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한 옥살이' 제주4.3 수형인에 첫 '형사 보상'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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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한 옥살이' 제주4.3 수형인에 첫 '형사 보상'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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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지법, 4.3수형인 18명 형사보상 청구 인용
총 53억원 지급 결정...법원 "4.3사건의 역사적 의의 등 감안"

제주4.3 당시 자행됐던 불법적이고 반인권적인 계엄 군사재판(군법회의)으로 투옥돼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4.3수형인들에 대해 사상 첫 형사보상 결정이 내려졌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는 71년만에 이뤄진 재심재판에서 무죄취지의 공소기각 판결을 받은 4.3생존수형인 18명이 청구한 형사보상 청구건에 대해 인용 결정을 내렸다고 21일 밝혔다.

형사보상 제도는 '형사보상 및 명예훼손에 관한 법률'에 따른 것으로, 형사피의자 또는 형사피고인으로 구금됐던 사람이 불기소처분을 받거나 무죄판결을 받은 때에 국가에 보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제정된 제도다.

법원은 이번에 18명에게 총 53억 4000만원을 지급할 것을 결정했다. 구금 일수 등에 따라 1인당 최저 8000만원, 최고 14억 7000만원의 지급 결정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이는 청구인들이 제시한 금액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법원 "4.3사건의 역사적 의의, 형사보상법의 취지 등을 고려해서 대부분 청구한 금액 수준으로 인용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형사보상 인용 결정이 이뤄진 수형인들은 4.3 당시 10~20대 어린 나이에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짧게는 1년에서 길게는 20년까지 옥살이를 했다.

재심청구 수형인들은 이번 형사보상이 끝남에 따라 조만간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을 이어나갈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재심재판에 이어 이번 형사보상 청구를 함께 해 온 제주4.3도민연대는 이날 "오늘 제주지방법원은 보상 판결을 확정했다"며 "법원의 결정에 대해 재심재판을 함께한 18분의 할머니.할아버지들과 더불어 크게 환영한다"고 밝혔다.

또 "오늘의 4.3형사보상 결정에 이르기까지 6년의 세월 동안 고령과 고문후유증으로 성치 않은 몸을 이끌고 고생하신 열여덟 분의 4.3수형생존 할머니.할아버지들 수고하셨다"면서 22일 오후 3시 제주지방법원 정문 앞에서 청구인들과 함께 이번 판결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갖겠다고 전했다.

원희룡 지사도 입장을 발표하고, "오늘 법원 판결은 억울한 옥살이를 한 열여덟 분께 국가가 잘못과 책임을 인정한 것"이라며 "법원의 결정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원 지사는 "지난 1월 17일 법원의 공소 기각 판결, 2월 1일 범죄 기록 삭제와 함께 의미가 크다"며 "잘못했으면 사과해야하고, 피해를 줬으면 책임져야 한다. 국가도 예외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4.3희생자의 명예회복, 진상규명과 함께 국가의 책임을 묻고 정의를 바로 세우는 일이 곧 대한민국 역사를 바로 세우는 길"이라고 역설했다.

한편, 4.3당시 불법 군법회의의 '초사법적 처형'으로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제주도민 4.3수형인은 약 2530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한 후 상부 명령에 따라 집단처형(총살) 됐거나 행방불명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당시 실형을 언도 받은 사람들은 제주도에 형무소가 없어 전국 각지의 형무소로 이송돼 분산 수감됐는데, 형기를 채우고 출소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열악한 형무소 환경 속에서 옥사하는 이도 있었다.

수형인 대부분은 1948년 12월 제주도계엄지구 고등군법회의에서 구형법의 내란죄위반, 1949년 7월 고등군법회의에서 국방경비법의 적에 대한 구원통신연락죄, 이적죄 등으로 1년~20년 사이의 징역형을 선고받은 피해자들이다.

지난 첫 재심청구인들에 대한 무죄 판결 및 형사 보상 결정으로, 앞으로 유족들의 재심청구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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