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수 기관 중, 호주 유치원의 보육 환경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대학 부설 보육시설인 이 유치원은 보육을 전공한 학생들이 직접 관찰하고 연구할 수 있도록 각 보육실마다 참관실이 조성되어 있었다.
유치원은 전체적으로 원형인데, 바깥 놀이터와 연결된 보육실의 안쪽 벽면은 전체가 일방경으로, 우리는 아이들과 보육교사에게 노출되지 않고 보육 활동을 볼 수 있었다. 보육실은 만 0~2세, 3~4세, 5~6세로 분리하여 연령이 올라갈수록 보육실이 넓어지지만, 구조는 같다. 세면대 위치, 그림판, 책꽂이, 사물함까지 같은 위치에 배치하여 아동이 상위 연령반으로 옮기더라도 적응에 문제가 없도록 세심하게 디자인했다.
구조도 특이했지만, 보육과정이 더 인상적이었다. 학교에 들어가기 바로 전인 만5세 아동만 학교에 적응하기 위한 교과 활동이 있고, 나머지는 자유롭게 놀이 및 창작 활동을 주로 한다. 영아들은 보통 낮잠 시간이 있지만 자지 않는 아동은 선생님과 놀 수 있고, 열 명 남짓의 아동이 삼삼오오 각기 다른 활동을 하고 있었다.
보통 보육교사를 중심으로 반 아동이 모여서 활동을 하는 우리나라의 모습과는 달랐다. 두 명은 그림을 그리고, 한명은 선생님과 찰흙놀이를 하고, 한명은 밖에서 모래놀이를 하는 식이다. 조리실에서 조리사의 지도 아래 간식을 만드는 아동도 있었다. 아동의 관심사에 따라 그 날 그 날의 활동이 정해지고, 어린이집 안에서 하는 활동 외의 우리나라에서 '특별활동'이라고 부르는 외부 강사 프로그램은 없었다. 아동의 생활습관을 잘 아는 담임 선생님이 아동이 흥미를 보이는 간단한 음악, 미술활동을 가르친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위와 같은 아동 중심의 보육 활동을 지향하고 있다. 교육부와 보건복지부는 지난 19일 <2019년 개정 누리과정>을 발표하면서, 기존 교사 주도하의 보육이 아니라, 개별 아동에 초점을 맞춘 보육과정을 실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누리 아동(만3~5세)은 충분한 놀이 활동을 통해 스스로 몰입하고 즐거움을 찾는 과정을 강조한다. 이 개정 누리과정은 2020년 3월부터 모든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공통 적용된다.
호주에서 만난 보육전문가들은 아이에게 가장 좋은 활동은 아이가 가장 잘 안다고 강조했다. 아동에게 선택권을 주고 스스로 놀게 하는 데에 보육의 주안점을 두는 것이다.
<아이+부모+교사 모두가 행복한 보육환경 조성>을 기치로 한 우리 제주시의 보육정책 목표도 그와 다르지 않다. 결국 아이들이 원하는 보육이 가장 행복한 보육이라는 명제와 맥락이 닿아 있다.
우리 보육이 아이를 중심으로 부모와 교사 모두가 행복할 수 있도록 미비한 제도는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세심한 정책 보완이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오주연 / 제주시 여성가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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