운지법 등을 먼저 동생들에게 알려주는 예행연습을 하며 감을 익혀나갔다. 마지막으로 큰 걱정 중 하나였던 언어문제는 통역사의 도움을 빌렸고, 다행히 몽골의 아이들이 영어도 사용 할 수 있다는 수녀님의 말씀에 걱정을 덜었다.

드디어 출발일. 교수님들을 만나 뵙고, 떨리는 마음으로 몽골행 비행기에 올랐다. 몽골 아이들을 만나볼 설렘으로 이런 저런 상상을 하는 사이, 비행기는 몽골 울란바토르 칭기즈칸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울란바토르는 붉은 영웅이라는 뜻을 지닌 몽골의 수도다. 통역을 맡아주실 지혜 선생님과 함께 바로 학교로 이동 하였다. 울란바토르 거리 곳곳에는 여전히 옛 몽골제국의 영광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가는 길엔 중간 중간에는 비포장도로가 깔려 있어서 오히려 몽골만의 운치가 느껴졌다. 어느 새 목적지인 센뽈(sent poul)초등학교에 도착했다. 반가운 얼굴 수녀님께서 너무나 반갑게 우리를 맞아주셨다. 몽골에서의 음악 봉사활동이 순조롭게 끝날 것 같은 기분 좋은 예감이 들었다.

몽골2.jpg
▲ 학생들앞에서 시범연주를 하고 있는 김상미교수(왼쪽), 오현석(가운데), 황경수 교수(오른쪽)

몽골에 온 첫 날은 수업 대신 학생들을 만나서 인사를 나누고 간단한 시범연주를 보여줬다. 연주를 끝낸 후 바양허쇼 지역에 학교를 새로 짓는 현장으로 향했다. 학교 규모를 확장해 학생들이 안정적으로 고등학교까지 교육 받을 수 있도록 새로운 학교를 짓는 중이었다. 학교가 완공이 될 경우 예전 학교인 센뽈 초등학교 학생들도 모두 이 학교로 옮긴다고 한다.

학교를 짓는 모습을 보며, 후에 이곳에서 공부 할 학생들을 떠올리니 가슴이 뭉클했다. 잠시 수녀님의 말씀이 이어졌다. 수녀님은 샬트르성바오로수녀회 대구 관구 소속이시고, 몽골에 오신지는 23년이 되었다. 정말 존경스러웠다. 언어와 문화가 전혀 다른 타국에서 20년 넘게 살아오셨다는 것과 학교도 세우고 교육환경을 이렇게 까지 일궈 내신 걸 보고 뭉클할 수밖에 없었다. 첫 날은 이렇게 지나갔다. 몽골 빈민가의 삶을 보면서, 나의 삶을 반성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둘째 날, 학생들과 처음으로 플룻 연습을 해보았다. 플룻을 처음 만져보는 학생들이 대부분이어서, 다 같이 소리 내는 것부터 연습했다. 운지법도 가르쳐 줬는데 처음 플룻을 접하는 학생들이라고 보기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소리도 아름답게 잘 내고, 운지법도 곧잘 따라했다. 나중에는 음악적으로 성장한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많이 뿌듯하기도 했다. 

수업을 마치고 몽골 전통 연극을 보러 갔다. 몽골 사람들이 좋아하는 민요 연주와 몽골 전통악기 연주를 감상했다. 연극을 보는 내내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악기가 있고, 악기 소리 또한 정말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서로 말이 잘 통하지는 않지만, 음악이라는 언어로 모두가 하나 되어 열심히 활동 할 수 있었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던 둘째 날이었다.

셋째 날이 되었다. 학생들과 지난 시간에 했던 기본적인 운지법을 간단히 복습하고, 곡 연습에 들어갔다. 곡의 제목은 완전한 사랑이다. 학생들이 악보를 잘 보지 못하여서 내가 박자를 세주고 학생들이 연주하는 식으로 연습해 나갔다. 박자를 맞춰주니 곧잘 따라 하였지만 악보 초반에 계이름 ‘레' 가 연속적으로 나오는 바람에 학생들이 박자를 맞추기 힘들어 하기도 하였다. 서로 박자를 맞추기 위하여 같이 박수도 치고, 직접 곡을 따라 부르며 열심히 연습하니 마지막엔 박자를 맞출 수 있게 됐다. 악기를 배운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빠르게 계이름을 익히고, 곡을 연주하고 이렇게 함께 연주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실력이 늘어서 학생들이 너무나 자랑스러웠다.

아이들과 수업을 하는 마지막 날이 찾아왔다. 그동안 연습한 내용을 바탕으로 작은 연주회를 열었다. 연주회 전에 잠시 성당에 미사를 보러 다녀왔다. 성당에 가서 직접 미사를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미사 전에 기도를 하고 신부님의 말씀을 들은 후에 잠깐 공연을 하였다. 가브리엘의 오보에와 사명, 이렇게 두 곡을 연주했다. 성당에서 미사를 마친 후, 작은 연주회를 준비하러 다시 학교로 갔다. 

드디어 작은 연주회가 시작되었다. 연주회 순서로는 리코더(가브리엘의 오보에), 오카리나(에델바이스), 플룻(사명), 그리고 마지막으로 다 같이 연주하는 완전한 사랑이다. 연주가 이어지는 내내 몽골 아이들과 지켜보던 주민들과 수녀님의 눈빛을 잊을 수가 없다. 기쁨의 눈빛, 감사의 눈빛, 사랑의 눈빛이었다. 연주회를 성공적으로 마친 후 수녀님의 말씀을 들었다. 대략 이번에 배운 내용들을 그냥 넘기지 말고, 앞으로도 더 열심히 해서 발전 해 나갔으면 좋겠다는 말씀이셨다. 

첫날엔 소리도 잘 못 내고, 악기를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도 잘 몰랐던 학생들이 하루하루가 지날 때 마다 점점 발전하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놀라웠다. 다 같이 합주 하는 모습은 정말 감격 그 자체였다. 물론 연주중의 약간의 실수도 있긴 하였지만, 빠듯한 일정을 잘 따라와 준 학생들이 너무 고맙고 대견했다.

몽골에서 나눈 추억과 경험이 앞으로 내가 걸어갈 대학생활의 든든한 밑거름이 될 것 같다. <오현석 / 대학생>

*이 글은 헤드라인제주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딥페이크등(영상‧음향‧이미지)을 이용한 선거운동 및 후보자 등에 대한 허위사실공표‧비방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삭제 또는 고발될 수 있음)
댓글수정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